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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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작성일 : 20-10-20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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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식씨 꽃.”

 “아 꽃.”

 안경식은 민서희가 사라고 해서 산 노란 국화꽃을 민서희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민서희는 자신의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오다리와 비타민음료였다.

 “서희씨 그건 뭐에요?”

 안경식이 민서희에게 물었다.

 “아니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절이라도 하고 가야죠. 그리고 여자라고 다 저처럼 술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뭐 어차피 여자라면 요거는 다 좋아하니까 찜질방에서 음료수 하나 사고, 오다리 하나 챙겼죠.”

 안경식은 다시 민서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이 깊은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비타민 음료는 술이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오다리는 분명 어제 밤에 먹다 남은 걸 챙겨온 것이었다. 마치 일부러 준비한 것처럼 얘기하자 순간 안경식도 속을 뻔했다.

 “아이 그거 어제 먹다 남긴 헙.”안경식이 말을 하려는데 민서희가 재빨리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잡초도 입에 같이 들어왔다.

 “아 퉤 아이 진짜.”

 “조용히 해도 다 듣는다고요. 그리고 내가 일부러 가지고 온 거 맞아요.”

 “알겠십니더. 그럼 이제 뭐하면 되는데요?”

 민서희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무덤 앞으로 가더니 절을 넙죽 하였다.

 “아주머니 편히 쉬세요. 그리고 저희 이번 취재 잘 되게 도와주시고요.”

 “...”

 “뭐해요?”

 민서희가 안경식을 보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안경식은 깜짝 놀랐다.

 “예? 저도요?”

 “예.”

 민서희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하곤 왜 안 오냐는 질책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경식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절을 하였다. 안경식이 절을 하는 동안 민서희는 천천히 무덤가로 가서 노란 국화꽃을 무덤 앞에 놓아두었다.

 

 어느덧 한 낮의 해가 그칠 줄도 모르고 계속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손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유 이게 뭐꼬? 이제 안 오는 것 같은데 고마 내려가입시다.”

 안경식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민서희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하였다. 그러나 바위위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던 민서희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짜증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안경식은 민서희에게 다가가 이어폰을 뺐다.

 “서희씨 이제 고마 내려가입시더. 솔직히 첨부터 내가 안 온다 캤다 아입니까?”

 민서희는 자신의 이어폰을 빼고 말을 거는 안경식을 빤히 바라보다 한 마디 하였다.

 “에휴 알았어요. 그럼 그냥 밀양 할아버지나 인터뷰 해요.”

 솔직히 민서희도 할 일도 없고, 날씨도 더워서 내려가고 싶었다. 민서희가 일어나 가방을 매자 안경식도 카메라 가방과 모자를 챙겨 일어섰다.

 “아 참참참. 이거 놓고 가야지.”

 민서희가 무덤 앞으로 가 비타민 음료수를 뜯어 무덤 주변에 뿌리고는 자신의 명함을 그 병 아래 놓아두고 왔다.

 “아이고 뭐 하는 겁니까?”

 안경식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민서희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언제 오든지 간에 손재영이 찾아오면 연락하겠죠. 뭐. 안 그래요?”

 그들은 다시 온 길을 더듬어 내려갔다.

 

 부스럭 부스럭

 안경식과 민서희가 사라지자 그들이 올라온 반대편 풀숲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 중년의 사내는 민서희와 안경식이 사라진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무덤가로 가서 무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민서희가 손으로라도 정리한 무덤은 그나마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덤 앞에 놓은 비타민 음료와 오다리, 노란 국화꽃을 보았다. 손재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민서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문득 손재영은 민서희에게서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살던 전셋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그녀의 모습.

 손재영은 천천히 무덤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절을 두 번 하였다.

 절을 한 그는 자리에 주저앉아 무덤을 한참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비타민 음료수 병아래 놓인 민서희의 명함을 끄집어냈다.

 그의 눈이 빛났다.

 손재영은 황급히 안경식과 민서희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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