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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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20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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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가 본 곳이었다. 크고 오래된 건물들이 보였다.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서구의 공원이라는 것이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는 장소에 온 것처럼 나무 조경과 잔디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다. 젊은 남녀가 햇살을 받으며 다정하게 걷고 있었다. 잔디밭엔 누워 있는 학생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가방을 매고 있거나, 책을 한 쪽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어?”

 재영은 어리둥절하였다. 자신이 살던 세상과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재영은 어딘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한 공간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풀냄새와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재영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재영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익숙한 뒤태를 보았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꽃무늬 양산을 쓴 단발머리 여성은 바로 젊은 시절의 엄마였다.

 “어? 어무이 여서 뭐하는데예?”

 재영은 엄마를 부르며 그녀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뛰어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재영은 엄마를 다시 불렀다.

 “어무이, 어무이 어디가노? 같이 가입시더.”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가면서 지른 소리가 들렸는지 엄마는 뒤를 살짝 돌아다보았다. 웃으며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엄마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라는 손짓을 하였다. 하지만 재영은 엄마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엄마를 향해 뛰어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잡는 통에 그는 뛸 수 없었다.

 “엇 누꼬?”

 손재영이 뒤를 돌아다보자 햇살을 등에 진 사내 한 명이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햇빛 때문에 눈 위에 손을 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영은 그의 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는 사이에 엄마는 벌써 숲 속 길로 사라지고 없었다.

 “아 씨 뭐꼬? 이거 놔라.”

 재영은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그 순간 공허함과 슬픔의 기운이 그 사람으로부터 느껴졌다. 단지 느낌이었을 뿐일까?

 재영은 이상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뭔가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든다던지 경계심이 들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달랐다.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서야 재영은 이 낯선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씨 누굽니꺼?”

 그 아저씨가 고개를 돌리자 햇살이 그의 눈으로 쏟아졌다.

 “앗.”

 햇살이 재영의 눈을 찔렀다. 재영이 손으로 눈을 가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재영은 잠에서 깼다.

 “으으으.”

 의자에서 웅크리고 잤던 탓인지 몸이 찌뿌드드한 재영이 신음소리를 내며 깨게 된 것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 때문이었다. 아직 방앗간 아줌마는 오지 않았었다. 어찌된 일인지 아줌마는 해가 다 뜨도록 아직 가게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재영은 다행이라 여기며 몰래 문틈사이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재영은 방앗간 유리에 얼굴을 비춰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처음 시도한 가출이었다. 약간은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엄마도 뭔가를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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