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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 - 사디스트 왕에게 복수하는 법
작가 : 재원이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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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 추파를 던지는 소녀(2)
작성일 : 20-11-06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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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우룰을 뿌리친 것까지는 좋았다.

 원래 한 번 지나친 길은 냄새가 남아 있기에 그걸 따라서 처소까지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아마 그 녀석, 내가 헤매고 있는 줄 알고 애타게 찾고 있겠지.

 꼬시다!

 그렇게 생각하며 처소의 문턱을 앞에 둔 카야.

 한창 진행 중인 결빙기 탓에 출발했을 때 찍혔던 발자국도 눈이 쌓여 흐릿해졌다.

 장화 바닥에 붙은 눈을 탁탁 털어내고는 문설주를 지나는 카야.

 

 홀로 쓰는 초소 안은 휑하다 못해 차가운 기류가 감돌았다.

 애초에 이곳은 혼자 쓰기엔 벅찰 정도로 큰 공간이었다.

 어찌나 넓은지 하렘에서 쓰던 방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혼자 있으면 있을수록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차라리 좁아터진 곳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울적해졌다.

 며칠 전만 해도 탈출할 생각에 의욕이 솟구쳤는데……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니 기운까지 곤두박질쳤다.

 감정이란 게 원래 이렇게 기복이 심한 거였던가…….

 이게 다 옆에 아이샤가 없기 때문이라고 카야는 생각했다.

 누구든 아이샤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하다못해 그 호위무사 녀석이라도…….

 

 흠칫.

 카야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 관음증 변태한테 옆을 내준다고?

 차라리 늑대한테 고기를 맡기는 게 백번 나았다.

 

 “에휴…….”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 허우적댄 탓에 피로가 몰려왔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기진맥진 해버렸다.

 

 ‘될 대로 되라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침대 위로 뛰어드는 카야.

 분명 깨어나면 투우룰이 와 있겠지.

 분명 하루 종일 찾아다녔다면서 주접을 다 떨 것이 눈앞에 훤했다.

 차라리 침대 밑에 숨을까도 고려해봤지만, 기력이 빠진 탓에 그것조차 번거롭게 느껴졌다.

 

 

 잠깐 쉴 겸 누워만 있으려고 했는데 눈을 떠 보니까 주위가 깜깜했다.

 벌떡 일어나니 몸이 묵직했다.

 알고 보니 천 자락 같은 것이 등 뒤를 덮고 있었다.

 

 ‘뭐지? 담요인가?’

 

 알 수는 없었지만, 공기가 서늘했기에 그냥 두르고 있기로 했다.

 부싯돌을 꺼낸 뒤 탁자로 가 호롱불에 불을 붙였다.

 호롱을 횃불 삼아 주변을 이리저리 비추던 중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책하나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벡테르가 줬던 고문서였다.

 

 ‘내가……저걸 들고 왔었나?’

 

 카야는 머리를 싸매며 잠들기 전의 기억을 되새김질했다.

 아무리 떠올려도 빈손이었던 것 같은데…….

 분명 호위무사한테 넘긴 뒤 다시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럼 투우룰이 놔둔 건가…….

 

 카야는 문득 자신이 두르고 있던 천 자락을 훑어보았다.

 흰 군복 겉옷, 투우룰이 입고 있던 것이었다.

 그 소녀는 처소까지 와서 잠들어 있던 카야를 발견한 것이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무슨 짓이든 했을 것 같은데, 그저 옷만 덮어주고 갔다는 것이 카야로서는 의아했다.

 

 “그 녀석…….”

 

 카야는 중얼거리며 다시 호롱을 치켜들었다.

 역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딜 간 거야……?”

 

 귀찮게 붙어있던 녀석이 막상 없다고 생각하니 내심 걱정이 들었다.

 두리번두리번 시선을 옮기는 것으로 시작된 수색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고, 문밖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 펄럭

 

 천막 문을 들추자 새까만 하늘에 내리는 함박눈이 발끝에 떨어졌다.

 호롱불을 들고서 사박사박 눈을 밟는데, 역풍이 들이닥쳐 밤톨만 한 불꽃을 꺼버렸다.

 그믐달인지라 눈 위에 반사되는 달빛도 얼마 되지 않았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그저 윤곽뿐이었다.

 보초로 서 있어야 할 호위무사가 근처에 없을 리가 없을 터.

 녀석, 때려치운 거 아니야?

 원래 같았으면 반가워 마지않는 일인데, 왜일까?

 기분이 더 꿀꿀해졌다.

 솔직히 더 애타게 찾을 필요까지 있을진 의문이었지만, 뭔가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킁킁

 

 혹여나 해서 눈밭에 대고 냄새를 맡으니 미세하게나마 냄새가 남아 있었다.

 코에 신경을 집중하며 한발 한발 체취를 따라가다 보니, 다다른 곳은 카야의 처소 코앞.

 

 “에?”

 

 뭐지?

 왜 돌아온 거지?

 냄새를 착각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이 변태 같은 향은 그 녀석밖에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천막의 벽을 따라 걸어가던 중 허리춤까지 솟아난 눈덩이에 부딪히는 바람에 뒤로 고꾸라져 버렸다.

 

 “아야…….”

 

 왜, 맘에 안 드는 놈 찾는다고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거지?

 얼얼한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눈을 털어내는데 충돌했던 눈덩이가 무너지기는커녕 더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코앞에서……뭐지? 유령인가?

 뒷걸음질 치며 자기방어에 들어가려 하던 찰나, 눈덩이가 무너져 내리더니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화, 황녀님?”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

 자세히 보니 눈이 떨어져 나가서 그런지 사람같은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왜, 침소에 드시지 않고, 밖에…….”

 “뭐, 뭐야? 너야?”

 “앗…….”

 

 진눈깨비를 뒤집어쓴 소녀는 흠칫 어깨를 떨고는 뒤돌아섰다.

 

 “죄송합니다! 더 떨어져 있겠습니다!”

 “뭐라고? 야!”

 

 카야가 손을 뻗으며 불러세웠지만, 이미 줄행랑을 치고 있던 투우룰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야! 투우룰!”

 

 시야에서 벗어나려 하던 윤곽이 그제야 멈춰 섰다.

 투우룰은 꼿꼿이 선 채 고개만을 돌렸다.

 부엉이처럼 얼굴을 뒤로 꺾는 것이 섬뜩했다.

 왜 하필 어두운 곳에서 저러는 거야…….

 

 “황녀님…….”

 “그래 나야, 왜?”

 “드디어…제 이름을!”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눈물이 줄줄이 쏟아졌다.

 이러니까 더 무섭잖아!

 설마 진짜 유령인 건 아니겠지?

 

 “너, 너 지금 안색 엄청 안 좋은 거 알아? 빨리 들어와! 얼어 죽겠어!”

 

 투우룰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자 시냇물 같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켜졌다.

 

 “저, 저를 직접 처소에…. 그것도 한밤중에…아직 마음의 준비가…….”

 “뭔 소리 하는 거야?”

 

 억지로 끌고 가려 했지만, 정작 저 몸뚱이는 기둥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얘 힘이 왜 이렇게 세?

 낑낑거리며 악을 쓰던 중 투우룰이 갑작스레 홱 돌더니 카야를 안아 들었다.

 

 “저, 아직 서툴지만, 황녀님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내려놓고 말하지?”

 “직접 안까지 모시겠습니다.”

 

 푸른 눈에 광채를 내뿜던 투우룰은 카야를 ‘공주님 안기’한 채 천막 안으로 돌진했다.

 흥분한 황소가 따로 없었다.

 

 “으악! 이거 안 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밖에서 눈사람이 되도록 놔둘 걸 그랬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카야였다.

 천막 문을 박차고 들어온 투우룰은 카야를 침대 위로 내려놓더니 자신의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

 초점이 풀린 채 침을 질질 흘리는 것으로 보아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바람에 이성을 잃은 듯했다.

 

 “다, 다가오지 마! 이 이상 움직이면 해고야!”

 

 카야의 외침에도 투우룰은 웃옷을 벗어 던졌다.

 평소에도 그러긴 했지만, 지금은 더더욱 말이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카야는 가장 필요할 때 늑대로 변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이윽고 소복 차림이 된 투우룰이 덮쳐오자, 카야는 궁여지책으로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았다.

 침대 머리맡을 더듬자 때마침 큼직하고 무게가 있는 물건 하나가 잡혔다.

 

 ‘에라,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는 집어 든 것을 둔기 삼아 투우룰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다시 눈꺼풀을 치켜드니 기절해 있는 소녀가 보였다.

 카야는 문득 손에 든 것이 궁금하여 확인해보았다.

 두꺼운 고문서.

 벡테르한테 받은 것이었다.

 

 ‘고마워, 동생….’

 

 책을 끌어안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카야.

 이것으로 벡테르한테 진 빚이 늘어났다.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눈을 뜬 투우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처소의 천장.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화덕에서 한창 땔감을 불태우고 있었다.

 드러누운 채 볼살과 맞닿는 것은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분명 밖에서 카야 황녀의 처소를 지키고 있었을 터인데, 눈에 파묻힌 뒤로는 기억이 없었다.

 

 “일어났냐, 이 변태야?”

 

 투우룰 앞으로 다가오는 자그마한 여자아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황녀였다.

 

 “화, 황녀님, 제가 어쩌다가…….”

 

 화덕에 장작을 넣던 카야는 찌릿 침대 위의 투우룰을 쏘아보았다.

 저 호위무사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이불자락에 코를 들이박았다.

 

 “황녀님의 냄새…….”

 

 지금이라도 밖에 있는 눈 밖으로 던져 던져버릴까 고민하는 카야였지만, 힘에 부쳤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왜 눈덩이 속에 있었던 거야? 얼어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딱히 호위무사한테 애착은 없었지만, 처소 근처에 누군가 죽어있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다고 카야는 생각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추운 곳에 있어도 멀쩡할 만큼 제 몸은 튼튼하니까요!”

 “그래, 몸은 말이지…….”

 

 그에 비해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게 흠이었지만….

 마치 들짐승을 보듯 찌푸리는 카야의 태도에 투우룰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제가 일어나기 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 이 녀석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러나저러나 구제 불능인 건 매한가지였다.

 일일이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카야.

 ‘파악’ 체념의 한숨을 쉬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피로를 느꼈다.

 

 “……낮에 있었던 일은 내가 심하긴 했어. 사실 네가 잘못한 건 없는데, 그냥 과거 일이 생각나서 기분이 안 좋았어.”

 “과거 일이요?”

 

 투우룰이 관심을 보였지만,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지금으로선 번거로웠다.

 

 “아무튼 갑자기 사라진 것 때문에 괜히 걱정시켜서 미….”

 “미…?”

 “미….”

 

 그 이상 말을 잇기가 부끄러웠지만, 카야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미…련한 것아! 그러게 평소에 작작 좀 들이대랬지?”

 

 빽 소리치는 카야.

 투우룰은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았다.

 읏, 너무 심했나?

 

 “화내시는 모습도 귀여워요, 황녀님! 아, 어떡하지?”

 

 이 순간을 그림으로 담지 못해서 아쉽다는 듯 유난을 떠는 투우룰이었다.

 그렇겠지, 그래야 저 녀석이지…….

 호위무사의 열렬한 호응은 점차 너털웃음으로 변해갔다.

 

 “죄송해요, 황녀님. 제가 많이 부담스러웠죠?”

 

 폭소의 여운으로 맺혀있던 눈물을 훑으며, 나직하게 묻는 투우룰.

 

 “알면서 계속 그런 거야?”

 “장난 반 진심 반이었어요.”

 “으엑…….”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진짜 사랑이 싹터버렸지 뭐에요?”

 

 질색으로 점철된 얼굴로 눈앞의 호위무사를 벌레 보듯 흘겨보았다.

 그 반응 또한 맘에 든다는 듯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더 짜증이 났다.

 반짝임이 사라진 투우룰의 눈에는 어느샌가 이채가 아른거렸다.

 

 “사실 저, 예전부터 호위무사가 되고 싶었어요.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옆에 붙어있으면 적어도 외톨이는 아니니까요.”

 

 화덕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카야는 힐끗 소녀의 옆모습을 응시했다.

 

 푸른눈.

 같은 루크족의 상징.

 지금껏 동족을 만난 적은 드물게나마 있었지만, 또래와 마주할 기회는 전무했다.

 무슨 말을 나누어야 할지, 이제 와서 고민이 들었다.

 

 “외톨이가 되기…싫은 거야?”

 “저는 부모님 얼굴을 모르고 자라서요. 사부님이 키워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좀 더 가까이 함께 산다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은연중에 드는 동질감.

 아이샤와 만나기 전까지 카야 또한 계속 혼자였기에 외로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똑같아.”

 

 잘 못 들었다는 듯 투우룰은 고개를 올렸다.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난 카야는 다시 침대 쪽으로 가 이부자리 위에 놓여 있던 고문서를 짚어 들었다.

 

 “역시, 그냥 네가 읽어주는 게 낫겠어.”

 

 화덕 앞으로 돌아와 책을 호위무사에게 건네주었다.

 미약하게나마 샐쭉한 표정이던 투우룰은 황녀의 기꺼운 태도에 다시 반색했다.

 

 “황녀님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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