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더보기
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2부-큰이모와 큰이모부
작성일 : 20-11-11     조회 : 259     추천 : 1     분량 : 4842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부 <큰이모와 이모부>

 

 큰이모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지 우리집에 오면 늘 나와 드라마에서 본 것을 흉내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애절하게 이모와 나는 서로 갑자기 껴안고 외쳤다.

 “아! 순자씨!”

 “아! 모개씨!”

 “아! 여기를 좀 더 간절하게 외쳐야돼.”

 나는 ‘간절하게’의 뜻을 몰랐지만 이모의 주문을 받아주었다.

 큰이모가 오면 늘 그런 연습을 했다. 큰이모는 영화배우 신성일을 매우 좋아했는데 막둥이가 태어났을 때는 막둥이의 이름을 (신)성일로 지으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막둥이를 부를 때면 성일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막둥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기 본명이 신성일인줄 알았다. 그런 모습을 본 아부지는 약간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으면서 말했다.

 “참! 웃기고 있네!”

 하지만 큰이모이건 중간이모이건 막내이모이건 아부지의 말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큰이모는 시내의 큰 옷가게에서 일을 하는데 가끔 쉬는 날이면 시내에서 통닭을 사서 우리집에 왔다. 그 당시 읍내에는 통닭집이 거의 없었다.

 닭을 통째로 튀겨서 깨소금에 찍어서 단무지와 함께 먹는다. 나는 닭다리를 싫어했다.

 일체의 기름을 허용하지 않던 나의 입맛은 오로지 순살 닭가슴살만 가늘게 찢어 먹었다.

 또 엄마가 큰이모를 붙들고 시댁 험담, 아부지험담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이모가 신고 온 빼딱구두를 신고 마당을 걸어다니다가 넘어지곤 했다.

 큰이모는 긴 생머리를 하고 약간 길게 쭉 찢어진 눈매에 오똑한 코에 어디 나가면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큰이모의 이름은 순자였다. 막내이모의 이름은 마지막이라고 말자였고,

 중간이모의 이름은 영자였다. 순자, 미자, 숙자, 점자, 춘자라는 이름들은 모두 사촌이모들의 이름으로 쓰였기 때문에 유일하게 안쓰는 이름이 영자여서 영자로 지었다고 한다.

 이모들은 자기의 이름을 무척 싫어했다.

 사실 그 당시의 여자 이름들은 대개 다 그러했다. 하지만 유독 큰이모는 자기이름을 부끄러워했고 늘 예명을 썼다. 그래서 영화배우들의 이름이나 드라마 주인공들 이름을 연구한 결과

 본인의 이름을 어느 정도 살리면서 세련되게 절충한 ‘순영’이라는 이름을 썼다. 나에게도 연기연습을 할 때는 순자씨 대신 순영씨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리고 중간이모의 이름도 미희로, 막내이모 이름도 숙희로 예명를 지어주었다.

 이모들이 선을 보러가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 늘 예명만 썼다. 그래서 고향사람이나 친척이 아니면 이모들의 실명을 잘 몰랐다. 이모들이 우리집에 와있을 때나 내가 이모집에 가있을 때 순영씨, 혹은 숙희씨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전화를 받으면 나는 평소에 이모들에게 교육을 단단히 받아서 전화를 잘 바꿔주었다.

 “네, 여기 이순영씨 집 맞습니다. 바꿔드릴게요. 순자이모야, 전화왔다. 받아라!”

 그런데 전화를 우리 아부지가 받을 때도 있었다. 어떤 젊은 남자가 전화를 걸어서

 이순영씨, 혹은 미희씨, 혹은 숙희씨를 바꿔달라고 할 때 우리아부지가 받으면 우리아부지는 전화기에 대고 단호하게 말했다.

 “순..순영씨? 그런 사람 없다! 순자는 있어도.”

 그리고 전화를 딱 끊는 것이었다. 그럼 옆에 있던 큰이모는 당황해서 말했다.

 “형부. 저 이름 순영이로 바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면 아부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씰떼없는 소리하네. 야! 순자가 어때서! 영부인 이름도 이순자아이가? 이름 좋기만 하구만.”

  아부지는 여자들의 약간의 내숭이나 선의의 포장같은 것을 아주 경멸하는 성격이었다.

 한번도 처가 처제들의 가식적인 눈물이나 다소 애교 섞인 어리광을 받아주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여자들의 정신적인 허영심을 깨어부수는데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는 듯했다.

 외할머니에게도 그런 식이어서 아부지는 용돈도 드리고 외갓집 일도 많이 봐주었는데도 외할머니와 만나면 자주 다투었다. 아부지는 사촌이모들이 가끔 우리집에 오거나, 외가쪽 회갑잔치에서 만나면 엄청난 독설을 퍼부었다. 그래도 모두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버글버글한 외갓집 동네의 친척이모들은 다들 본인 이름이 점자, 춘자, 이렇게 다소 시골스럽다싶으면 그 당시 유행했던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이런 예명을 지어서 썼다.

 큰이모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늘 다이어트를 했는데 밥을 정말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그래서 늘 변비에 시달려서 한번 화장실에 가면 30분은 기본이었다.

 통닭을 사와도 이모는 먹지 않았다. 이모는 채식주의자였던 것이다. 고기를 아주 싫어했다.

 그 이유는 이모 말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하도 형편이 어려워서 고기를 입에 대지 않다보니

 자연 고기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모가 단백질을 섭취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선은 조금 먹는다는 것이었다.

 아부지는 육류를 싫어하는 이모를 위해서 냇가에 초망을 던져서 버들치, 메기같은 물고기를 잡아와서 매운탕거리를 마련해주었다. 아부지는 큰이모와도 만나면 늘 말다툼을 했지만 속으로 그렇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부지는 늘 이모들만 보면 호통을 쳤고 말마다 딴지를 걸었다. 그래서 외갓집식구들은 아부지 앞에서는 눈치를 슬슬보다가 아부지 뒤에서는 험담을 엄청 많이 했다. 내가 어릴 적에 외갓집이나 이모들이 사는 집에 가면 늘 ‘너희아부지는 나쁘다’라는 식으로 세뇌를 받았다.

 엄마는 외가쪽으로 사촌형제들도 아주 많았다. 이종사촌. 외사촌. 거기다 모두 외가 집성촌에 모여살아서 모두가 친척들이었으므로 친척이모들은 수십명이 되었다.

 엄마의 친정집안에는 딸들이 엄청 많았고 아들은 귀한 편이었다.

 그런데 외삼촌이나 외가쪽 남자들은 모두 체구가 아부지에 비해 자그만했고, 성격도 퍽 온순하였다. 아부지는 처가에 가서도 대장질을 한 셈이었다.

 아부지만큼 힘이 센 사람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부지는 외갓집 담이 무너지면 급한 성격대로 총알같이 뛰어가 쌓아주었고, 처가의 사돈의 팔촌 돌잔치까지 열심히 참석했다.

 그리고 엄마가 외갓집들 여러 가족 중에서 같은 항렬에서는 가장 맏딸이었다.

 그러니까 딱 한 사람 엄마와 동갑인 사촌이모-수제비집을 하는 이모를 빼면 모두 엄마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외갓집동네에 가면 아부지가 큰소리를 쳐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아부지는 마치 선생님처럼 외갓집 친척들에게 늘 훈계를 하는 편이었다.

 아부지의 말이 다 맞아서 가만히 있었는지 아니면 힘이 세니까 말대꾸하다가 한 대 맞을까봐 가만히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부지 앞에서는 일단 모두 가만히 있었다.

 하여튼 큰이모도 맨날 통닭도 사다주고 우리들에게 옷도 사다주고 했지만 아부지에게 늘 타박을 받았다. 이모는 서른 살이 다 되도록 결혼을 안 한 올드미스였다.

 어릴 적부터 돈을 번다고 하도 고생을 해서 결혼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모두 어린 나이에 돈을 벌러 갔기 때문이었다.

 중간이모가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서 수술을 해야 했는데 엄마와 큰이모가 돈을 벌어서 수술비를 대주었다고 한다. 중간이모는 그래서인지 엄마나 이모에게 무척 순종적이었다.

 

 그런 큰이모가 어느 날 우리 집에 어떤 아저씨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모가 온다고 해서 동네 앞까지 마중을 갔는데 머리가 벗겨진 나이많은 대머리아저씨와 함께 걸어오는 것이었다.

 “이모야, 저 아저씨는 누고?”

 나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모아재.”

 이모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이모의 아재라고?”

 나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막내삼촌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막내아재라고 부른다.

 이모의 아재라기에는 할아버지라야되는데 그 머리벗겨진 아저씨는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이모의 아재치고는 좀 젊어보이기도 했다.

 “이모야. 이모의 아재인데 왜 저렇게 젊노?”

 이모는 피식 웃었다.

 “이모의 아재가 아니고 니가 앞으로 저 아저씨한테 이모아재라고 불러야된다.”

 ‘이 무슨 소리인가? 독신주의라고 하더니 결혼을 한단말인가?’

 이모는 평소에도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살겠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했다.

 하지만 머리벗겨진 아저씨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그 머리벗겨진 아저씨는 우리에게 과자도 사주고 용돈도 가끔 주곤 했다. 그리고 이모부가 된 그 머리벗겨진 아저씨는 친척이 출판사에 다닌다면서 **사 세계명작동화 100권 전집을 떡하니 우리집에 갖다주었다.

 그것도 완전 새것으로 말이다. 겉부분은 진한 갈색 표지에 금박으로 글씨가 쓰여있었다.

 그 당시에 읍내에도 세계명작전집책이 꽂힌 집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딸이 많은 이발소집 순자네 집에 놀러가봤지만 곰인형, 토끼인형, 바비인형, 그리고 그 당시 시내에서 유행했던 양배추인형까지 있었지만 동화책 전집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우리동네는 책이라곤 거의 없었다. 나이 많은 형, 누나들이 보는 만화나 잡지, 신문같은 건 가끔 있었지만. 그래서 나는 심심하면 오빠의 국어교과서, 사회교과서를 읽곤 했다.

 거기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어쨌든 그 책들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은 나였다.

 그 동화책에는 그동안 어떤 동화책에서도 읽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라별로 동화들이 한 권씩 실려있었는데 영국동화책에도 스코틀랜드전래동화,

 아일랜드전래동화, 잉글랜드전래동화 이렇게 구분을 지어서 실어놓았다.

 그 전집에서 읽은 책들은 다른 책들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한 동화가 많이 실려있었고 내 유년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공녀, 소공자, 빨간머리 앤 등등 고전에 속하는 책은 다 있었다.

 머리가 벗겨졌든, 나이가 많든 우리는 갑자기 그 아저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모부는 그 당시 새로운 직종으로 떠올랐던 이삿짐센터에서 큰 이삿짐차를 몰았는데 이사를 가거나 새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버리기는 아깝고 처치하기 곤란했던 전집책들을 종종 얻어다 아이가 많은 우리집에 가져다주었다.

 그 후 이모와 이모부가 아기를 낳아서 셋이서 같이 왔는데 트럭에 과자, 빵, 사탕을 싣고

 우리집에 오면 우리엄마는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했고 이모부의 트럭에 채소, 과일, 밭에서 나온 온갖 것을 실어보냈다. 일종의 물물교환인 셈이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47 2부 옆 과수원 덕칠이오빠 & 수상한 위씨아저… (2) 11/19 324 1
46 미국에서 온 편지 11/19 267 1
45 구식이삼촌과 민자언니2 11/18 265 1
44 2부 산불 그 이후의 이야기 (6) 11/12 350 1
43 2부 삼각관계 그리고 산불 11/11 263 1
42 2부-꽃사슴농장사람들 11/11 279 1
41 2부-큰이모와 큰이모부 11/11 260 1
40 2부 천대포아저씨네 (1) 11/4 321 1
39 2부-가을풍경들 & 잘생긴 준수아재 (2) 11/3 346 1
38 복숭아서리 & 버스사이에 끼인날 (2) 11/3 326 1
37 2부-도벽 (2) 10/23 333 2
36 2부 여름편-과일서리 10/18 275 2
35 <2부>봄-친척아저씨 도끼들다. 10/12 277 2
34 <2부> 겨울편-사과나무 가지치기 10/9 265 2
33 버들밭아이들 2부-가디건 10/9 283 2
32 버들밭아이들 1부 종결 (2) 9/28 357 2
31 겨울 메주만들기 & 친할아버지 9/28 288 2
30 막둥이 낳던 날 & 앵두네 살구밭 9/28 282 2
29 초상날 & 삼청교육대 9/25 279 2
28 겨울 사과포장하기 & 장날 사과팔던 날 9/25 288 2
27 팥죽, 호박죽 그리고 귀신 (2) 9/23 345 2
26 학교생활-변소청소 & 토끼고기 9/23 272 2
25 80년 봄, 구식이삼촌 9/21 286 2
24 강아지 키우기 & 개도둑 9/21 281 2
23 두더지고기 먹던 날 9/21 281 2
22 물귀신 9/21 308 2
21 감자캐던 날.(굼벵이술) (3) 9/21 346 2
20 일학년 입학 & 봄소풍 (1) 9/20 336 2
19 외삼촌 9/20 274 2
18 말자이모 (2) 9/19 336 2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