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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후 한반도사람들 일기 (근미래 실화임)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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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국군포로 출신 어떤 여자의 회한록.
작성일 : 20-11-12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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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경희라는 한 여인이다.

 

 1952년 말에 북한군과 싸우다 잡힌 나현민이란 국군포로가 바로 나의 할아버지시다.

 

 할아버진 이미 남한 서울에 2년 전에 결혼해 처자가 있는 몸이셨지만, 아오지에 끌려가 석탄을 캐다가 평생 고향 남한에 돌아가긴 어려울줄 알고 당에서 정해준 어떤 그렇고그런 여자와 강제결혼을 하셨다. 당시, 인구가 너무 부족해지고 특히 너무나 전쟁통에 불구자가 많아 인구를 급히 불려야 할 당의 시책 때문에 국군포로들도 무조건 결혼시키라고 김일성이 강력하게 요구하였기 때문이었다. 결혼한 처자는 그 근처에 사는 고아 출신이었는데, 전쟁통에 미군 폭격에 양친을 둘다 잃은 여자였다. 할아버진 전쟁 끝나고도 무려 7년이 지난 주체 49년(1960년)에야 결혼을 새로 하게 되었다.

 

 그녀 즉 나의 할머니 이름은 김복녀라고 했다. 이름이 별로 세련되지 못한 걸 보니, 양친도 별로 신통한 집안 출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나마 둘 다 당시에 돌아가셨기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인민의 적 괴뢰군 병사 출신' 과 결혼할 여자가 있을 리도 없었다.

 

 

 조부모는 그렇게 결혼해 살림을 차렸고, 1961년 말에 나의 아버지를 낳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끝내 1960년대를 넘기지 못하고 1968년에 돌아가셨다. 불과 4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그만 탄광 깊은 데서의 낙석사고로 돌아가신 것이다. 국군포로 출신 죽음은 이처럼 덧없었다.

 

 아버지를 탄광마을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산 중턱에 묻은 할머니는, 당시 3남매(아버지와 여동생 둘)을 더 가르치고 싶었으나, 반동 집안이 상급학교 진학도 어렵고 아버지도 없는 판에 그럴만한 경제능력은 더 안되는지라 아버지 3남매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주변의 농장에서 일하거나 또 멀리 어업기지로 전출되었다. 할머니 김복녀는 우리 아버지가 모시고 있었으나, 역시 1992년에 노환으로 그만 먼저 가신 할아버지 뒤를 따르셨다.

 

 당시만 해도, 엄청 작은 배들만 많고 제대로 된 어업기술도 없는 어부란 탄부만큼이나 기피직종이라 아버진 직업배치를 받을 때 어업기지로 전근되었단다. 그래서 나는 청진바닷가가 멀리 보이는 어촌에서 살게 되었다. 거기서 어머질 만나 결혼한 처지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태어나고 남동생이 태어난지 한 10여년...!! 막 21세기가 된지 몇 년 지났을 때 아버진 갑자기 고기잡으러 멀리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질 않게 되셨다. 아마 멀리 고기잡으러 갔다가 풍랑에 전복되어 빠져죽은 모양이라고...

 

 아버지가 비록 국군포로 아들이긴 했지만, 20년 넘게 충실하게 어부 일을 잘하였기에 당에서는 장례를 잘 치러주었고 '당이 교시한 혁명과업인 어업전쟁을 하다 숨진 혁명열사' 로 인정해주었다. 그래서 비록 가까운 청진이긴 했지만 나도 전문학교에 갈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도 급기야 통일되기 2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남쪽에서 전쟁이 났다고 하더라만 막 남조선군대가 거대한 산만한 배들을 타고 상륙해서 청진에도 몰려들어(이땐 잠시 남한군대가 청진을 점거했으나 후일 북한독립군 레드스타에 뺏겨 한반도전쟁 종전시까지 그들 소유에 있음) 마침 전문대 졸업반인 우리도 붙잡혀 하루아침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게 바로 통일되던 때의 비극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는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있는 날 누군가가 찾아오더니??... 반가운 손님이 와 있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아니?? 청진에 찾아온 분은 돌아가신줄 알았던 바로 아버지였다.

 

 

 "아니, 아버지. 살아계셨나요?"

 "그래, 그만 배가 고장나 남조선으로 흘러갔었다. 동해상을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다 그새 말라죽고, 나 한 사람만 배를 타고 해류에 밀려 남조선 영해로 흘러와서 남조선 군함에 구조되었는데 [김일삼] 이란 가짜 이름을 대고 남조선에서 살겠다고 말했단다. 난 고작 어부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어서 기자회견 등도 생략했는데(당시 거물급 탈북자가 망명해왔고 탈북하는 사람들이 젤많은 시절이라) 그래서 북조선 정부는 내가 남한에 왔단 사실을 까맣게 몰랐단다... 아버지 고향인 서울 강남에 내려가 그 분의 남한 아내분이 살아계신지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살아계시더구나. 남한에 남은 아버지 아드님은 불과 아버지가 북한군에 잡혀가신 2년만에 만 3살 나이로 홍역으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난 그걸 몰랐지. 홀몸이 되어 1960년에 다시 결혼은 하셨는데(우연히도 둘이 재혼한 해가 같았다), 자손이 귀한지 그 새로운 남편분도 내가 찾아오기 3년전 돌아가시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살고 계시더구나!~ 비록 날 낳은 어머닌 아니지만, 사정을 얘기했더니 여기 남아 자기 아들이 되어 같이 살자고 하시더구나. 남편의 아들이면 자기 아들이라고... 그래서 그 분과 살게 됐지. 십년도 훨씬 넘게...!! 지금 서울서 올라오는 길이다. 너와 동생이 살아있으면 데려가려고...!!"

 

 

 놀라운 일이었다. 아버지 설명에 의하면, 그 아버지의 남한 아내분은 그간 억척스럽게 돈도 모았고 죽은 새로운 남편이 남겨준 재산도 물려받아 백만장자이자 남한 강남땅의 알아주는 큰손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자, 얘야. 남동생은 이미 기다리고 있다. 나와 함께 서울로 가자."

 

 

 (주 : 당시만 해도, 아직 '혼인거주제한법' 도 없고 초창기라 남한에 북한사람이 허가없이 내려오면 안된단 법이 없었다. 하긴, 이 법들이 제정된 후에도 '한국의 1급 국가유공자인 북한의 국군포로 자손은 남한이주가 허용된다' 는 보훈법이 정해져 이들만은 북한사람이면서도 남한에 와 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게 된다.)

 

 

 나와 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서울 강남땅에 그리고 마침내 왔다.

 

 그런데?? 그때 마침 아버지의 새 어머니, 즉 할아버지의 본래 아내분께서 숨을 거두기 직전이셨다.

 

 "너희가 비록 내 배로 낳은 애들은 아니지만 내 손주들이냐? 네 아버지에게 내 재산 모두를 상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욕심과 정욕에 쓰지 말고 반드시 통일된 조국을 위해 써다오... 부디 북한을 위해..."

 

 우리 손을 꼭 잡으시고 할머닌 숨을 거두셨다. 아버지가 10년 넘게 모셔왔던 우리도 잘 몰랐던 남한의 할머니...!!

 

 할머니, 편히 눈을 감으세요. 남편이 진작 오래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단 사실을 아버지께 전해듣고 재혼한 남편이 죽었을 때보다 더 슬피 우셨다구요...

 

 저희 남매는, 아니 아버지도 함께 다 북한땅으로 돌아갈 거에요. 할머니가 물려주신 재산, 아버지가 묻힌 그 아오지 지방의 석탄이나 철을 캐는 개발사업에 다 쓰도록 할게요... 부디 저 세상에서 잘 지켜봐주세요.

 

 

 (주 : 하지만 결국 이들은 아오지 석탄개발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대실패만 하여 재산 다 날리고 맙니다...!! 너무 한국의 물가가 비싸 까짓 별 가치 없는 싸구려 자원인 석탄과 철은 캐내는 채굴비가 그걸 팔아 얻는 돈보다 몇 배나 더 들었기에 결국 손해를 견디질 못하고 돈을 다 날리고 말았기 때문이죠... 차라리 식품판매업에나 투자를 했다면 어느 정도 이득을 보았을지도 모르는데...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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