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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크라우더의 회고록
작가 : HONs
작품등록일 : 2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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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때의 기억(9)
작성일 : 20-11-16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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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압박감.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지만, 저 소년의 표정은 말 그대로 똥보다 더욱 악질적인 걸 씹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대체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길래 저리 화가 난 걸까.

 

 클로에 모렌츠는 조심스럽게 소년의 눈치를 살폈다.

 

 심부름을 가던 도중 갑자기 아까 그 귀족 아이가 말을 걸어와 다짜고짜 고백을 해 와서 당황한 마음에 거절하는 바람에 끌려갔었다.

 

 아니, 당황한 마음이라기 보단 그저 싫어서 그랬다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려나.

 

 솔직히 자신도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비록 같은 나이의 어린애라 할지라도 귀족의 자식이기 때문에 결코 저항을 해선 안 됐다.

 

 이건 서민들 사이에선 상식이기 때문에 그저 단념한 순간, 저 아이가 나타나 대신 맞아줬다.

 

 이후 보여준 엄청난 행동들.

 

 귀족에게 반항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로이 로스펠을 상대로 저러고 있다니.

 

 클로에는 아까 그 녀석들에게 맞은 소년의 몸 상태를 걱정하다가 어떤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진 줄 알았는데, 눈이 좀 풀려 있었고 어딘가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클로에는 걱정되는 마음에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로이 로스펠이 컵을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이쪽을 쳐다봤다.

 

 “지금 중요한 얘기 중이니 가봐줄래?”

 “아, 네. 죄송합니다.”

 

 그의 말투는 따뜻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음처럼 차갑지도 않았다.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클로에는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이걸 전부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말을 걸어왔다.

 

 “클로에, 저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었니?”

 “아뇨, 그냥 둘 다 가만히 있었어요.”

 “그래? 근데 저 아이, 아까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까 음식을 구걸하던 아이더라.”

 “…… 제가 나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아무 생각 없이 말한 말에 클로에는 더욱 저 소년이 걱정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런 아침에 음식을 구걸할 정도면 이미 배가 많이 고파 있다는 상태일 텐데, 아직까지도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있으니.

 

 ***

 

 “왜 그러냐, 안 먹냐?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괜찮은데.”

 

 나온 음식은 맛있게 구워진 키슈에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 스튜와 소고기 스테이크.

 

 로이 로스펠은 스테이크를 칼로 써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당신 같았으면 들어가겠어요……?”

 

 자기 아들의 교육을 위해 나를 그런 취급을 하고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하루를 굶은 사람이라 해도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을 거다.

 

 어쩜 인간이 이렇게 사악할 수 있을까.

 

 사련서 우리 아빠만큼 지독한 사람도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걸 월등히 능가하는 존재가 세상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한 치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나온다.

 

 “너보다 나이도 훨씬 맞고 귀족한테 ‘당신’이라니, 개념을 밥 말아 먹었구나.”

 “뭐요?”

 “하기야, 자기 남편을 살해한 애미를 밑에서 자란 아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겠지.”

 “뭐요……?”

 

 순간, 저 사람이 내 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크게 당황하다가 그 뒤에 들은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 안에 있던 뭔가가 철컥! 하고 해제됐다.

 

 마치 지금까지 깊이 묵어놨던 자물쇠가 뭔가에 의해 억지로 풀린 것처럼.

 

 현재 내가 지은 표정은 지금까지 살면서 지었던 그 어떤 얼굴보다 살벌했다 할 정도로 과언이 아니었다.

 

 살기를 뚠 눈으로 매섭게 쏘아보자, 로이 로스펠은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홀짝이곤 시가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너에 대해 조사 좀 해봤다. 제이 크라우더, 근방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출신 출생. 어머니는 셰라 크라우더 아버지는 이만 크라우더 맞지?”

 “…….”

 

 부모님이름 까지 전부 알고 있다는 것에 나는 경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전부 들통 났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로이 로스펠은 시가에 불을 붙이곤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 기사에 작게 기사가 하나 나있더구나. 시골 근방에 있던 어떤 가정집에서 아내가 폭력을 쓰던 남편을 살해했다는 글이.”

 “그 일이 신문에……?”

 “뭐, 기사엔 실명을 쓰지 않고 가명을 써서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알프레드가 알아온 정보를 듣고 확신했지. 네가 그 가정집의 아들이란 걸.”

 

 귀족은 천민인 나에게 저것 말고도 이것저것 설명을 들어 놨다.

 

 크라우더란 성은 흔하지 않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윌리엄이 몬스터 퇴치를 갔던 산에서 만났다 해서 그 근처를 조사하다 알게 됐다고.

 

 그리고 하고 로이 로스펠은 나를 가느다란 눈으로 날카롭게 쳐다보며 내뱉었다.

 

 “알프레드는 마을 사람한테서 들었다. 네가 그 이후 행방불명이 된 것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도 말이야.”

 “어, 엄마는 그럼 어떻게 됐죠?!”

 

 내가 도망친 직후의 일을 알고 있다 말하자 나도 모르게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로이 로스펠은 그러자 시가를 한 번 다시 피고 연기를 뿜어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끝내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네가 나간 이후, 왔던 동네 이웃과 싸움을 벌이다 그녀를 살해했고 현재 유치장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말도 안 돼……!!!!”

 

 두 귀로 듣고도 믿기 힘든 사실에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곤 식탁에 주저앉았다.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길 때문이었다.

 

 엄마가 그 아주머니를 살해하다니. 마을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그 둘이 도대체 왜……?

 

 심장이 미치도록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이 울림은 현재 내 동공이 흔들리는 수치와 거의 동일했다.

 

 저건 거짓말이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믿고 싶었지만, 로이 로스펠이 저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이것 또한 현실이라는 사실이 더욱 내 정신과 이성을 옥죄였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때.

 

 “여기서 나는 확신한 게 하나 있다. 너는 역시 우리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해왔다는 것을.”

 “…… 뭐라고?”

 

 로이 로스펠의 한 말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매섭게 노려봤다.

 

 다시 한 번 말해보라는 듯 도전적인 얼굴을 짖자, 그는 다시 한 번 시가를 빨아들이곤 썩은 냄새를 풍기며 내뱉었다.

 

 “네가 도망쳤을 땐 넌 이미 살인자의 아들. 게다가 갈 곳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 고민하던 도중, 블래크와 만나 그걸 죽이고 우연히 윌리엄과 만나게 됐어.”

 “…… 그래서요.”

 “너는 그때 생각한 거야, 윌리엄의 복장을 보곤 귀족이라 생각한 너는 돌아가 봤자 갈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다친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어서 그 녀석에게 돈을 받기 위해 그를 구해준 거야. 그래야 아주 잠깐 이라도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

 “지랄하지 마!!!!!!!”

 

 듣다못해 그만 흥분을 주채하지 못하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오른 나머지 벌떡 일어나 음식을 다친 왼팔로 다 쳐내버렸다.

 

 쨍그랑!!

 

 바닥에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음식 또한 바닥에 떨어지자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모녀는 충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로이 로스펠도 내 행동을 보곤 눈을 찌푸렸는데,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억울한 마음에 토하듯이 내질렀다.

 

 “나는 그냥 위험해 보여서 구한 것뿐이야! 당신이 눈앞에 구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도 구하지 못한 마음을 알기나 해!?”

 

 만약 어제 내가 아버지를 말렸다면 어머니가 그 사람을 죽일 일도 없었고 평소처럼 지내고 있었겠지.

 

 하지만 과거는 절대 돌아오지 않듯이 아직도 그 일을 미치도록 후회하고 있던 나에겐 저 말은 그 어떤 것보다 끔찍한 모욕이었다.

 

 “내가 만약 거기서 아빠를 말리기만 했다면 그런 일도 없었어!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가, 블래크가 나타나 윌리엄을 덮쳤을 때 생각했어! 내가 여기서 나서지 않으면 이 사람도 내 엄마처럼 될 거라는 걸!”

 

 이제야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어버린 원인은 바로 나 때문이라는 것을.

 

 블래크가 윌리엄을 배후에서 덮쳤을 때, 또 나를 지키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마음에 그런 것뿐이었다.

 

 그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이것뿐이었다.

 

 로이 로스펠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하다는 듯 토로하는 내 모습을 그저 쳐다보기만 하다가 깨진 접시와 엎질러진 음식을 보면서 말했다.

 

 “저런, 기껏 음식을 사줬더니 저렇게 만들다니. 역시 가정교육을 못 받은 아이 답구나.”

 “…… 필요 없어.”

 

 당신이 사준 음식을 입에 댈 바에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다고 말하면서 식탁에서 일어나 내가 날린 접시를 대신 치우려고 했을 때.

 

 “너 혹시, 에드 로스펠이 이런 말을 한 거 알고 있나?”

 “…….”

 

 갑자기 뒤에서 시가를 쪽 빨면서 말을 걸어왔는데,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으니 말을 무시하고 다시 손을 뻗었다가 로이 로스펠이 이런 말을 했다.

 

 “귀족에게 신분이라는 게 없다면 너희들에게 남는 건 파멸뿐이라고…… 그가 당시 살던 귀족에게 이런 경고를 내렸었지.”

 “……!”

 

 저건 분명히 내가 아까 귀족 4인방에게 내뱉은 것과 거의 비슷한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뚱땡이 녀석이 비슷한 말을 했었지, 에드 로스펠 같은 말 하고 있다고.

 

 나는 에드 로스펠의 말에 잠깐 흠칫 거렸는데, 그걸 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앞에 다가와 섰다.

 

 “이 경고는 우리 귀족에게만 알려져 있고, 서민들은 그가 저런 말조차 했다는 걸 모르지. 그런데 천민인 네가 어떻게 그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내가 저 말을 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다가, 문뜩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만약 저 남자가 내가 맞고 있는 걸 전부 몰래 지켜봤다면?

 

 확실히 그런 곳에 있을 리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났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쭈그리고 앉은 채 멍하니 엎질러진 음식을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로이 로스펠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꼬맹이, 윌리엄에게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죽을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산에서 어린 아이가 몬스터를 죽이고 있는 걸 발견하면 내 환생이라 생각해 부디 거두어 달라고.”

 “…… 그래서요?”

 “과정이야 어찌 됐던, 어느 집안에 태어났건 너는 내 아들을 살려준 은인인 건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너는 블래크라는 몬스터를 나뭇가지로 죽이기도 했고.”

 

 로이 로스펠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아주 잠깐 동안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가 말했다.

 

 “아까 너에게 했던 말은 사과하지. 대신, 그것으로 인해 너의 진심은 확실히 전달됐다.”

 “…… 뭐?”

 “어차피 너는 이제 갈 곳도 없을 테니,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나 하마.”

 “제안?”

 

 아까부터 계속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어보려다가, 로이 로스펠의 입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1년 이란 시간을 주마. 만약 네가 정말로 에드 로스펠의 환생이라면 그 시간 안에 우리 저택에 머물면서 윌리엄을 검술로 이겨봐라.”

 

 만약 이긴다면 이라고 로이 로스펠은 뜸을 들이다가 내뱉었다.

 

 “그러면 내가 너를 우리 로스펠 가의 자식으로 입양해주지.”

 “하……?! 웃기지……!!!”

 

 누가 그런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겠나.

 

 너무나 어이없는 제안에 내가 거절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기 위해 바닥에서 벌떡 일으키다가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시야가 하얘졌다.

 

 동시에 말도 끊어지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나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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