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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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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식이삼촌과 민자언니2
작성일 : 20-11-18     조회 : 266     추천 : 1     분량 :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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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구식이삼촌과 민자언니 2>

 

 어느 여름밤, 우리 아부지는 마당에 모기를 감전시켜 죽이는 기계를 설치했다.

 과수원의 나무들과 방목장 때문에 우리집에는 유난히 모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기코드를 연결하면 기계의 형광등 불빛에 유인된 모기들이 날아들고 그 모기들은 기계의 쇠창살에 달라붙었다가 전기에 찌르르 감전이 되어 타죽었다.

 모기나 나방, 빵개까지 날아들어서 다음날 아침이 되면 밑에 죽은 곤충들이 수북히 산을 이루었다. 그리고도 모자라서 주변 외양간에는 모기향을 피우고, 한켠에 베어온 이름모를 풀들을 태워서 매캐한 모깃불도 피웠다. 소와 개,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위한 아부지만의 배려였다.

 여름날 초저녁이면 엄마는 자주 냇가로 우리들을 데리고 빨래를 하러갔다. 그리고 우리들을 냇물에 집어넣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게 했다. 냇가에는 손전등을 손에 들고 고디를 잡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엄마가 그 사람들과 수다를 떨자 나는 혼자서 물속에서 나와서 쓰레빠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집에서 구식이삼촌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구식이삼촌은 얼마 전 먼 바닷가 도시의 조선소에 취직을 했었다. 친척아저씨의 배려로.

 ‘돈벌었다고 뭐 과자라도 갖다 주려고 왔나?’

 나는 오랜만에 집에 온 구식이삼촌이 반가워서 자전거 뒤를 따라 뛰었다. 그런데 구식이삼촌의 자전거를 봉씨아저씨네 구기자덤불 앞에 멈추었다. 그 앞에 어떤 여자의 그림자가 우뚝 서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살금살금 구기자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오랜만이야. 취직했다고 들었어.”

 민자언니의 목소리였다. 민자언니는 인근 도시에 있는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토요일이라서 집에 왔나보았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끌고 버들밭사이로 난 오솔길로 향했다. 두 사람은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나도 그 뒤 옛날 구원자네 밭 복숭아그늘에 몸을 숨겨고 납작 엎드렸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어.”

 이제와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니. 참나. 민자언니는 보통 불여시가 아닌 것 같았다.

 남자의 마음을 갖고 노는구만. 저것이 또 저러다가 자기엄마가 뭐라고 하면 또 구식이를 버릴거면서. 구식이삼촌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잘 지냈어. 병원에 취직했다는 얘기 들었다.”

 두 사람은 그저 그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구식이삼촌이 먼저 일어서면서 말했다.

 “반가웠어. 이제 부모님걱정하실테니 그만 들어가자.”

 그러나 민자언니가 돌아서는 구식이삼촌의 손을 잡아끌었다.

 “보고 싶었어. 정말.”

 민자언니가 구식이삼촌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니! 저 불여시같은 년이. 또 먼저 꼬리를 치네.’

 난 속으로 생각하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늘 딸의 행동을 주시하는 고상한 교회집아줌마의 모습이 또 어디서 툭 하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민자야! 이노무 지지바가!”

 아니나 다를까. 역시 교회아줌마의 호통소리가 들렸다. 교회집아줌마는 자기딸 민자에게 달겨들어 두 사람을 잡아뗐다.

 “여기서 뭐하노? 응? 어서 집에 가자!”

 교회집아줌마가 민자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엄마! 왜 이래요?”

 민자언니가 안끌려가려고 몸을 뒤로 빼며서 물었다.

 고상한 교회집아줌마는 민자언니의 등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소리쳤다.

 “왜 이러냐니? 내일 선볼 애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노 말이다. 응?”

 민자언니가 교회집아줌마에게 잡힌 손을 마구 잡아빼면서 말했다.

 “저 그 선 안본다고 말했잖아요.”

 그러자 교회집아주머니는 민자의 등을 두 주먹으로 마구 때리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게 어떻게 만든 자린데. 안본다니? 안본다니? 그게 말이 되나? 응? 누구 때문에? 구식이 때문에?”

 그러자 구식이삼촌이 교회집아주머니를 말렸다.

 “아주무이. 우리 그런 사이 아닙니더. 진정하이소.”

 교회집아주머니는 구식이삼촌을 와락 떠다밀었다.

 “듣기싫다. 참말로. 원수가 따로 없다! 와 자꾸 우리딸하고 엮이는기고? 으이?”

 구식이삼촌이 엉거주춤 휘청거리다가 옆에 세워둔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다.

 그러자 민자언니가 구식이삼촌을 감싸면서 빽 소리질렀다.

 “엄마! 구식이는 아무 잘못 없다니까! 내가. 나 혼자 구식이 좋아한다고요!”

 “뭐라꼬? 이년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누굴 좋아해? 그 아가리 안닥치나?”

 교회집아주머니가 민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었다. 역시 평소에 고상한 척하는 교회집아주머니도 별 수 없구나 싶었다. 인간의 자연본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집아저씨가 나타나 민자언니에게 호통을 쳤다.

 “민자! 니 당장 집에 들어가라! 말 안듣나?”

 머리가 쥐어뜯긴 민자언니는 그대로 집을 향해 뛰어갔고, 교회집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구식이삼촌에게 뭐라고 훈계를 했다. 구식이삼촌은 뭐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때 어두운 버들밭 아래로 귀신울음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하하하하하하!”

 “으악!”

 버들밭에 있던 교회집아주머니와 아저씨, 구식이삼촌을 비롯한 나까지 화들짝 놀랐다.

 내가 비명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세 사람 모두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았다.

 구식이삼촌이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니 거기서 뭐하노? 퍼뜩 집에 안가나?”

 하지만 그다음 순간 어둠속에서 들짐승같은 것이 와락 튀어나와서 버들밭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치면서 교회집아주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남우 자식 눈에 눈물빼고 너거 자식놈들은 성할 줄 아나? 이 더러운 연놈들아! 독사구더기에 썩어문드러질 연놈들~~ 너거가 내 자식 가슴에 대못을 박는구나. 불쌍한 내 자식만 죽었구나. 이 더러운 연놈들아!”

 역시나 배나무밭아주머니였다. 그녀는 어디서 그런 기운이 샘솟는지 힘이 장사였고 교회집아저씨가 뜯어말려도 쉽게 교회집아주머니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았다. 배나무밭아주머니는 교회집아저씨의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붙이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다.

 구식이삼촌이 배나무밭아주머니를 끌어안고 진정 시킨후에야 교회집아주머니는 비로소 풀려났다.

 “아이고, 이제는 별 미친년까지. 이기 무슨 난리고? ”

 고상한 교회집아주머니가 짜증스럽게 내뱉자 배나무밭아주머니는 돌아서서 교회집아주머니의 얼굴에 침을 콱 뱉았다.

 “아이고! 이게 무슨 짓인교?”

 “이년아! 남우 자슥 죽여놓고 니가 무슨 낯짝으로 나를 찾아왔더노? 으이? 이 벼락맞아 뒤질년!”

 “아니? 내가 남우 자식이 죽이다니? 이기 다 무슨 소리고? 응?”

 교회집아주머니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남편을 향해서 자기의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뱅뱅 돌리는 시늉을 했다.

 배나무밭아주머니는 그러고 난 후 뒤돌아서서 구식이삼촌의 얼굴을 쓸어주면서 말했다.

 “불쌍한 내 자식. 많이 애볐구나. 그동안 고생많았제?”

 배나무밭아주머니가 구식이삼촌을 얼싸안자 구식이삼촌은 가만히 있었다.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우리엄마와 냇가에서 고디를 잡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교회집아저씨와 교회집아주머니는 얼른 버들밭 사이 오솔길로 사라졌다.

 

 다음날, 만식이오빠가 동넷길을 터벅터벅 올라가고 있었다. 그 뒤로 어떤 여자가 만식이오빠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그 여자는 만식이오빠와 선을 본 아가씨인 모양이었다. 만식이오빠의 무거운 얼굴표정과는 달리 그 뒤를 따라가는 여자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카디 인사하러 오나보다.”

 우리엄마가 두 사람을 보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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