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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크라우더의 회고록
작가 : HONs
작품등록일 : 2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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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비극적인 운명의 시작(1)
작성일 : 20-11-19     조회 : 402     추천 : 0     분량 : 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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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었다.

 

 잠깐 동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정도로 아주 짧은 장면이었지만,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고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제이 크라우더. 네가 에드 로스펠의 환생이든지 아니든지 관심 없지만, 내 앞날을 위해서라도 너를 죽여야겠다.”

 

 초승달이 밝게 빛나던 어느 밤.

 

 얼굴과 목소리는 기억나진 않아도 어떤 사람이 손에 칼을 들이대더니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런 말을 하곤 곧바로 달려들었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가 누군가가 몸을 날려 달려들더니 대신 칼에 맞았다.

 

 이것에 깜짝 놀라고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크게 울부짖으려다가 번쩍 하고 눈이 떠졌다.

 

 “…… 꿈이었나?”

 

 이상할 정도로 너무 생생한 꿈에 잠깐 동안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냥 개꿈이라 생각해 신경을 끄고 이불에서 나왔다.

 

 비몽사몽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가서 씻은 다음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확인하고 구석에 놔뒀던 목검을 든다.

 

 오전6시 10분.

 

 어린이에겐 이른 아침이지만 1년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윌리엄에게서 이겨야하기 때문에 잠을 잘 틈이 없었다.

 

 나는 침대, 책상, 장롱 밖에 없는 초라한 방의 문을 닫고 저택 뒷마당으로 가서 훈련을 시작했다.

 

 어느덧 이곳에서 생활한지 1주일이 지난 상태이긴 해도 아직도 내가 이런 곳에 살게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는 준비운동을 하면서 몸을 풀다가 뒷마당을 몇 바퀴 돈 다음에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저번에 윌리엄에게서 배웠던 걸 복습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2시간 동안 검을 휘두르고 있었을 때.

 

 “좋은 아침.”

 

 옆에서 윌리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돌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시 검에 집중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열심히 하네. 어제 새벽까지 연습하지 않았어?”

 “어차피 방에 들어가서 할 것도 없는데 이렇게라도 해야죠.”

 “하하,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 가문에 입양되고 싶은 거야?”

 

 윌리엄이 장난기 섞인 말투로 씨익 웃으며 물어보자, 나는 계속 검을 내리치면서 무덤덤한 말투로 내뱉었다.

 

 “설마요, 저번에도 말했듯이 엄마를 위해서입니다.”

 

 그래,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입양이 아닌 어머니를 위해서다.

 

 당시 식당에서 쓰러지고 난 뒤, 눈을 떴을 땐 이미 윌리엄의 방 안이었고 로이 로스펠도 옆에서 의사랑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의아해 했다가, 뒤늦게 사람을 불러 저택에 다시 데려왔다는 걸 알게 됐고.

 

 내가 뭐 하자는 짓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윌리엄이 약간 안타깝고도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었다.

 

 “그래, 현재 그것이 너에겐 제일 우선 상황이니까.”

 

 아직도 당시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막 쓰러진 다음에 일어난 직후였는데, 윌리엄은 내 부모님에게 일어난 일을 전부 알게 됐고, 로이 로스펠은 그걸 이용해 추가 제안을 해왔다.

 

 그것은 바로 로스펠 가의 권력을 사용해 어머니를 짧은 시일 안에 석방시켜주겠다는 것.

 

 이미 2명의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라 사형을 피한다 하더라도 무거운 벌은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런데 그것에서부터 어머니를 구제해주겠다는 제안.

 

 이런 곳에서 지내는 건 죽어도 싫지만, 이번 기회를 잃게 되면 엄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영영 사라지게 된다.

 

 “윌리엄님, 이 사실은 다른 누구한테도 말 안 하겠다는 거 진짜죠?”

 “응, 이 사실은 나와 아버지, 알프레드를 제외한 그 누구도 몰라. 믿어도 돼.”

 

 이런 이유로 결국 나는 이곳에 지내게 됐고 윌리엄의 아래에서 검술을 배우는 신세가 됐다.

 

 저번엔 나의 어리석은 미숙함으로 인해 구하진 못했지만, 이번 만큼은 어떻게든 구해내보리라.

 

 “그럼 됐어요. 저기, 윌리엄님. 아직 아침이고 죄송하지만 대련 좀 부탁해도 될 까여.”

 “어. 상관없어. 그리고 윌리엄님이라니, 이제 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러.”

 “그렇지만…….”

 “내가 괜찮다니까. 자, 그럼 어서 와 봐!”

 

 윌리엄은 생긋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들어 올리자, 나는 휘두르는 걸 멈추고 목검을 두 손으로 쥔 채 곧장 달려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틈을 파고들면서 팔을 쭉 뻗어봤는데, 형님은 그걸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하더니 동시에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크윽……!!”

 

 다행히 순간적으로 검을 뒤로 빼서 공격을 막아내 대미지는 입지 않았지만, 자세가 무너진 탓에 중심이 뒤로 쏠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어이 어이, 너무 무턱대고 공격하는 거 아니야?”

 

 너무 간단하게 공격을 간파당하고 윌리엄이 여유를 부리며 놀리자,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다시 달려들었다.

 

 기습을 노리며 찌르는 전략은 먹힐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려는 자세가 너무 티가 났나.

 

 이번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공격해야겠다며 마음을 먹으며 다시 윌리엄에게 목검을 내리쳤다.

 

 “이얍!!”

 

 우렁찬 기합 소리를 내지르면서 대담하게 공격해 봤지만, 윌리엄은 가소롭다는 듯이 또 가볍게 받아쳐버렸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또 너무 쉽게 막혀버렸지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효타를 먹히기 위해 달려 나갔을 때.

 

 이런 나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학교에 가기 위해 저택에서 나온 그레시이아와 바튼이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하네,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도 저러는 거 보면 참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나참, 아버님은 왜 저런 쓰레기를 저택에 들였는지 몰라.”

 

 며칠 전, 갑자기 아버지가 식사 자리에서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말을 꺼냈을 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더럽고 미천한 천민을 1년 동안 잠시 이 귀족의 저택에 머물게 한다니.

 

 게다가 그 어떤 터치도 해선 안 된다는 말도 들었을 땐 처음으로 아버지가 미쳤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시간 안에 윌리엄을 이기게 된다면 저택에 들이겠다는 터무니없는 말.

 

 귀족의 집안에 천민을 입양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언어도단이 아닌가.

 

 역사적으로도 앞으로도 일어날 일도 없는 저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다른 분가 사람들이 납득할 거 같나.

 

 이러한 이유를 갖고 아버님에게 한 번 반항을 해보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가문의 주인은 아버지이고 그의 권력은 절대적이니까.

 

 바튼은 윌리엄이 천민을 훈련시키는 것을 보다가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듯 똥이라도 씹은 표정을 짓곤 고개를 돌렸다.

 

 “형님도 이해가 안 가, 왜 저런 놈에게 저렇게까지 해주시는 건지.”

 “뭐, 저리 열심히 해봤자 1년 안에 오라버니를 이기는 게 가능이나 하겠어? 그것도 겨우 아직 10살 밖에 안 된 꼬맹이가.”

 “하긴, 그것도 그렇지.”

 

 만에 하나 저 천민이 1년 안에 윌리엄을 이기고 이 집에 들어온다는 일은 만에 하나라 하더라도 결코 일어날 리가 없는 꿈.

 

 저 녀석 마음이야 어떻게든 귀족으로 신분상승을 하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 위한 벽은 너무도 높다.

 

 그리고 이것은 저렇게 실제로 대련을 하고 있는 놈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

 

 “근데 너는 기분도 안 좋냐, 저런 버러지와 1년이란 시간을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야 하는데.”

 “어차피 방도 따로 쓰고 식사도 따로 하는데 앞으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면 난 별로 상관없어.”

 

 1년 동안 식사를 같은 자리에서 하는 게 아닌, 지정해준 방에서 혼자 지내야 하고 그와 동시에 방 안에서만 식사를 해야 한다.

 

 방이 썩을 대로 넘치는 저택이라 해도 저런 생활은 거의 갇혀 사는 것과 다름없으니.

 

 그레이시아는 천민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곤 먼저 마차에 올라탔다.

 

 “얼마나 버틸지 우리 내기나 해볼래? 나는 음, 3달?”

 “좋아. 근데 3달? 너무 긴 거 아니야, 나는 길어봐야 한 달일 거 같은데.”

 

 ***

 

 알고 보니 윌리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12살의 나이에 벌써 귀족들 사이에서 검술의 영재라 소문이 나 있었고, 그 다음 해인 13살엔 이미 몬스터 퇴치를 전문으로 하는 기사단에 들어가기까지.

 

 고된 훈련을 받고 입대한 기사조차 어렸던 윌리엄 하나 상대하기 버거웠다고 했을 정도라 한다.

 

 그리고 14살이 됐을 땐 이미 왕국 내에서 이길 사람이 거의 희미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고, 작년엔 벌써 17살의 나이에 한 부대의 부대장이 됐다나.

 

 심지어 현재도 아직 왕국 기사단의 부대장으로 활동하면서 몬스터 퇴치 일까지 견임하고 있다 하니.

 

 이걸 윌리엄의 입에서 들은 순간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끝까지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는 노릇.

 

 비록 지금의 나에겐 정말 이기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벽이지만 언젠간 저것을 뛰어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하아…… 하아…….”

 

 윌리엄과의 수차례의 대련 끝에 결국 유효타는 커녕 공격이 스치는 것도 성공시키지 못한 나는 체력이 고갈되어 바닥에 대자로 쓰러졌다.

 

 “뭐야, 벌써 끝이야? 이거 아직 갈 길이 멀구만.”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자, 형님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면서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움직임이 너무 많아. 아까 말했듯이 무턱대고 공격하지 않고 신중하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까 예상을 하면서 행동하란 말이야.”

 “새…… 생각보다 그, 그게 너무 어려워서…….”

 “그리고 아직 자세도 엉성하고, 속도도 느리고, 공격하다 망설이고, 똑바로 상대를 쳐다보지 않고. 이러다 어느 세월에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너무 힘든 나머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듬거렸는데, 그러자 날아오는 건 속사포 같은 화살뿐이었다.

 

 “하아 하아…… 으악!”

 

 아직 검술을 배운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틈이 많은 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저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나는 어떻게든 몸에 힘을 불어 넣어 다리를 일으키고 자세를 잡았을 때, 윌리엄이 대견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로 내뱉었다.

 

 “그래도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도 벌써 어느 정도 기본은 확실하게 잡은 거 같아. 아직 손 볼 곳은 많아도 아주 대단해.”

 “그, 그럼…… 대련을 좀만 더.”

 “아니,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고 이제 연습이나 하자.”

 

 현재 나에게 필요한 건 대련이 아닌 기술의 습득과 연습이라고 덧붙이곤 윌리엄은 나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검술을 알려줬다.

 

 다시 기초부터 돌아가 검을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휘두르는 방법과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유효타를 먹힐 수 있는 방법까지.

 

 “날 잘 봐봐. 너는 검을 휘두를 때 이렇게 휘두른 단 말이야, 이러면 안 되고 자세를 좀 더 깍듯이 잡은 다음, 정확하고 날카롭게!”

 “그렇군요…….”

 

 나는 필사적으로 윌리엄이 가르쳐 준 것을 어떻게든 잊어먹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 입력했다.

 

 이후 계속 기술이 몸에 배일 때까지 죽어라 훈련.

 

 미칠 정도로 지치고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고통을 참으며 검을 휘두르는 일상.

 

 윌리엄과의 훈련이 끝나도 계속 뒷마당에 남아 쉬는 시간 까지 오늘 배웠던 것들을 복습한다.

 

 잠도 자지 끼니도 거르면서 방안에 들어간 후에도 항상 어떻게 해야 좀 더 기술을 좀 더 다듬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솔직히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생활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생각보다 버틸만 한 거 같다.

 

 비록 더럽게 힘들고 지치긴 하지만 이런 훈련에 어느새 재미를 느끼게 됐고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주구장창 검에만 집중하다가.

 

 어느덧 1달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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