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첫회보기
 
어쩌면 다시 시작인걸까.
작성일 : 20-11-21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115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녹음을 하면서도 힐끗 저를 바라보던 눈빛이 정말 아파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녹음을 끝냈다. 지원은 화장을 급히 지우고 세수만 했다. 그러고는 피곤한 탓에 침대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지만 눈을 감으려할 때였다. 윤재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오늘 녹음한 민국의 새 노래를 보냈다. 들으면서 생각하라는 눈치였다. 하여튼 쓸데없이 진지한 남자였다.

 

 “하, 정말 한숨 나오게 하는데 선수네…”

 

 노래가사도 문제지만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자꾸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

 

 다음날이었다. 몇 시간이나 망설이고 고민하다가 결국 윤기의 말에 넘어가 숙소로 향했다. 자신을 초대한 그 누군가가 미리 말을 해놓았는지 삼엄한 경비를 뚫고 멤버들의 숙소 앞으로 도착했다.

 

 이때 지원을 기다리며 육중한 현관 앞에 나와 있던 윤재가 반갑게 맞이했다.

 

 “지원아, 어서와.”

 

 그러나 지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오빠 아무래도 저는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요.”

 “뭘 여기까지 와 놓고 이래.”

 “무서워요.”

 

 지원의 흔들리는 목소리에 윤재가 가만 손을 뻗어 작은 어깨를 토닥였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미 자신은 제 3자였다. 그래서 다른 마음은 고이 묻어두고 긴장하는 지원을 위로했다.

 

 “우리 숙소가 흉가라도 되냐? 걱정 말고 들어가.”

 “오빠 그래도 이건…”

 

 그녀의 말을 끊고 윤재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너한테 누가 뭐라고 하면 내가 방패 되 줄게.”

 “휴…”

 

 보기 드문 그의 눈웃음에 지원의 긴장도 조금씩 풀렸다.

 

 그는 말없이 지원의 손에 든 봉투를 대신 들고는 현관의 비번을 눌렀다. 제법 묵직한 봉투를 보고는 윤재가 피식 웃었다. 말로는 안할 것처럼 해도 역시 지원은 마음이 여리고 착했다.

 

 거기에 막내에 대한 감정이 많이 남았다고 여겼다. 어쩌면 자신의 이런 무조건적인 추진력이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일단 막내는 이곳에 지원이 오는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성화까지는 아니지만 윤재의 부탁에 지원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난생 처음으로 전복죽을 끓였다. 또한 멤버들에게도 나눠 줄 작은 선물도 가져왔다.

 

 지원은 윤재의 뒤를 따라 숙소로 들어갔다. 거의 3달 만에 오는 곳이었다. 매니저를 비롯하여 멤버 모두가 거실에 모여 있었다. 민국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지원을 보고 많이 놀랐다.

 

 사실 윤재의 예고에 멤버들은 모두 알았으나 민국만 모를 정도로 모두 비밀로 했었다. 지원이 주춤거리면서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윤재가 나서서 다시 인사를 시켰는데 왠지 어색함이 흘렀다.

 

 하지만 요새 들어 분위기 메이커인 정민이 벌떡 일어나 다정하게 지원을 반겼다. 그러자 현석도 석재도 지원을 어제도 본 것처럼 농담까지 섞어 잘 대해주었다.

 

 “숙소에서는 오랜만이네.”

 “어서 옵쇼. 금녀의 집에 다시 온 소감은?”

 

 석재의 주먹 마이크에 지원은 수줍어하면서 대답했다.

 

 “아, 떨립니다.”

 

 그러자 석재가 특유의 웃음소리는 내면서 지원을 가장 푹신한 소파에 앉혔다. 그사이 윤재가 그릇들과 수저를 챙겨왔다. 곧 봉투에서 보온병을 꺼내어 죽을 그릇에 조심히 따랐다.

 

 리더는 괜히 갑자기 부지런한 윤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감정도 아직 다 추스르지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노력하는 형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민국아. 이거 먹어.”

 “웬 죽이야?”

 

 민국의 눈이 순간 커졌다. 오늘따라 이상한 윤재와 말없는 지원을 번갈아 보면서 의문을 가질 무렵이었다.

 

 호들갑스럽게 석재가 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윤재가 한 수저 뺏어먹으려는 석재의 손등을 때리며 말렸다. 생각보다 찰진 윤재의 매운 손에 석재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형을 때리네?”

 “그러니까 왜 탐내고 그래? 아직 아픈 사람도 안 먹었어.”

 

 윤재는 곧 민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민국은 죽그릇을 멍하니 본 채 할 말을 잃었다.

 

 “누나가 너 아프다고 하니까 걱정 되서 직접 만들어온 죽이야.”

 “아,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많이 먹고 힘내.”

 

 그 말에 민국은 감탄한 듯 지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음은 받아주지 않으면서 정성들여 끓여온 죽을 주었다.

 

 그는 뭔가 더 마음이 심란했지만 억지로라도 빙긋 웃어보였다. 멤버들이 달려들기 전에 미리 차단한 윤재가 수저를 들어 죽을 직접 떠먹여 주었다. 그러자 막내인 민국이 웃으면서 말렸다.

 

 “형, 나 어린애 아냐.”

 “먹여줄 때에 먹어라. 이런 모습 흔하지 않다.”

 “어서 먹어.”

 

 옆에서 정민도 거들었다. 솔직히 이런 약한 모습 보이는 것도 형이 내민 수저를 입에 무든 것도 괜히 난감했다. 하지만 형들의 눈이 무서워 할 수 없이 먹기 시작했다.

 

 윤재는 그릇의 끝이 보일 때까지 민국에게 죽을 떠먹였다. 참 살다 살다 이런 일을 겪을 줄은 민국도 다른 멤버들도 처음이었다. 이때까지 같이 살면서 본 윤재의 모습이 아니었다.

 

 특히 감기에 취약인 정민이나 막내를 보면서 걱정은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애들은 언제나 강하게 키워야 해!’ 하면서 손수 죽을 끓이던 석재를 탓했다.

 

 “다행히 죽은 잘 먹네.”

 “한 며칠 동안 막내가 속이 안 좋아서 밥도 잘 못 먹었어.”

 

 정민의 말에 지원이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을지는 몰랐다.

 

 “살이 3키로 빠졌어.”

 

 정민의 말에 지원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쩐지 녹음 할 때부터 이상했다.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기에는 민국의 탱탱했던 얼굴 살이 쏙 빠져있었다. 그런 아픈 애한테 저는 뭐라고 말했었나.

 

 편하게 누나 동생으로 지낼 수도 있는 문제인데도 너무 철벽을 쳤다. 이렇게 아픈데, 죽 한 그릇에 감동 받아 울먹이는 얼굴을 보이는 그가 안쓰러웠다.

 

 ‘민국아, 미안해.’

 

 지원은 입술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을 가슴 속으로 대신 했다. 잠시 후, 갑자기 먹어서 그런지 원래 속이 안 좋아서 그런지 민국이 구토를 하면서 화장실로 급히 달려갔다.

 

 “읍!”

 “또 왜 그래?”

 

 다들 걱정되는지 말들이 많았다. 윤재는 익숙한 모습이었는지 조용히 화장실로 걸어갔다. 지원의 눈도 저절로 윤재의 뒷모습을 따라 화장실로 향하고 말았다.

 

 곧 민국이 윤재의 부축을 받고 거실로 나왔다. 그새 얼굴이 창백했다. 이를 본 매니저가 급히 주방으로 가서 약을 챙겨왔다. 그러나 알약을 삼키기 전에 또 다시 속이 울렁이는지 민국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윽!”

 “병원 가봐야 하나.”

 “갔다 왔는데도 저러잖아.”

 

 다들 걱정스러운지 말들이 많았다. 이때 윤재는 화장실 앞에서 손을 까딱거리면서 지원을 불렀다. 아무래도 똑같이 걱정이 되었던 지원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잠깐 이리와.”

 “네?”

 

 그녀가 망설이다가 다가가자 윤재가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아, 형. 문 열지 마.”

 

 안에서는 정국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어때. 7년째 같이 살고 있는 형인데.”

 “윽! 싫어. 이런 모습을 왜 보여 달라 그래. 왜 누나를 데리고 와.”

 

 변기를 붙잡고 우는 그의 모습을 보니 지원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윤재는 그런 지원의 등을 살짝 밀었다. 직접 막내의 등을 두드려주라는 신호였다. 조금 망설였지만 지원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민국은 그나마 먹은 죽도 몇 개의 알약도 모두 토해내서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괜히 약해빠진 자신에게 화가 났다. 거기에 지원이 매몰차게 거절했던 날이 생각났다. 그는 서러워 연신 큰 두 눈에서 맑은 눈물을 짜냈다.

 

 여자 때문에 우는 것도 먹을 것을 포기하는 것도 민국에게는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윽고 그는 문 앞에 윤재가 아직도 있다고 착각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다고 누나가 나를 용서하나. 왜 데리고 와서 이런 모습을 보이게 해. 더럽게.”

 “…….”

 “난 이미 틀렸어. 형, 이제는 내가 싫대.”

 

 곧 민국의 듬직한 어깨를 들썩였다. 감기로 인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저 때문에 상처까지 받았다. 23살, 그의 첫 사랑에 흠집을 내었다.

 

 지원은 저도 몰래 손을 뻗었다. 그런 다음 너른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민국은 윤재답지 않은 부드러운 감촉에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아, 누나.”

 

 그녀를 보고 붉어진 눈을 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황급히 세면대에서 물을 틀고 입안을 헹궜다. 이런 추한 모습을 지원에게 보였다는 곳이 창피했다. 더럽게도 죽을 다 토해냈다. 정말 나란 놈은 똥 멍청이라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더 토해.”

 “아니 괜찮아요.”

 

 민국이 마른 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런 모습을 지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방송이든 공연에서는 늘 아프면서 늘 아픈 척도 하지 않았었다. 그것에 익숙했는지 지금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지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그의 손에 있던 수건을 빼앗아 입가를 닦아주고 젖은 손도 말끔히 닦아주었다. 그러자 지원의 행동이 곧장 이해가 되지 않는지 민국이 말을 꺼냈다.

 

 “갑자기 이러면 진짜 잊는 게 힘들어요.”

 “나도 힘들어서 그래.”

 “누나…”

 

 지원은 이만큼 와놓고 다시 거짓말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이제는 말리지 않을게. 너 싫다고도 안 할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누나 정말이에요?”

 

 그가 놀란 얼굴로 되묻자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사귀는 것은 아니야. 그냥 네 마음만 알아줄게.”

 

 그녀는 민국의 얼굴을 모두 닦고는 먼저 뒤돌아 화장실을 나갔다. 그 사이 민국은 울다가 웃고 말았다.

 

 뭐가 뭔지 모르지만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윤재는 아까보다 나아진 민국의 얼굴을 보고 혼자 흐뭇하게 웃었다.

 

 멤버들과 놀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저녁에 와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그녀가 일어났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민국이 직접 데려다 준다고 나섰다.

 

 “나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요.”

 

 그의 말에 멤버들이 현관에서 배웅을 하며 환호를 질렀다.

 

 “어우, 우리 막내가 상 남자네.”

 “그럼, 여자인데 안전하게 데려다 줘야지.”

 “지원아, 다음에도 또 놀러와.”

 

 키를 들고 먼저 나가는 민국을 따라 할 수 없이 지원도 발을 움직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을 맞았다.

 

 가볍게 파마한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솔솔 날렸다. 아무래도 옷차림까지 신경이 쓰인 지원이 그가 차문을 열기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들어가. 너 아프잖아.”

 “지금은 거의 나았어요.”

 “아니, 내가 싫어. 감기약 먹은 사람한테 운전 맡기는 것.”

 

 그러자 평소 귀여움을 담당하던 막내처럼 애교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 괜찮다니까요.”

 “나 택시타고 가면 돼.”

 

 그녀의 단호한 말에 민국이 단번에 풀이 죽었다. 이때였다. 1층 현관문이 열리고 윤재가 투덜거리면서 걸어 나왔다.손에 든 민국의 키를 뺐으면서 딱딱하게 말을 뱉었다.

 

 “거참, 사람 귀찮게 하네. 그냥 타고 가. 내가 운전기사 할 테니 둘이 뒤에 타.”

 “형.”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41 도피 그리고 중독 12/1 295 0
40 방해하고 싶어. 11/29 303 0
39 사랑이란 붙잡고 싶은 것 11/26 316 0
38 달콤한 우리의 시간 11/24 315 0
37 어쩌면 다시 시작인걸까. 11/21 316 0
36 시소게임 11/19 317 0
35 서기 힘든 자리에서 11/1 310 1
34 윤재의 다른 마음 (1) 9/26 376 2
33 대형 사고를 친 태영 9/23 314 2
32 오해는 오해를 낳고 9/21 321 2
31 마지막 데이트 (1) 9/16 371 3
30 누나만 보면 초조해. 9/14 331 2
29 정이 든다는 것은 9/11 310 2
28 너무 진중한 남자 9/9 341 2
27 윤재와의 데이트 (1) 9/7 381 2
26 사랑은 신기한 마법 9/2 315 2
25 화해하며 공정하게 8/31 319 1
24 진짜 병맛이네. 8/28 302 2
23 엇갈리기 시작해. (1) 8/26 378 2
22 현실연애 하고 싶어. (1) 8/24 361 2
21 저돌적인 연하의 구애 (1) 8/21 379 2
20 누나의 용기란 (1) 8/19 364 2
19 아이와 어른의 중간 (1) 8/18 383 2
18 감정의 늪에 빠져들다. 8/17 331 2
17 썸의 현장에서 8/16 332 2
16 맏형과의 데이트 8/15 338 2
15 설렘 가득 밤 데이트 8/14 349 2
14 술 마시면 나오는 진심 8/13 329 3
13 얼떨결에 감정을 품어 8/12 336 3
12 커플 옷을 입는 미션 8/11 334 3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