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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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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고리>
작성일 : 20-11-25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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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관님? 조사관님!”

 

 자신을 흔드는 원식의 손에 수연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네?”

 “왜 그렇게 서 계세요. 앉으시라니까요.”

 “아, 네.”

 

 하지만 겨우 자리에 앉아서도 수연의 눈은 강경식의 유골함에 고정되어 있었다. 설마 동명이인일까? 그러기엔 출생년월일과 사망년월일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집에 드릴 게 없어서 어쩌나.”

 “아유~ 제가 커피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이리 주세요.”

 “그런데 우리 아가씨는 뭘 그렇게 보시나?”

 

 수연의 눈이 유골함에 꽂혀 있는 것이 미순에게도 보였던 모양이다. 미순은 수연이 바라보는 곳을 힐끗 바라보더니 수연과 유골함을 번갈아 봤다. 그를 알아챈 수연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며 커피잔을 들었다.

 

 “집 안에 유골함이 있는 게 좀 독특해서요. 보통 납골당에서나 보던 건데...”

 “아~ 저거?”

 

 미순은 씨익 웃으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유골함을 낚아채듯 들고는 유골함의 뚜껑을 열고 뒤집어 흔들었다. 그를 본 수연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

 

 “저기 분리수거 하는데 갖다버린다고 하고는 깜빡했네.”

 “그게... 진짜 유골함이 아니었어요?”

 “진짜 유골함, 가짜 유골함이 어디 따로 있남? 유골이 담겼음 진짜고, 안 담겼음 가짜지.”

 “그럼 그 안에 있던 유골은요?”

 “버렸지?”

 “버려요?”

 

 능청스레 말을 이어가던 미순이 당황스러워하는 수연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구, 우리 아가씨 놀란 것 봐.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인간인데, 그런 짓을 하겠수?”

 

 미순은 마치 식기를 정리하듯, 유골함을 선반 위에 뒤집어 놓고 뚜껑을 그 옆에 세로로 세웠다.

 

 “그냥 장식이라우. 내가 이거저거 골동품 모으는 걸 좋아해서, 집에 이거 말고도 고리타분한 옛날 잡동사니들이 많답니다.”

 “아... 예...”

 “그러면 어디 이야기나 좀 해봅시다. 그래서 보험이 어떻게 된다는 거유?”

 “네, 그거 제가 설명 드릴게요.”

 

 원식이 미순에게 화재보험조사 관련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연은 혼란스러워진 자신의 머릿속을 하나하나 갈무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저 유골함이 진짜 강경식의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수연은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마치 다른 고객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도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납골당 강경식 유골 확인 요망]

 

 하지만 난감한 건 그 다음이다. 만약 저 유골함이 강경식의 것이 맞다면? 이 사람은 이 유골함을 어떻게 가지게 된 걸까?

 골동품으로 모았다는 말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이 사람의 태도를 봐서는 속에 능구렁이가 있어도 백 마리는 더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 저 사람은 강경식과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족 같은?

 

 도현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경식은 가족이 없었다. 부모도, 아내도 모두 사망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도현도 아들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던 것처럼 다른 가족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미순의 나이는 경식보다 조금 많은 정도? 혹시 그에게 누나가 있었을까? 그것도 가능성은 있었다.

 

 그렇게 가정한다 해도, 난관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유골은 어디로 갔을까? 더 좋은 어딘가로 옮기고 이걸 집으로 가져온 걸까? 하지만 아무리 빈 유골함이라고 해도 그것이 갖는 의미가 있을 텐데, 이렇게 막 다룰 수가 있나?

 

 “우리 아가씨가 겁이 많은가 보네?”

 

 갑자기 훅 들어오는 미순의 질문에 수연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네?”

 “계속 저거 보면서 표정이 안 좋잖아. 안 되겠다. 치워버려야지.”

 

 요란스럽게 무릎을 짚으며 일어난 미순은 유골함을 들더니 입구의 쓰레기통 옆에 보란 듯이 내려놨다.

 

 “아뇨, 그러시지 않으셔요.”

 “이해해요. 산 사람 집에 죽은 사람이나 쓰는 물건이 있으니 당연히 께름칙하지 않겠수? 그래서 나도 장식삼아 뒀다가 아니다 싶어 버리려던 참이니, 신경 쓸 거 없다우.”

 

 그때, 어디선가 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 테니, 여기들 있어요?”

 

 미순이 휴대폰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 뒤, 원식이 수연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응?”

 “원래 안 그러시잖아요. 다혈질이긴 하셔도 늘 침착하시던 분이. 당황하신 거 너무 티 났어요.”

 “미안. 예상도 못했던 걸 봐서.”

 

 수연의 말에 원식도 경식의 유골함을 힐끔 쳐다봤다.

 

 “이해는 하는데, 지금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저건... 저도 차근차근 알아볼게요.”

 

 원식의 말에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의 사고만 봐도 알 수 있듯, 미순이라는 사람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신 놓고 있다간 언제 반격이 들어올지 모른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접어두려 애썼다.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뜸하누?]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내가 언제 살갑게 연락하던 사람이든가?”

 [누가 안부 전화 바라고 묻나? 연락할 일이 분명 있을 텐데 안 하니 그러지.]

 

 전화 너머로 다짜고짜 들려오는 시비에 미순이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여자 홀몸으로 Bz를 일궈 회장 자리까지 올라간 대단한 사람이라지만, 언제 들어도 재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연락할 일이 뭐 있다고 그러셔요?”

 [강경식이 유골. 너냐?]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유?”

 [시치미 떼지 말어. 죽은 사람 유골 훔쳐 갈 독한 인간이 너 말고 또 있을까.]

 “워매... 무서운 소리를 하시네.”

 

 능청을 부리며 시치미를 뗀 미순은 전화를 노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뒤져버린 인간에겐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더니, 언제 유골은 또 찾아봤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던 미순은 다시 전화 너머 들려오는 까칠한 소리에 얼른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아무리 사람 아무렇지 않게 팔아먹는 인간이라 해도 인간의 도리는 해야할 거 아니냐.]

 “회장님. 내 대가리로는 지금 회장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오.”

 [좋은 말 할 때 원래 자리 갖다 놔.]

 “어차피 강경식 그 놈은 회장님도 쓰고 팽 버린 놈 아녀요? 왜 이제 와서 새삼스레 챙기신대?”

 [유진이.]

 

 그 한 마디로 미순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유진이 그 녀석이 경식이 챙기겠다니까 다시 가져다 놔.]

 “애비 노릇도 못한 놈은 왜 또 챙기겠대요?”

 [그 어린 것 눈에서 눈물 뽑는 거 볼 테야?]

 “하나만 하슈. 언제는 사람 아무렇지 않게 팔아먹는 독한 인간이래매요?”

 [그래서 어쩔 거야?]

 

 미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쩌고 자시고 지금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니깐요? 강경식 그놈 유골에 발이 달렸나 보지. 다시 잘 찾아나 보쇼.”

 

 그리고는 경자가 뭔가를 더 말하기도 전에 뚝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루 재수가 옴 붙어도 이렇게 옴 붙을 수가 없었다. 이를 빠드득 깨물며 무엇인가 고민하던 미순은 휴대폰에서 누군가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바로 성혁이었다.

 

 

 

 미순의 통화가 길어지는 듯했다. 어차피 당당하게 손님으로 들어온 것이니, 집안 구경 핑계로 좀 살펴봐도 될 것이다. 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이며 찬장을 차근차근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지잉-]

 

 문자 수신을 알리는 짧은 진동이 울렸다. 도현의 문자였다.

 

 [강경식 유골함 도난 당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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