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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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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붙잡고 싶은 것
작성일 : 20-11-26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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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렇게 밤새도록 문자질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저도 몰래 옆길로 새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물론 지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또 도망갈 만큼 냉정하진 않았다. 그는 메시지로 지원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내 느낌에 좋으면 잘하는 거야. 누나는 내 취향이거든요.]

 

 보지 않아도 그녀의 외마디 비명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휴, 빨리 만나고 싶다. 태양이 빨리 떴으면 좋겠네.”

 

 그 후에도 몇 분인가 더하고 지원의 단호함에 메시지 데이트는 끝이 나버렸다. 조금 아쉬웠지만 지원을 피곤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사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매우 망설였다. 그러나 민국은 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욕구를 자제했다.

 

 ‘휴 내일 볼 수 있잖아.’

 

 ***

 

 다음 날 밤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육중한 고급 빌라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이러다가 열애설이 분명 터질 텐데도 다행히 유명인이 아니라 그런지 잠잠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디스패치 기자라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때였다. 매니저님이 손수 걸어 나오셨다. 민망했지만 그녀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매니저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사실 처음이었다. 분명 썩 좋은 기분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멤버들이 하나도 뭉쳐 그녀를 반가워 하니 어쩔 수 없이 이해하는 것 같았다. 괜히 먼저 졸아서 그녀가 현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과부터 했다.

 

 “쉬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그러자 매니저는 비번을 누르기 전에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사실 이런 행동 너무 위험한 거 아시죠?”

 

 지원은 올 것이 왔구나 싶어 대답하였다.

 

 “네…”

 “그런데 애가 아프니까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서 우리 대표님 몰래 제가 돕는 건데. 더 나이가 많으시니 알아서 행동 해주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막내가 아파서, 그 남자가 안타까워서라니 지원은 마음이 몹시 씁쓸했다. 인간 약이 되어 주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어떻게 알아서 하라는 건지.

 

 어떡하든 안 보려고 그냥 잊으려고 3개월 동안 노력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운명처럼 이어졌다. 지원은 순간 치고 올라오는 열기에 입을 열었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해요. 하지만 지탄 받을 행동은 하지 않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물론 자신의 가수들을 걱정하는 매니저의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을 참지 못했다.

 

 “저기,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아니요. 사과 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다시는 안 볼게요. 제가 연락 끊을게요.”

 “뭐 그렇게까지.”

 

 매니저는 당황스러웠다. 단순한 충고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지원은 아예 선을 긋고 있었다.

 

 “그걸 원하시는 것 같아서요. 뭘 우려하는지 저도 다 알아요. 이해해요. 그래서 말해요.”

 “미안하지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때 비번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바로 민국이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혹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닌지 긴장됐다. 지원이 매니저보다 먼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민국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지원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상처는 혼자만 받아도 충분했다.

 

 이제야 활기를 찾은 그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다. 민국이 지원의 손을 잡아끌자 매니저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 어서 들어와요.”

 “아, 응.”

 “왔으면 나한테 연락을 하지.”

 “매니저님이 마중 나오셨는데 뭐.”

 

 그래도 저한테 말해줘야 한다고 툴툴대던 민국이 거실로 지원을 끌고 왔다.

 

 “이리 와요. 형들은 주방에서 야식 먹어요. 혹시 배고파?”

 “난 밥 먹고 왔어. 그래도 인사는 하고 올게.”

 “그래요.”

 

 민국은 자연스럽게 지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하지만 지원이 곧장 피했다. 멤버들의 숙소에서 스킨십을 하기엔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녀가 새침하게 먼저 주방으로 들어가자 민국도 따라 들어왔다. 형들은 모두 피자를 먹느라고 바빴다. 다가온 지원의 모습을 보고 왁자지껄 인사를 했다.

 

 “또 왔냐?”

 

 물론 맏형은 일부러 톡 쏘았다. 이를 보고 민국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 형! 다 알면서 꼭 그래.”

 “흐흐. 미안. 막내랑 둘이 이리 와서 먹어라.”

 

 그러자 지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됐어요. 마니들 드세요. 먼저 거실에 가 있을 게요.”

 “뭐 그리 피해? 전에는 우리랑 맥주도 잘 마시고 치킨도 잘 뜯더니.”

 

 그러자 민국이 노발대발 하였다. 안 그래도 현관문을 열기 직전에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매니저 형한테 한 번 폭격 맞은 누나가 그냥 도망 갈까봐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젠 석재 형을 따라 현석이 형까지 놀렸다. 그래서 막내인 민국은 일부러 더 목소리를 키워 사전에 막기로 했다.

 

 “형도 그만해.”

 “알았어. 막둥이 무서워서 원…”

 

 그러자 윤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형을 말렸다.

 

 “샘나서 그러냐? 왜 그렇게 막내 손님한테 투덜거려?”

 

 역시 맏형을 잡는 둘째 형이었다. 민국은 살짝 노려보고는 지원을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둘이만 보면 괜히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하는 지원 때문에 그는 거실에서 영화 볼 준비를 했다.

 

 그 사이 물론 정민 태영도 거실로 와서 명당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실은 불을 꺼서 어두웠다. 주방만 불이 밝혀 있었고 이내 7명이 다 모였다. 그녀는 민국이 가져다 준 과일 주스를 조금 마셨다.

 

 그녀는 이 순간이 꿈만 같았다. 한국 정상의 보이그룹의 7명의 멤버들과 최신 영화를 다운 받아 보고 있다니. 그것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의 거리에서 보고 있었다.

 

 지원은 민국과 정민의 중간에 앉았다. 숨이 막혀왔다. 친구와 동생이라고 생각하기엔 이들은 이미 다 큰 성인 남자였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 이건 팬이라 그래.’

 

 긴장 속에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섰고 윤기는 저질체력답게 벌써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태형은 아예 거실 바닥에 쿠션을 베고 누워 있었다. 맏형인 석재도 리더도 졸음이 온 얼굴이었다.

 

 ‘하긴 살인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왔는데 얼마나 피곤할까.’

 

 지원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려 민국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눈치를 챘는지 민국이 싱긋 웃음을 보였다. 언제 보아도 심장이 쿵쿵 뛸 만큼 귀여운 표정이었다.

 

 지원은 괜히 기분이 묘하고 가슴은 자꾸 콩닥거림에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민국이 스르르 다가와 바짝 달라붙었다. 지원은 그의 행동을 느끼고도 일부러 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온도가 느껴져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정민은 애교 많은 성격답게 간간히 그녀를 보고 웃어주었다. 달리 모나지 않은 성격이었다.

 

 지원과 정민은 가끔 소곤거렸다. 그것을 또 질투하듯 민국이 손을 내밀었다. 지원은 제 손을 잡는 그를 거부하진 않았다. 그러자 정민도 자꾸 손을 잡으려 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양쪽에서 서로 손을 잡고 야단이었다. 이런 오묘한 느낌들이 싫었다. 민국의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정민은 몰랐다. 어느덧 한 시간 반이 지났다. 영화가 끝이 났고 자막이 올라왔다.

 

 태영이 벌떡 일어나 거실의 불을 켰다. 극장에서도 보지 못한 영화를 잘 본 느낌이었다. 물론 절반은 기억나지 않았다. 양쪽에서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는 바람에 흥이 다 깨졌었다.

 

 “나는 이만 갈게.”

 

 지원은 가방을 들었다. 아직 전철도 끊길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자 민국이 그녀를 잡았다.

 

 “누나, 더 놀다가.”

 “영화만 보기로 했잖아.”

 “그래도…”

 

 막내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자 맏형과 윤재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때 정민도 합세했다. 그의 애교는 온 몸이 소름끼칠 정도로 최고였다.

 

 “지원아, 더 있다 가. 아직 11시도 안 됐어.”

 “다들 피곤해 보이는데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뭐 어때? 이런 기회도 흔하지 않는데 그냥 놀다가.”

 “아냐, 다음에 또 올게.”

 

 지극히 거리를 두는 그녀 때문에 민국의 표정의 좋지 못했다. 그래서 막 현관으로 다가가려던 찰나였다.

 

 정민의 성화에 못 이겨 만사 귀찮은 표정을 짓던 윤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딱 봐도 자다가 깬 그의 얼굴을 지원도 바라보았다.

 

 “더 놀다가 가라니까. 우리 애들이 원하잖아.”

 “그래, 같이 게임 하자.”

 “오빠, 정민아. 나는…”

 

 아직은 부담되고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꾹 입을 다물었다. 이때 윤재가 바짝 다가와 바로 앞에서 말했다.

 

 “늦으면 또 데려가 줄게.”

 

 최근 들어서는 보기 힘든 윤재의 적극적인 행동과 말투였다. 이런 경우가 같은 멤버들에게도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노는 사람도 아니고 피곤한데 그런 민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윤재는 그녀의 거부감에 당황스러웠다.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나 이 정도로 확고할 줄은 몰랐다.

 

 ‘우리 집 막내만 고집이 센 줄 알았는데.’

 

 이때 그가 다가와 지원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말에 지원은 숨이 저절로 멈추는 듯 했다.

 

 “내가 포기할 때 민국이 마음 받아줘라. 안 그러면 나 여기서 제대로 고백한다?”

 

 지원이 화들짝 놀라 작게 소리쳤다.

 

 “오빠!”

 “입이 심심한데 진짜 말할까?”

 “이러지 마요.”

 

 윤재와 지원이 서로 뭐라고 속삭이는지 다들 알고 싶었다. 그러나 윤재는 제 팔을 내밀어 다가오는 것을 철저히 봉쇄했다.

 

 그의 팔 안에 갇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지원의 얼굴을 보고 민국도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둘에게 있는 건지 궁금했다.

 

 “아니, 형. 무슨 얘기를 그렇게 비밀로 해? 궁금하잖아.”

 

 참다못해 태영이 묻자 윤재가 입을 열었다.

 

 “어, 내가 말이야…”

 

 이때 빛의 속도로 지원이 손을 내밀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런 지원의 갑작스런 행동에 다들 놀랐다.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쏙 들어가고 싶었다.

 

 7명의 남자들은 장난기도 많고 한시도 안심할 수가 없게끔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원이 부들부들 떨며 윤재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윤재가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 별거 없는데 왜 내 입을 막고 그래.”

 

 윤기가 살짝 짜증을 냈다. 이 순간 당황스러운 것은 그녀뿐이었다.

 

 “뭐야? 나 되게 궁금해.”

 “형, 왜 그래?”

 “어서 말해봐.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다들 한 마디씩 하면서 윤재의 등 뒤에 매달렸다. 지원은 빨리 이 집을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두를 신으려 할 참이었다. 그녀의 앞에서 윤재의 엄청난 말들이 또 흘러나왔다.

 

 “어? 궁금해? 그게 말이야. 내가 사랑한다고.”

 “헉, 누굴?”

 

 정민이 나서서 묻자 석재로 현석도 거들었다.

 

 “형이 사랑을? 하하하하.”

 “설마 여자를?”

 “그러면 남자겠어?”

 

 평소 그의 성격은 매우 까칠하여 여자에게 엄청 철벽을 치는 편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사랑이란 단어가 나와 놀라긴 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그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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