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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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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5
작성일 : 20-12-07     조회 : 139     추천 : 0     분량 :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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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의 차량은 속력을 낼 줄 모른다. 그 느린 행렬은 거북이걸음을 하다 신호가 바뀌며 멈춰서기를 반복한다. 멈췄다 다시 움직이려니 또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단색으로 칠해진 차들과 달리 흰 바탕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외양을 꾸민 응급구조차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거북이 속에 끼인 토끼 같지만 차마 거북이를 밟고 지나가지 못한다.

  “은근히 막히네.”

  “확, 그냥 사이렌 울려버릴까?”

  “너는 그게 문제야. 성격만 급해가지고.”

  “성격이 급하니까 마누라를 빨리 얻었고 이제 곧 애 아빠도 되잖아. 너는 성격이 너무 느긋해서 여자친구도 없고.”

  “어쭈, 시비냐?”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운전하는 사람의 옆구리를 툭, 툭, 쳐댄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흐흐흐.”

  운전석 남자가 능글맞게 웃음을 흘리자 옆자리의 남자도 같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은 그리 바빠 보이진 않는다. 여유롭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가끔 서로에게 농담을 던진다. 정체가 심했던 구역을 지나 제한속도까지 끌어올려 10분쯤 달리니 자동차들이 늘어선 주차장에 도달한다. 거기에 주차하진 않고 그대로 지나쳐 언덕 위에 건물이 자리한 하얀색 병원 건물 입구 앞에 멈춘다. 응급구조차이기 때문에 병원 입구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응급상황으로 보이진 않지만.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되지?”

  운전석에 탄 남자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옆자리 남자만 차에서 빠져나온다.

  “응. 그 할머니 집에 데려다 주면서 그만 깜빡했어. 괜히 두 번 오는 수고만 하게 됐네. 내가 깜빡하면 너라도 챙겨야지.”

  “남 탓을 하기는. 네 머리 탓을 해.”

  웃으며 문을 닫으려는데 운전석 남자가 다급히 손짓을 한다.

  “야, 야. 저기.”

  몸을 숙여가며 앞을 가리킨다.

  “왜?”

  “저기 신기자 맞지? 신수지 기자.”

  신수지라는 이름에 차에서 내리던 남자의 눈이 금세 휘둥그레진다.

  “어디, 어디?”

  수지가 입구를 가로질러 병원 안으로 들어서는 게 보인다.

  “횡재다!”

  문을 급하게 닫더니 수지를 향해 그대로 뛰어간다. 그 뒤에 대고 운전석의 남자가 크게 웃어댄다.

  “안녕하십니까!”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남자를 수지가 돌아본다.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수지 앞에 선다.

  “그건 제가 물어야 할 말 같은데. 저야 병원 드나드는 게 일인데 수지 씨는 무슨 일로?”

  “기사로 쓸만한 게 있나 해서요. 병원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없잖아요. 요즘 이 병원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하고요.”

  “아, 그거요. 애들 장난 같은 이야기던데. 죽은 사람이 복도를 돌아다닌다니 웃기죠.”

  “애들 장난이라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으면 되거든요.”

  슬쩍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수지를 남자는 아랑곳 않는다.

  “어디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실래요?”

  “제가 식전에는 커피를 안 마시거든요.”

  “아직 식사를 못하셨구나. 그럼 밥 먹을까요?”

  “명현 씨, 죄송해서 어쩌죠? 병원 돌아보고 금방 들어가 봐야 해서요. 다음에 하죠.”

  명현은 고개를 까딱, 이고 돌아서는 수지의 뒷모습을 입맛을 다시며 바라본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운전하던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건다.

  “이번에도 퇴짜냐?”

  “퇴짜는 무슨.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차근차근 얼굴을 보이는 거지. 넌 책도 안 보냐. 자꾸 보면 정든대.”

  “흐흐. 잘 해봐.”

  운전자가 등을 툭, 툭, 쳐주며 앞으로 걸어가자 명현은 그 뒤를 따른다. 멀리 원무과 간판이 보이고 사람들이 복도를 바삐 오고간다. 앞서 걷던 남자가 트로트 가락을 흥얼거리자 명현도 같이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즉흥적으로 울리는 멜로디가 여유롭게 퍼져나간다. 리듬을 타고 가락이 오르락내리락 맴돈다. 주변의 바쁜 공기를 밀어내며 잠시 느긋하게 지낼 틈을 찾는다. 바쁠 땐 바쁘더라도 지금은 쉴 순간이라, 그것을 온전히 즐기겠다는 심산이다. 두 사람은 바삐 흘러가는 병원 안 순환선을 피해가며 천천히 나아간다. 마치 병원 안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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