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너가 눈을 뜨는 순간 우린 늘 함께였어
작가 : 류희수
작품등록일 : 2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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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3)
작성일 : 21-01-24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2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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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쾅! 쾅!’

 “살려주세요! 제발!!”

 3반 옆 중앙 계단 쪽 셔터가 아닌 아까 반 친구들이 나갔던 1반 옆에 있는 끝 쪽 계단에서 누가 절박하게 셔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주영은 아차하고 생각했다. 아까 나갔던 친구들이 셔터가 닫히기 전까지 반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3반 수업 쌤과 다른 반 수업 쌤 한 분을 비롯한 이 공간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복도로 나와 셔터 앞으로 모였다. 선생님 두 분은 셔터 밑 부분을 잡고 하나, 둘, 셋을 외친 다음 힘을 주었다. 그러나 셔터는 꿈쩍도 안 했다. 그러자 다른 반 수업 쌤이 말했다.

 “부수죠?”

 3반 수업 쌤이 대답했다.

 “그럼 불길이 이쪽으로 올 거예요!”

 3반 수업 선생님의 대답을 듣자 다른 반 수업 선생님은 버럭 화를 내었다.

 “그럼 쟤들이 죽는 걸 바라십니까?”

 “그건….” 3반 수업 쌤은 확실하게 대답을 못하였다.

 “잘 들으세요, 윤리 쌤. 그 쪽은 다수가 안전하게 있는 것이 났다고 생각할진 몰라도 난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나의 아니 선생님의 직분은 이런 위급상황에서 다른 무엇보다 모든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임무입니다. 설령 자신이 위험해지더라도.”

 3반 수업 쌤은 다른 반 수업 쌤의 말을 듣자 고개를 푹 숙인 채 3반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다른 반 수업 쌤은 3반 수업 쌤의 그러한 행동에 개의치 않고 셔터를 몸으로 힘껏 여러 번 들이박았다. 그러자 셔터는 계속 약간씩 흔들리다가 결국 구부러져 조그마한 틈새가 생겼다.

 “애들아 잘 버티고 있니?” 다른 반 수업 쌤이 헉헉대며 말했다.

 “선생님 연기가 너무 많아 숨쉬기 힘들어요.”

 다른 반 수업 쌤은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더욱 힘껏 셔터를 들이박았다. 그러나 셔터는 더 이상 구부러지지 않았다. 더운 공간에 계속해서 힘을 쓰다 보니 다른 반 수업 쌤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이박고 있었는데, 3반 수업 쌤이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와 지쳐있는 다른 반 수업 쌤에게 말을 건넸다.

  “자, 이걸로 해봅시다.” 3반 수업 쌤이 대걸레 2개와 소화기를 1개 가져왔다.

 “지금 대걸레로 틈새를 벌리자는 겁니까? 그것 가지고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반 수업 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했다.

 “물론 제가 간 반 걸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세 반 걸 모으면 어떻게 될까요?”

 “한 반에 두 개, 세 반 걸 합치면 여섯 개 그럼….”

 “그리고 또한 우리는 지금 40명 정도가 있습니다. 그들의 힘을 합치면 어른 한 명은 빠져나올 틈새가 생길 겁니다.”

 그 말을 들고 다른 반 수업 쌤은 주변 학생들에게 말했다.

 “뭐해? 못 들었어? 얼른 나머지 반 것도 가져와! 그리고 소화기도 있으면 가져오고.”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허겁지겁 1반과 2반에 들어가서 대걸레 4개와 소화기 2개를 챙겨왔다. 두 선생님은 대걸레 6개를 움켜쥔 다음, 셔터에 생긴 좁은 틈새에 비집어 넣었다.

 그리고 힘 좋은 남자애들을 모아 대걸레를 왼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대걸레가 지렛대 역할을 해주어서 셔터의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걸래를 최대한으로 밀자 간신히 사람 한 명 다닐만한 틈새가 생겼다.

 3반 수업 쌤은 학생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였고 다른 반 수업 쌤은 소화기 하나를 들고 셔터 틈새를 통과해서 4층으로 거의 다 올라온 불길을 향해 뿌렸다. 그러고는 차례차례 학생들을 업어서 옮겼다.

 구출된 학생들은 총 5명이었으며, 세 명은 구출되자 계속 기침을 해댔다.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듯 했다. 그런데 다른 두 명은 연기를 많이 마신 것을 더불어 의식이 없었다.

  3반 수업 쌤은 수업을 할 때 가져온 자신의 텀블러를 의식이 있는 세 명에게 주었다. 세 명은 텀블러에 있는 물을 마시자 다행히 기침을 멈추고 일어섰다. 그리고 두 선생님들을 보며 말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아난 기쁨에 좋아하기도 잠시. 셔터 틈 사이로 불길이 오기 시작했다. 다른 반 수업 선생님은 그것을 예상했단 듯이 소화전으로 가서 소화전을 열었다.

 “X발 누가 이랬어...” 다른 반 수업 쌤은 망연자실한 채 소방 호스를 끌고 왔다. 겉으로만 봐도 뭔가 이상했다. 주영은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참담했다. 호스는 여러 군데가 엉켜있었고 그로인해 호스가 짧아서 불 가까이로도 갈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다. 4층 스프링클러가 작동된 것이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가만히 물을 맞고 있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쳐있는 다른 반 수업 쌤은 정신까지 지쳐버린 듯 했다.

 3반 수업 쌤만이 셔터 앞에서 불길을 향해 소화기를 쏘고 있었으나 그 소화기마저도 다 써버렸다. 남은 소화기는 한 개다.

 ‘우리 학교는 소화기가 왜 이리 적게 배치되어 있는가.’ 3반 수업 쌤은 한탄했다.

  소화전 사용불가, 방화셔터 미작동, 소화기 소수배치, 이게 이 학교의 현실이었다.

 

 주영은 이 이후의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반은 세 반인데 왜 선생님은 두 명밖에 없었는지, 한 반당 20명 내외인데 왜 그 공간에 40명이 있다고 했는지, 그럼 한 반이 없었다는 소린데 어느 반인지, 그렇다면 그 반은 어디에 있었는지. 주영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기억을 더 떠올리려 했으나 더 이상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주영은 이 화재로 왼손에 동그란 테두리 모양의 화상 흉터를 입었으며, 그 흉터는 현재까지 주영의 왼손에 남아있다. 물론 왜 이러한 화상을 입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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