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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 사냥꾼
작가 : 아미엘
작품등록일 : 20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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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입니다. 2
작성일 : 21-01-25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5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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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신고가 된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거야말로 마귀잖아.”

 라고 Y의 공책에 쓰인 문장을 가리키며 M이 말했다. 마귀라니. 당시에는 그런 말을 왜 나한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컸으리라. 그때 그를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M도 N이 마귀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테니까. 마귀라고 생각하는 지금은 그 말이 그때와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의 생각도 다를 수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M도 말하지는 않았다.

  미영의 말과 관련해서 시끄럽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최근에 명석이 죽었던 곳으로 갔던 일이 생각났다. 명석을 죽인 범인은 잡히지 못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명석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살인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세상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죽음도 적지 않다는 사실도 놀라울 뿐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N도 명석의 죽음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에게 연락이 온 것은 아니었다. 명석의 집에서 눈동자가 변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고 와서 잊으려고 노력하는 데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서 연락이 왔다. 메신저로 연락이 온 것이라 성별을 알 수 없었다. 내가 마귀라서 자신에게 연락했느냐고 물었다. N이 예전에 눈동자의 색이 변했다는 걸 알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연락한 이유가 N이 살인자를 죽인 ‘영웅’이라서 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N이 아니라 남자였지만, 그건 믿지 않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것도 대부분 잊었을 텐데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전히 N을 영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명석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니 쉽게 만나줄 거라고 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기야 그래서 초대를 했을 수도 있다.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먼저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아무래도 남자가 연락했구나 싶었다. 남자는 명석을 죽이고 싶지 않으냐고 말했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도와주게 됐다. 사실 그 뒤로는 만나지 못했다. 아니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남자도 누구인지 말하지 못했다. 남자는 어쩌면 이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쪽에서는 알 수도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기도 했다. 명석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그러자 본인이 잘살았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명석의 가족을 찾아서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는 했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뭐 안 좋은 소식은 모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명석의 아내가 연락한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의 일이었다. 전화가 왔고, 낯선 번호였기에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목소리였다. 광고 전화라면 대충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은 명석의 전 아내라고 했다. 가족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자 다들 그런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혼했지만, 같이 지냈다고 했다.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니라는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애초에 N이 명석을 만난 게 얼마나 되겠는가. 문득 명석이 N에게 가족에 대해 말했던가, 없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했었다. 하기야 어느 쪽이건 그가 진실을 말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N이 영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고 해도 남이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 이유는 없다. 거짓말일 수 있다.

  N은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명석이가 이 번호를 알려줬다고 했다. 이상했다. 명석에게 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었던가. 애초에 자신이 아는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는지, 동명이인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몇 번으로 전화를 걸었냐고 물어보니 번호는 맞았다. M은 자신은 명석을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당연히 명석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다.

  “명석 씨에 관한 거예요. 그래도 명색이 지금은 이혼했지만, 전에는 그래도 연락을 했었는데 이상해요.”

 라고 말했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그러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살아있다면 그랬겠죠.”

 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다. 심부름센터에 찾아달라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살아있다면 연락했을 거예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애들은 끔찍하게 여겼던 사람이 애들한테도 연락하지 않는다는 건 죽었다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오히려 더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다

  “이혼해서 어렵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렇게 이해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고민하다가 알았다고 하고는 만나자고 했다. 그녀의 동네는 어려우니 N이 사는 말이나 직장 근처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만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 끝에 언젠가 S와 같이 갔던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아무래도 카페가 그나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찾아오기 힘들 것 같냐고 말했다. 잠시 고민하더니 알았다고 했다.

  전에도 가 본 적이 있어서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 S가 공부하다가 힘들다면서 카페의 조각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했었던가, 어쩌다가 거기에 가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사소했다는 것이리라. 쉽게 찾아왔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여기는 뭐가 맛이 좋냐고 물었다. S와 왔을 때 말고는 찾아온 적이 없었기에 잘 몰랐다. 직원에게 뭐가 맛있냐고 묻자 카페라테랑 모카커피가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달라고 말했다. 명석의 전 아내가 두 사람은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몇 번 만났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에 따르면 대학 때 만났다고 했다. 그 무렵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주 어울려 다니다 친해지게 됐고, 관계를 맺었으며 임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라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 것들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처음엔 두 집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 근처의 짐에서 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구했을 때 두 사람은 정말 기뻤다고 했다. 그래봤자 전세였지만,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은 그런 중요한 걸 왜 두 사람이 결정하느냐고 물었다. 사기라는 걸 알게 된 후라 할 말이 없었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기만 한 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이제는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도 싶었다고 했다. 또한 당시 그들을 속인 사람이 지금 아니면 집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홈쇼핑채널에서 ‘마감 임박’이라고 하면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정말 그 순간은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이는 커가는데 돌아다니는 것에 지치기도 했다. 물론 그런 말들이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돈을 날리고, 집은 구하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시댁으로 들어갔다. 그게 나빴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라도 지낼 수 잇는게 사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며칠은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날려버린 돈이 너무나 아까워서. 아마도 시부님도 눈치챘을 거라고 했다. 눈이 퉁퉁부었다면서. 지금이라면 그런 어리석은 계약은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렸지만, 그때는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그때도 성인이었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명석이 돈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아이가 갑자기 아팠다고 했다.

  “지금은 건강해요.”

 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몸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를 위해 병원에도 갔지만 돈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런데 우연히 많은 돈을 버는 법을 알게 되었고 간신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왜 지금은 이혼했는데요?”

 라고 묻자 망설이는듯했다. 정말 후회했다고 했다. 물론 그때까지는 아이도 건강해졌으니 둘이서 잘 살면 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혼을 요구한 것은 놀랍게도 명석이라고 했다. 정말 놀랐다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에 만난 여자랑 사귀는 거냐. 혹시 정말로 불륜이라도 저지르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질문을 하는 순간 사실이 될 것 같았다. 그건 두려웠다고 했다. 남편의 이혼 요구를 받으면서 처음 몇 번은 이혼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다른 여성과 같이 있는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꽤 부유해 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이혼해주는 게 나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잖아요. 갑자기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었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사랑해서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요. 그게 서로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그것이 오해라는 걸 깨닫고 나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럼 두 사람은 어떤 사이냐고 물었다.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모른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은 남녀관계의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만나려고 했던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우물쭈물했다. 그러다가 요즘엔 명석과 연락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살해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죽었다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거라고 했다.

  “남편이 죽기를 바란 건가요?”

 라고 말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가 죽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 생각났다. 분명히 자살하려고 했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누구였을까. 분명히 자신을 살린 사람이 있을 텐데 알 수 없었다. 당시엔 정말 죽고 싶었다.

  분명한 사실은 M은 아닐 것이다. 그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은 아니지만 살릴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니까. 과거에는 K의 죽음 때문에 원망했었다.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죽기를 바랐다면 모를까, 살리려고 애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P일까. 가능성이 크다. 과거 눈동자 색이 변하는 사람들이 죽어갔던 날 그를 구한 것이 어찌 보면 P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때 처음으로 여기에 왔었다고 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본부에 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다. 그러고 얼마 안 돼 동네에 눈동자가 변하는 종족을 죽이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적지 않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그 와중에 부모님도 친구들도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뾰족한 대책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소녀의 말대로 변명에 불과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P를 따라가라는 부모의 말을 들었을 뿐이다. 가끔 부모님이나 소녀, 그리고 J를 비롯한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밖에 나갈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본부의 지하에 있는 P의 방에서 지내면서 편한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컬러렌즈를 끼는 것을 포함해서 눈동자가 변하는 걸 감출 필요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고, P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N의 부모님이 알려줬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집에 왔었던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만큼 P는 믿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Y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Y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들어왔을 때 많이 놀랐다. 잠깐 사이에 죽이는 게 나을까 고민했었다. Y는 그런 N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너 같은 사람’을 지키고 싶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마귀 사냥꾼 우두머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너 같은 사람’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P는 Y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때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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