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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거장
작가 : 헤이미치
작품등록일 : 202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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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난 이렇게 악바리인 여자가 섹시하더라구!
작성일 : 21-04-12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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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국 우주 정거장 시설 경비대 대장 이정아입니다. 정윤서 님이 여기 우주 정거장 요원 국제 훈련 센터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기록해서 기대가 큽니다.”

 

 정아는 윤서 가까이에 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민다. 윤서는 마주 잡고 악수를 하며 정아를 유심히 살핀다.

 

 맑은 눈빛, 신뢰감 있는 목소리, 화장기 없는 얼굴, 잘 훈련된 몸가짐. 윤서는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이 여자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일 아침 우주 엘리베이터 역에서 만나요.”

 

 역시 윤서를 탐색하는 얼굴이던 정아는 말을 마치더니 손을 빼서는 돌아선다.

 

 “30대로 보이는데.”

 

 옆에 서 보던 스티브가 한마디 덧붙인다.

 

 “나보다 어린데 대장이라...”

 

 말하는 윤서는 걱정어린 눈빛이다. 스티브가 윤서의 몸을 돌아 세운다.

 

 “오늘 이후 우리 당분간 잘 못 만나겠어. 저녁 식사 같이해.”

 

 윤서가 스티브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부드러운 조명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고 테이블마다 꽃이 놓여 있는 이런 로맨틱한 분위기는 20세기 때부터 100년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윤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소고기 배양육을 칼로 썰으며 마음이 편안하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윤서의 하늘거리는 원피스 소매가 가볍게 흔들린다. 부드러운 천과 강인한 근육이 대비된다.

 

 “내가 언제 당신한테 처음 반한 줄 알아?”

 

 맞은 편에 앉은 스티브도 보타이 정식 남자 정장이다. 그래서인지 더 그리스 조각상 같은 얼굴 선이 돋보인다.

 

 “철인 3종 경기 마라톤 마지막에서 내가 죽을 듯한 몰골이었을 때.”

 

 “얼굴은 잔뜩 찌프려져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고 머리는 땀에 젖어셔 철렁거리고 몸 근육은 부들거리고 지옥에 다녀 온 모습이었지. 근데 그게 그렇게 섹시하더라구.”

 

 윤서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피식 웃는다.

 

 “내 생애 45살 여자가 그렇게 강인한 건 처음 봤다니까.”

 

 스티브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윤서는 샐러드도 집어 먹는다. 평소에 보통 대할 수 없는 이런 자연식. 항상 간편하게 열량 보충형 그리고 영양 완벽형 알약만 먹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좋은 남자와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함께 하는 자연식는 천국의 맛이다.

 

 “앞으로도 스티브를 자극하려면 땀에 절은 채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야겠네요.”

 

 그 말에 스티브가 하하 웃는다.

 

 “나도 내일 사국 우주 정거장에 돌아가. 한동안 잘 못 보겠군.”

 

 샐러드를 씹다 말고 윤서가 놀라서 본다.

 

 “여기 강사일 그만 두고요?”

 

 “응.”

 

 “그럼 내일부터 당신은 사국 우주 정거장에 나는 정국 우주 정거장에 있겠네요.”

 

 스티브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겠어.”

 

 칼과 포크를 계속 움직이며 스티브가 말을 잇는다.

 

 “이해가 안 가. 정국 우주 정거장 시설 경비대 요원들은 전부 사람이잖아.”

 

 윤서가 고개를 들어 스티브를 본다.

 

 “그게 왜요?”

 

 “어떻게 우주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을 사람으로 쓸 수가 있어? 능력이 안 되는데. 우린 전부 로봇으로 써.”

 

 하긴 그렇다.

 

 “근데 스티브는 사람이잖아요?”

 

 “대장만 사람이야.”

 

 스티브가 선선히 대답하자 윤서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벽에 붙은 윤서는 등이 좀 아팠지만 스티브의 키스가 뜨거워 아픔을 잊는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데이트가 끝난 후 스티브는 윤서가 머무는 훈련생 기숙사에 바래다 준 참이다.

 

 이제 내일부터 한동안 못 볼 생각에 스티브는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윤서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사랑하지는 않는 걸까? 윤서를 자신의 느낌에 갸웃했다.

 

 스티브의 입술이 얼굴 여기저기를 스치지만 윤서를 스티브의 몸을 살짝 밀친다.

 

 “이제 그만 가 보세요. 저도 내일 출발 준비를 해야 해서.”

 

 스티브가 몸을 떨어뜨리며 아쉬운 얼굴이다.

 

 “음. 잠깐.”

 

 스티브가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작은 상자를 꺼낸다.

 

 “자기 선물이야.”

 

 윤서가 상자 뚜껑을 열자 작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다. 스티브가 상자에서 목걸이를 빼더니 윤서의 목에 걸어준다. 목걸이를 거는 스티브의 숨결이 뒷목을 간지럽힌다.

 

 “나를 잊지 말라구.”

 

 윤서가 목에 걸리 목걸이의 보석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목걸이가 빛에 반짝 빛난다.

 

 정국의 우주 엘리베이터 역은 초현대식 건물이지만 그다지 북적거리진 않는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부터 출발해 대기를 뚫고 우주로 올라가 성층권 바로 위에 돌고 있는 우주 정거장에 바로 연결된다.

 

 우주 정거장은 기본적으로 지구 온실 효과를 일으켜 온도를 높이는 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건설되었지만 지금은 호텔이 있어 우주 여행객들이 여행하는 곳으로 더 유명한다. 물론 탄소 포집이라는 기본 기능을 수행하고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시설 경비대가 근무한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하루 한번씩 운행하는데 시설 경비대원들과 우주 여행객들이 탄다. 그래서 항공 공항같은 역 청사에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윤서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초현대식 역에 들어서자 눈 앞에 ‘정국 우주 엘리베이터 탑승 터미널’이라는 이름을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 안 한쪽에 10여명의 남녀 노소가 들뜬 표정으로 모여 시끄럽게 떠든다. 우주 여행 단체 여행객들이다. 앞 쪽에서 ‘즐거운 우주 여행단’이라고 쓰인 깃발을 든 20대 남자 가이드가 이들을 통솔하느라 정신이 없다.

 

 윤서는 그 옆을 지나며 정아를 만나기로 한 출입 수속대에 다가 간다.

 

 “오늘부터 근무하는 거 축하드려요,”

 

 정국 우주 정거장 요원 복장의 정아가 먼저 와 있다. 윤서가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한다.

 

 “우주 엘리베이터 타 본 적은 있으세요?”

 

 “아뇨. 없습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비슷한 조건에서 훈련했습니다.”

 

 “네. 속도도 엄청 빠르고 기압이 빠르게 내려가서 좀 쉽지 않아요. 바람에 흔들려서 멀미도 심합니다. 괜찮으시죠?”

 

 “넵.”

 

 그때 그들 앞으로 단체 여행객들이 지나간다. 60대 노인부터 7살로 보이는 아이까지 다양한 나잇대다. ‘자 먼저 우주복으로 갈아 입으세요!’ 앞에서 이들을 이끄는 가이드가 소리친다.

 

 “우리는 이 분들과 같이 엘리베이터 탈 거에요.”

 

 “네. 여행객들도 조금은 훈련하셨죠?”

 

 “무중력 훈련 통과하신 분들만 오늘 출발하는 겁니다.”

 

 윤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앞을 보니 우주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 문이 보인다. 그 옆 터미널 대형 창 밖으로 우주 정거장으로 연결되는 우주 엘리베이터 선이 대기 중으로 올라가는 게 보인다. 굵고 단단하다.

 

 까마득하게 하늘로 올라가다가 너무 높은 대기 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상 쪽으로는 굵고 단단한 선이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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