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우주 정거장
작가 : 헤이미치
작품등록일 : 202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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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뚜껑 없는 동네
작성일 : 21-04-15     조회 : 404     추천 : 0     분량 : 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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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준이 급히 보트를 멈춘다. 다행히 윤서의 몸이 끈으로 보트에 연결되어 있어 멀어지지 않고 둥둥 떠 있을 뿐이다.

 

 예주와 동현이 폐기물에 연결된 작살을 놓고는 윤서의 몸에 연결된 끈을 잡아 당긴다. 윤서의 몸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침내 윤서의 몸이 완전히 보트 가까이에 붙고 예주와 동현이 윤서를 끌어 올린다.

 

 몸이 보트 안에 들어온 윤서가 안심하는 숨을 내쉰다. 휴우. 예주와 동현, 그리고 운전석의 영준이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폐기물에 붙은 작살이 우주 공간에 둥둥 떠다닌다.

 

 ##

 

 “사람 죽을 뻔했잖아요! 우주에서 실수하면 사람 죽어요. 죽는다구요.”

 

 영준이 화가 나서 빨개진 얼굴로 윤서를 무섭게 비난한다. 그들은 무사히 윤서를 데리고 우주 정거장으로 귀환했다. 에어록 안에 들어서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영준은 윤서에게 화를 낸다.

 

 아직 우주복을 입은 채 한 손에는 머리에서 벗은 헬멧을 들고 있다.

 

 “그렇지. 훈련한 것 맞아요?”

 

 옆에 선 동현도 영준을 거든다. 예주도 영준에 동의하는 눈빛이다.

 

 “미안합니다.”

 

 윤서가 사과하자 영준은 자기 헬멧을 바닥으로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인다.

 

 “말만 하면 다냐구요. 뭐 힘 엄청 좋은 척하더니만 완전 개뻥이었네. 씨발. 잘못하면 우리 다 죽을 뻔했잖아.”

 

 영준이 숨을 씩씩거리며 왔다갔다거린다. 윤서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인다. 영준은 다가와 윤서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치며 화를 낸다.

 

 “말 좀 해 보라구요. 씨발. 고개만 숙이면 다냐구요.”

 

 “그만해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정대원님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수 있죠. 오빠는 뻑하면 주먹에 힘부터 주더라.”

 

 예주가 말리자 영준이 예주를 노려본다.

 

 “주먹 아니거든. 손가락이거든. 그리고 너는 뻑하면 일단 나한테 안티부터 건다. 두고 봐!”

 

 영준이 손가락질을 멈추더니 바닥에 떨어진 헬멧을 잡아 돌아서 에어록을 나가며 한마디한다.

 

 “이래서 나이 많은 신입은 안 된다는 거야.”

 

 윤서가 돌아서 가는 영준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한 얼굴이다.

 

 직원 휴게실에 들어와 우주복을 벗으면서도 윤서는 미안해서 마음이 움츠러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얼굴이 굳어 있는데 옆에서 옷을 갈아 입던 예주가 윤서의 얼굴을 흘낏 본다.

 

 “정대원님! 영준 오빠가 너무 심했죠?”

 

 윤서가 예주를 보며 힘없이 웃는다.

 

 “그 오빠 원래 열폭남이에요. 정대원님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한 번씩은 그렇게 당했어요.”

 

 “그래도 좀 억울하다. 지난번엔 자기도 실수했으면서.”

 

 “그 오빠가 화를 잘 내는 데에는 과거사가 있어요.”

 

 영준은 어릴 때 유리돔이 없는 빈곤 지역에서 살았다고 한다. 영준의 부모가 가난해서인데 쓰레기 수집일을 하다가 금을 발견하고는 벼락 부자가 되었다.

 

 중학교 때 유리돔이 있는 부자 동네로 옮겨 갔는데 빈곤 지역 출신임을 감출 수는 없었다. 원래 유리돔 없는 동네 공기에는 방사능이 섞여 있어서 오래 노출되면 피부에 푸른 점이 생기는데 영준도 푸른 점을 없애지는 못했다.

 

 유리돔이 있는 구역에서 방독면 없이 중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은 영준을 무시했다. 빈곤 지역 출신이라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피부에서 방사능 나와 위험하다고.

 

 사실 피부에 생긴 푸른 점은 이미 죽은 세포라 아무런 위험이 없는데 부자 동네 아이들은 그런 정보는 무시한다.

 

 ‘저 새끼! 뚜껑 없는 동네에서 왔다며?’

 

 ‘왜 우리 동네는 뚜껑 없는 동네 인간도 막 받아서 공기 흐리냐? 저런 출신 성분 나쁜 거지 새끼를!’

 

 ‘글쎄 말야. 유리돔 지역하고 아닌 지역 사이 도로를 차단해야 한다니까.’

 

 그런 욕을 들으며 영준은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외톨이로 다니면서 영준은 힘을 키웠다. 부자가 된 부모는 영준에게 온갖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운동을 시켜 고등학교 들어갈 즈음 영준은 지금처럼 건장한 몸에 오랜 훈련으로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저 새끼 얼굴색 좀 봐라! 저거 방사능 맞은 거 아니니?’라는 얘기를 들으면 참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뚜껑 없는 동네에서 온 거지 새끼라고 내 뒤에서 까고 다니면 내가 못 들을 줄 알았어? 내가 가만 있을 줄 알았냐구? 씨발 새끼들아!’라고 소리 지르며.

 

 물론 부자 동네 아이들인만큼 주먹을 맞으면 부모에게 알려서 너를 퇴학시키겠다고 위협을 했다. 하지만 영준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래 꼬질러봐! 우리 아버지도 장난 아니거든. 갑자기 돈벼락 맞아서 완전 힘 빠방하다구. 내 생활 기록부에 이미 빨간줄 10개 있어. 난 무서울 게 없다 이거지 새끼야! 야 이 동넨 공기 깨끗해서 방독면 안 하고 다녀도 되는데 애들이 왜 이렇게 더럽냐?’ 고 질러댔다.

 

 예주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윤서는 영준이 왜 그렇게 쉽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간다.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도 윤서는 오늘의 실수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씻을 수 없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문 밖에서 알람이 들어온다.

 

 윤서가 고개를 들어 출입문 스크린을 확인하자 시훈의 얼굴이 뜬다.

 

 “놀러 왔어요. 누님!”

 

 장난꾸러기 말투 그대로다.

 

 윤서가 잠시 망설이다가 스크린 한 쪽에 ‘열림’ 버튼을 누른다. 윤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앞쪽 의자에 앉자 문이 열리고 시훈이 들어온다. 밝은 표정이다.

 

 “오늘 퇴근이 늦어서 시설 경비대 앞에서 못 기다렸어요.”

 

 “작업은 그만하세요.”

 

 윤서가 힘없이 대꾸하자 시훈이 윤서 가까이 와 힘없는 얼굴을 본다.

 

 “에헤! 우리 누님 안 좋은 일 있었구나.”

 

 시훈은 윤서 앞에 자세를 낮추어 얼굴을 맞추며 계속 얘기한다.

 

 “그런 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10 여년의 여행 가이드 직업 정신으로 누님들 심기는 잘 보살피거든요.”

 

 윤서가 살짝 웃자 시훈은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윤서에게 들이댄다. 윤서는 시훈의 얼굴이 부담스럽다.

 

 “얼굴 치우면 얘기할게요.”

 

 시훈이 웃으며 물러서자 윤서가 말을 잇는다.

 

 “실은 오늘 밖에서 쓰레기 줍는 작업하다 내가 사고를 쳤어요. 그런데 동료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우리 누님한테? 그 동료가 잘못했네. 절대 그 사람 잘못이지.”

 

 “하하. 내가 얘기도 안 했는데 그 사람 잘못이긴.”

 

 “내가 딱 아는데 우리 누님 실수 같은 거 할 사람 아닌데.”

 

 시훈이 자신있게 얘기하자 윤서가 한숨을 푹 쉰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이해해야죠. 그 친구 유리돔 없는 가난한 동네에서 유리돔 동네 가서 많이 왕따 당했다던데.”

 

 “그래요? 뭐 시설 경비대엔 뚜껑 없는 동네 출신들이 많네. 누님도 뚜껑 없는 동네 사셨죠?”

 

 윤서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애도 있었어요.”

 

 “네?”

 

 시훈이 놀란 얼굴로 변하자 윤서가 윗옷 티셔츠 허리 부근을 올려 맨살을 시훈에게 보여준다. 허리 위 맨살에 작은 아기 얼굴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아기구나.”

 

 “인공 수정해서 낳은 아들. 정자 은행에서 정자 받아서.”

 

 “아. 네. 그럼 아들은 어딨어요? 지상에?”

 

 시훈이 묻자 윤서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 우주 저 멀리.”

 

 윤서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돌아보는데 눈은 벌써 아련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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