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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거장
작가 : 헤이미치
작품등록일 : 202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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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인공위성 폐기물
작성일 : 21-04-15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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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는 원래 1년 전만해도 지상에 있는 로봇 수리 공장에서 일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하는 쪽이 아니라 나사나 드라이버로 로봇들의 물리적 고장을 고쳐주었다.

 

 제법 큰 공장이라 100대 정도 로봇을 수용하는 창고에서 고장난 로봇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손으로 고쳤다. 로봇 고장은 일정한 패턴이 없어 자동화 될 수 없고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해야 한다. 그래서 수리공들은 힘이 좋다.

 

 무거운 부품들도 들어 끼울 줄 알아야 하고 공구들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보통 남자들이 일하는데 윤서는 특별히 체력이 강해서 수리공으로 일할 수 있었다.

 

 아이가 죽던 날도 윤서는 창고에서 로봇 한 대의 접질러진 팔을 제대로 맞추고 있었다. 대충 팔을 맞추었는데 폰으로 전화가 왔다. 거주 지역 어린이 집에 있는 아들이 갑자기 위독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빨리 와서 7살 아들을 데려가라는 거다. 영상 통화 화면으로 보니 윤서의 아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더위에 땀을 흘리며 얼굴이 빨개져서는 숨쉬기 힘들어한다. 구역에 전기가 나가서 어린이집 에어컨과 공기 청정기가 가동 못하고 있단다.

 

 윤서는 놀라 급히 일을 중단하고 공장을 뛰쳐 나왔다. 유리돔 구역에 있는 공장 지역을 나와 유리돔이 없는 자기 구역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뛰어가면서 윤서는 가슴이 타는 듯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모든 아이들이 더워서 울어 젖히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이들에게 방독면을 씌우지만 아이들이 방독면을 싫다고 거부해서 힘들어한다.

 

 윤서는 마침내 아들을 찾아낸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숨을 쉴 수 없어!’ 라며 제대로 말도 못하고 더위로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할딱거린다. 윤서는 얼른 윗옷을 벗어 아이에게 부채질을 하며 선생님에게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선생님은 여기 병원들 전기도 끓겼다며 유리돔 지역으로 가야 한단다.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돌보며 간신히 대답했다. 윤서는 맥이 팍 빠졌지만 기운을 내 아이를 안고 어린이 집을 나와 유리돔 지역으로 가는 도로에 겨우 도착한다. 하지만 도로는 이미 자동차와 버스 등으로 교통이 꽉 막혀 도대체 움직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리돔 구역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윤서는 버스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버스를 나와 아이를 업고 뛰었지만 너무 늦었다. 아이는 결국 폐에 미세먼지가 가득 차 죽었다.

 

 “씨발. 빈민 지역엔 전기도 자주 끓기고. 애가 죽도록 내버려 두냐구?”

 

 윤서가 눈에 눈물이 가득찬 채 얘기를 마치자 시훈은 분노하며 주먹을 흔든다. 윤서의 빰에 흐르는 눈물을 보며 시훈은 몸을 굽힌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겠어요.”

 

 시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윤서는 갑자기 꼭 막아둔 댐이 터지듯 울음이 터진다.

 

 “아이 잊기 위해 힘든 훈련도 일부러 하고 우주 정거장 들어왔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네.”

 

 윤서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자 시훈이 윤서를 꼭 안는다. 윤서는 시훈의 품 안에서 설움을 털 듯이 운다.

 

 ##

 

 이번 여행객 중에 이런 미인이 있는 건 행운이다. 동현은 이 행운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잡아냈다. 하긴 뭐 별로 노력도 안 했다. 잘 생긴 외모와 능수능란한 후크질에 넘어오지 않을 여자는 없다.

 

 이번엔 여자에게 시설 경비대 관제실을 보여 준다고 했다. 원래 여기는 시설 경비대원들만 들어 올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뭐 어때? 잠깐 있다가 볼 일 보고 금방 나가면 되는데. cc tv는 적절히 지우면 되고.

 

 “봐요. 굉장하죠? 여객 호텔에서 보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 여기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니에요. 내가 여기 대원이니까 가능하지. 자기한테만 특별히 보여주는 거야. ”

 

 동현이 여자에게 관제실 앞 대형 창으로 보이는 우주를 보여주자 여자는 탄복하는 표정을 감추질 못한다. 하긴 관광객들 중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여자의 감동하는 얼굴을 보자 동현은 여자를 콘트롤 작업대 위에 들어 올리더니 부드럽게 키스한다. 여자는 거부하지 않는다. 동현이 여자의 몸을 더듬는데 여자의 몸이 흔들리다가 콘트롤 박스의 버튼 하나를 누른다. 삑.

 

 순간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사방에서 빨간등이 켜진다. 쏴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더니 여자가 손으로 목을 감싸며 숨쉬기 힘들어하다 바닥으로 쓰러진다.

 

 동현도 숨쉬기 힘들어하며 바닥으로 쓰러지다가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는 제어판에서 ‘출입문 OPEN’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동현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문 쪽으로 휘청휘청 가 출입문 옆쪽 버튼을 누르는데도 열리지 않는다. 동현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이때 갑자기 출입문이 열리고 정아가 들어선다. 정아가 희박한 산소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재빨리 제어판 쪽으로 가 ‘긴급’ 버튼을 찾아 누른다.

 

 그러자 경고음이 멈추고 빨간 등도 멈춘다.

 

 정아가 휴우 숨을 내쉬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동현이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일어난다. 정아가 손을 내밀어 바닥에 있는 여자를 일으킨다.

 

 “비상 버튼은 왜 눌렀어요? 그거 누르며 이 공간 폐쇄되고 공기 빠져나가는 거 몰랐어요?”

 

 “아 아는데 그 그게...”

 

 동현은 말을 더듬는다. 정아는 여자를 힐끗 보더니 말한다.

 

 “여기 우리 대원만 들어 올 수 있잖아요. 이거 뭡니까?”

 

 “그게...”

 

 정아가 동현의 얼굴 가까이로 가 화난 얼굴을 들이 민다.

 

 “지금 여자 꼬시려고 한 거에요? 징계감입니다.”

 

 이때 출입문으로 윤서, 영준, 예주가 나타난다. 정아가 여자의 몸을 밀어 나가라는 눈짓을 하고 여자가 얼른 나간다.

 

 출입문을 나가는 여자를 예주가 미심쩍게 쳐다본다.

 

 “무슨 일이에요?”

 

 영준은 벌써 무슨 일인지 눈치챈 얼굴이다.

 

 “너 여기서 연애했냐?”

 

 동현이 당황해서 아무말 못한다. 그런데 정아가 나선다.

 

 “아녜요. 그 여잔 내 친구에요. 잠깐 내가 구경시켜줬어요.”

 

 다들 정아를 쳐다본다. 못 믿겠다는 얼굴이다.

 

 “정말요?”

 

 영준이 큰 소리로 말꼬리를 올린다. 예주와 윤서도 못 믿는다는 얼굴로 정아를 쳐다보니만

 정아는 무시하고 컨트롤 패널을 보는 척 고개를 돌린다.

 

 동현이 그런 정아를 힐끗 보며 고마운 표정이다.

 

 다음 날 시설 경비대원들은 인공 위성 폐기물을 수집하는 작업을 한다. 평소처럼 우주 여행객들이 여행객 출입 플랫폼에서 우주 유영을 하고 있다.

 

 오늘 폐기물은 그다지 크지 않다. 시설 경비대원들은 우주 보트를 타고 폐기물 근처로 가 멈춘다. 영준이 운전대를 잡고 윤서, 예주, 동현이 자석 작살을 잡고 서서 날릴 준비를 한다. 예주가 망원경을 들고 폐기물의 방향을 가늠한다.

 

 “우리 보트에서 시계 2시 방향에 있는 저 폐기물은 대략 10톤으로 보여요. 여기에서 대략 100키로미터 거리에 있는데 정거장 쪽으로 날아오면서 시속 10키로미터씩 속도가 높아질 거에요. 그럼 약 3분 후에 근처 도착합니다.”

 

 “오케이. 다들 준비되셨죠?”

 

 운전대를 잡은 영준이 묻는다.

 

 셋이서 작살을 어깨 위에 메고 폐기물 쪽으로 방향을 맞춘다.

 

 20초, 19초, 18초, 하는데 폐기물이 가까워지더니 확 보트 앞에 나타나 휙 지나간다. 시간을 잘 못 계산한 거다. 폐기물이 우주 유영을 하는 여행객 쪽으로 빠르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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