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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거장
작가 : 헤이미치
작품등록일 : 202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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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스티브!
작성일 : 21-04-19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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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살 어릴 때부터 예주는 우주가 나온 그림책을 제일 좋아했다. 밖에서 아이들하고 노는 것보다 집 안에서 우주 그림책 읽는 게 더 즐거웠다.

 

 그런 예주를 보고 부모는 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사 주고 우주 박물관에도 데리고 갔다. 예주는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는 상상에 자주 빠져들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아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언어보다 수학을 더 잘 했다. 부유한 부모는 그런 예주를 자랑스러워하며 값비싼 고급 과외도 많이 시켰다.

 

 덕분에 예주는 중고등학교에서 연신 전교 1등을 해 부모가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던 날 예주는 폭탄 선언을 한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더 이상 미루어 둘 수 없다고.

 

 이미 우주 정거장 요원 국제 훈련 센터 입원 시험까지 합격해 둔 상태였다. 시험을 보기 위해 예주는 고등학교 내내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중학교 때까지 약골이었던 몸이 평균 수준으로 올라갔다. 국제 훈련 센터에서는 체력 부문보다는 컴퓨터 운영 능력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겨우 꼴찌로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예주는 반대하는 부모를 뒤로하고 무작정 우주 정거장으로 올라 왔다. 우주 공간으로 탄소 포집 활동을 나가던 첫날 드디어 우주인이 되었다는 기쁨에 가슴이 부풀었다.

 

 “너 고집 장난 아니구나. 엄마 아빠 골치 썩으시겠다.”

 

 맞은 편에 앉은 예주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윤서는 고개를 젓는다. 우주 정거장은 벌써 지구 쪽으로 한참 돌아가 카페 창 밖으로 푸른 지구가 보인다.

 

 ##

 

 우주 그물로 하루치 탄소 포집을 마친 후 4명의 대원들은 대형 창고에 폐기물 박스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서가 마지막으로 몸에서 폐기물 박스를 떼어 창고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래도 창고안 인공 위성 폐기물이 어제보다 너무 많아 보인다.

 

 “잠깐만요!”

 

 윤서가 우주복 속 통신 채널로 대원들에게 얘기하고는 창고 안으로 날아 들어간다.

 

 “정대원님! 뭐 하는 겁니까? 퇴근 시간인데.”

 

 “저 약속 있어요. 빨리 갑시다!”

 

 뒤에서 영준과 동현이 짜증스럽게 소리친다. 하지만 윤서는 창고 안 구석에 있는 인공 위성 폐기물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본다.

 

 “여기 폐기물이 10 뭉치 있어요. 어제 내가 봤을 때는 분명히 8뭉치였는데.”

 

 폐기물 뭉치를 다 센 후 윤서가 대원들을 돌아보며 얘기한다.

 

 “2개 더 있어요?”

 

 영준이 물어보며 창고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하지만 통신 채널로 동현의 목소리가 들어온다. 좀 당황한 것 같다.

 

 “뭘 많아져요. 제가 폐기물 뭉치 2개 넣었어요. 빨리 나오세요. 저 약속 있어요.”

 “어 그래? 왜 안 하던 짓을 하냐?”

 

 동현이 말하자 영준이 의심쩍어 한다.

 

 “동현 오빠 시간 외 근무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이대원! 나서지 마라. 어린 게.”

 

 예주가 한마디 덧붙이자 동현이 윽박지른다. 예주가 얼굴만 찌푸리며 아무말 못한다. 창고 구석에 있던 윤서가 망설이다가 로켓 추진체를 켜고 밖으로 날아 나온다.

 

 시설 경비대 조정실로 돌아와서 윤서는 정아에게 보고한다. 아무래도 어제보다 폐기물이 아주 많아진 것 같다구. 정아는 CC TV를 확인해 보자고 한다.

 

 확인한 CC TV에는 대부분 경비대원들이 작업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주 정거장에서 어젯밤으로 지정된 시각에 로봇 2대가 창고 앞에 나타난 게 잡힌다.

 

 로봇 2개가 창고 패널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몸에 끌고 온 폐기물들을 안으로 던져 넣는다.

 

 “이거 뭐야?”

 “로봇들이 폐기물을 넣네. 어디서 온 로봇이에요?”

 

 놀라서 윤서와 정아가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 본다. 화면을 확대해 로봇들의 몸체를 훑지만 딱히 어디서 온 지 알 수가 없다. 정아가 화면 한쪽에 뜬 시각을 보더니 정거장 거주자들이 잠잘 시간이라고 알려 준다.

 

 윤서와 정아는 이게 보통 일은 아니라는 데 합의를 한다. 둘은 그날 밤 대형 창고 앞을 직접 지켜 보기로 한다.

 

 거주자들이 잘 시간이라 우주 정거장 전체 불빛이 흐려져서 천천히 돌아간다. 윤서와 정아는 창고 쪽에서 좀 떨어진 대형 태양열 집열판 뒤에 숨어 창고 플랫폼 앞을 주시한다. 둘 다 우주복을 입고 로켓 추진체를 등에 메고 있다.

 

 윤서는 평소처럼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가 오늘은 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우주 정거장 국제 훈련 센터에서 헤어질 때 스티브가 준 거다.

 

 이때 저쪽으로부터 희끄무레한 빛이 나더니 사람 한 명과 로봇 한 대가 로켓 추진체를 등에 메고 그 힘으로 서서히 날아온다. 몸에는 폐기물 뭉치를 각각 하나씩 달았다.

 

 윤서와 정아의 눈이 커진다. 우주복 속 통신 채널 속에서 윤서가 소리친다.

 

 “사람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있어요. 남자로 보여요.”

 

 윤서와 정아가 숨을 죽이고 그것들을 본다. 그것들은 창고 문 앞까지 날아오더니 로켓 추진체의 불꽃을 끄고 플랫폼 앞에 멈추어 선다. 남자가 문 옆 패널에 있는 비밀 번호를 누른다. 띡띡 띡.

 

 “어디서 온 것들일까요?”

 

 “비밀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윤서와 정아는 우주복 속에서 작은 소리로 통신한다. 그 사이 창고 문이 열리고 사람과 로봇이 폐기물을 안으로 던져 넣는다. 윤서는 남자의 외모가 스티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상에 보고한 후에 다음 액션을 정하도록 해요.”

 

 정아가 윤서에게 얘기하는데 윤서가 갑자기 로켓 추진체 스위치를 켜더니 그것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잠깐만! 정대원님!”

 

 정아가 윤서에게 소리치지만 윤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날아간다. 로켓 추진체의 불꽃이 켜지며 창고 앞으로 윤서가 가까워지자 남자가 눈치채고 돌아본다. 하지만 윤서가 멈추지 않고 남자를 향해 날아간다.

 

 마침내 윤서가 남자와 가까워지고 남자가 돌아본다. 우주복 헬멧 안 윤서의 눈이 커진다. 스티브가 맞다.

 

 “스티브.”

 

 마주 보는 스티브의 눈도 커지더니 잠시 눈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는 로켓 추진체를 켜 윤서에게 날아온다.

 

 윤서는 몸이 굳는데 스티브가 ‘으악’ 소리를 내는 듯 입을 벌리더니 윤서의 몸을 잡는다. 그리곤 우주 정거장 쪽으로 휙 내던진다. 엄청난 힘이다. 윤서는 날아가면서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

 

 윤서의 몸이 날아가 한참을 날아가더니 정거장 벽에 부딪힌다. 팍.

 

 머리 쪽이 벽에 부딪혀 헬멧이 조금 부서진다. 퍽.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도 충격으로 윤서의 목에서 떨어져 나간다. 머리에 충격을 받고 헬멧 안에서 윤서는 의식을 잃는다.

 

 그때 뒤에서 레이저 불빛이 날아와 로봇을 맞춘다. 로봇이 부서지는데 스티브는 로켓 추진체를 가속시켜 사국 정거장 쪽으로 날아간다.

 

 의식을 잃은 윤서의 몸이 우주 공간에 붕붕 뜨고 정아가 날아가 윤서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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