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나이, 출신 가문 쓰시고 참가비 내시면 됩니다.”
안내원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그러나 나는 그 밝은 미소에 답하지 못했다.
“저는 가문이 없습니다.”
“예...?”
“이름은 있는데 가문이 없다고요.”
“아, 그럼 나가.”
그렇게 나는 기사 시험조차 보지 못한 채 용병이 되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평민은 기사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뭐? 그런 미친 법은 못 봤는데?”
내 말을 들은 동료는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뿜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
“야! 불문율이야, 불문율. 평민은 명예로운 기사가 돼서는 안 된다!”
“....뭐?”
“그거는 상식인데 왜 그걸 모르지?”
맞다. 나는 종 종 상식이 부족하단 소리를 듣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에 빙의 한지 1년 밖에 안 됐다.
기사가 검만 잘 쓸 줄 알면 되는 거 아닌가?
“어째서 냐니, 그 잘나신 분들의 핏줄과 우리 평민들의 피는 급이 다르다 잖냐.”
나는 다시 온몸으로 느꼈다.
여기는 미개한 사상이 판치는 세계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