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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비공식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작가 : 위험한사람
작품등록일 : 20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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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용병
작성일 : 21-06-02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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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사내가 검을 꺼내자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검이라면 질리도록 보았을 그들에게서 탄성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슨 검집이 번쩍거려요.”

 

  아이의 감탄 어린 시선에 남자가 오만함과 건방짐이 섞인 미소를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기사니까, 이 정도는 해야 쓸만 하지 않겠니.”

 

  순간 마차에 정적이 찾아왔다.

  기사는 곧 귀족의 자제를 뜻했다.

  그리고 금칠이 되어 있는 검집으로 보아 그는 급이 높은 귀족의 자제임이 분명했다.

 

  적어도 백작 이상.

 

  “...저희 아이가 폐를 끼쳤군요. 죄송합니다.”

 

  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어째서 인지 귀족의 자제가 혼자서 평민들이나 타고 다니는 싸구려 마차에 합승 한지는 모르겠지만, 귀족인 것을 안 이상 예를 갖추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기에.

 

  “하하 제 검을 보시고 제가 기사인 것을 알고 계셨던 거 아니였습니까?”

 

  기사의 말에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검을 본 순간 머리를 조아렸을 그들이었지만, 오랜만의 여행에 들떠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고...”

 

  남자의 말에 기사가 손을 저었다.

 

  “알겠으니 고개를 드십쇼, 저는 남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기사의 말에 남자가 감사하다며 고개를 연신 숙이자 기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면 화를 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렇게 작은 소동은 넘어갔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워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기사는 생각보다 길어지는 침묵에 입을 열었다.

 

  “넌 이름이 뭐니?”

 

  기사는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도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내던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부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레이요.”

  “그레이구나, 그레이는 책을 자주 읽니?”

 

  기사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게 뭔지 알고 있니?”

 

  기사는 품속에서 한눈에 봐도 값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네모난 무언가를 꺼냈다.

  금칠은 기본이며 그것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기사 증명패...?”

  “맞아! 잘했다. 상으로 이거 한 번 만지게 해줄게.”

  “진...진짜요?”

  “기사는 거짓말 안 해.”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증명패를 구석 구석 빠짐없이 만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이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레이, 손때가 안타게 조심 하렴.”

  “아니야, 입에 넣지만 않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아이는 눈치를 보더니 결국 기사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던 기사가 미소를 지었다.

 

  “검도 한 번 볼래?”

 

  기사의 말에 아이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으로 살아가는 동안 검을 볼 기회는 많아도 잡을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아이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헤에...”

 

  “조심해서 만지...”

 

  히히힝!

 

  거칠게 흔들리며 마차가 멈춰 섰다.

  깜짝 놀란 나머지 기사는 재빨리 검을 뽑았다.

 

  별일이 아니길 바라던 순간 마차의 쪽문이 열리더니 마부가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

 

  “...놈들이 나오라고 하는데...일단 다들 마차에서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용...용병들은요...?”

 

  노인의 말에 마부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마부가 의뢰한 용병들의 수가 적기도 했지만 산적들의 수가 무식하다고 말할 정도로 많았다.

 

  “하...기사님, 어떻게 안 될까요...?”

 

  남자의 말에 기사는 마차 바깥을 살펴보았다.

 

  “적어도...20, 많으면 30인가...”

 

  기사의 말에 그들은 참담한 얼굴을 지었다.

  제 아무리 훈련을 받은 기사라 해도 30명에 달하는 숫자의 산적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일단 내립시다. 내리고 제가 최대한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사람들은 기사의 말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며 하나둘 씩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싸늘한 시체가 다섯 구 정도 보였다.

 

  “어휴, 이번에는 꽝이군.”

 

  도적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피가 섞인 침을 내뱉으며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기사는 앞으로 나서서 침착하게 말을 건냈다.

 

  “더 이상 싸우기는 싫습니다. 재물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뭐? 싸우기는 싫어? 그런데 재물을 어느 정도까지만 주시겠다? 눈깔이 달렸으면 지금 그런 개소리를 지껄일 처지가 아니란 걸 잘 알 텐데.”

 

  기사의 주먹이 말려 올라갔다.

  무기력한 자신에게 화가 난 그였지만, 당장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아무것도 없었다.

 

  “닥치고 전부 내놔라. 그러면 내 친히 자비를 베풀어서 목숨들 만큼은 살려드리지.”

 

  그때 한 행객이 크게 소리쳤다.

 

  “아저씨! 뭣 좀 해봐요!”

 

  도적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쏠렸다.

  괜히 깝치면 죽여 버리겠다는 눈빛.

 

  그러나 행객은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해가며 마차에서 잠만 퍼 자던 남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는 아이에게 빵과 우유를 얻어먹은 대가로 호위를 해주겠다며 온 떠돌이 용병이었다.

 

  “그레이! 조용히 해! 기사님도 안 된다고 하셨는데 저런 사람이...”

 

  아이의 부모는 뒷말을 삼켰다.

  아이에게 쏠렸던 시선이 모두 남자에게로 옮겨졌다.

 

  “얘야, 수가 좀 많은데 빵 하나 더 줘야겠다.”

  “알겠으니까! 어떻게든 해봐요!”

 

  남자는 여유롭게 검을 뽑아들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롱소드,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일단 기사는 거기서 지켜보고, 아이는...악몽 꾸기 싫으면 눈 가리고.”

 

  상인과 행객은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냈으나 기사는 그저 혀를 찰 뿐이었다.

  떠돌이 용병 중 강한 이들은 별로 없다.

  어딘가에 소속할 실력이 없었기에 떠돌아 다니는 이들이 태반이었으니까.

 

  그리고 기사는 남자 또한 그런 부류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야! 저놈 이마에 화살 한방 먹여줘라. 이것들이 이게 장난인 줄 아나.”

 

  텅!

 

  화살이 세차게 날아가 남자의 이마를 향해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갔다.

  그러나 화살이 남자에게 도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 뭐야, 저 새끼...마법사냐?”

  도적들이 얼굴에 여러 감정들이 여렸다.

  당황감, 공포 그러나 두목은 달랐다.

 

  분노.

 

  “야!! 주문 외우기 전에 죽여 버려!”

 

  도적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검을 뽑아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아저씨! 빨리 피해요!”

 

  몰래 훔쳐보고 있던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산적의 검이 남자의 목을 치기 직전이었기에 아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텅!

 

  “눈 감은 거 맞지?”

 

  우웅!

 

  곧 불그스름한 안개 같은 것이 남자의 검을 휘감았다.

  도적들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이미 그의 오러가 모든 도적들의 몸을 가르고 난 후였다.

 

  푸화악!!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서 검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이의 부모는 비명을, 기사는 탄식 같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든 간에 더 이상 산 채로 서있는 도적은 없었다.

 

  피비린내와 함께 정확히 하반신과 상체가 반으로 갈라져 있는 시체 수 십 구만 남아있을 뿐.

 

  “빵은...조금 큰 걸로.”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기어코 보고 말은 아이에게 남자가 말했다.

  아이는 검붉은 세상을 뒤로 한 채 남자에게 말했다.

 

  “원하시는 만큼 드릴게요!”

  “진짜냐?”

  “어...조금 더 많이?”

  “좋다, 우유도 더 주기로 약속해라.”

  “네!”

  “인심이 후해서 좋다, 아저씨! 이만 출발합시다!”

 

  그러고는 얼굴에 튀긴 피에 대한 불평을 궁시렁 거리며 마차로 돌아가는 남자를 기사가 경외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봤다.

 

  “소....소드 마스터.”

 

  기사의 중얼거림은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인 내 귀에는 선명하게 너무나 잘 들렸다.

 

  옹이구멍은 아니네.

 

  “얘.”

  “얘 말고 그레이요.”

  “그래, 그레이 너 안 무서워?”

  “뭘요?”

  “아무렇지도 않아?”

  “어...아마도요?”

 

  남자는 그런 소년을 빤히 보다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용감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다행이구나.”

  “근데요, 아저씨. 그러면 아저씨도 기사에요?”

 

  아이의 질문에 순간 남자의 미간이 모였다.

 

  “아니, 나처럼 못난 사람은 기사가 아니야...”

  “와...그러면 기사들은 얼마나 대단 한 거지?”

  “네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대단 할 거다.”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담았다.

  아이의 정리정돈이 잘된 머리를 쓰담자 남자의 미간이 조금씩 풀렸다.

 

  “어? 그러면 아저씨 직업이 뭐에요? 기사는 아니라 매요.”

  “나? 저번에 말해 줬잖냐.”

  “그거 거짓말 같아요. 떠돌이 용병들 중에 강한 사람은 없다고 했는데.”

  “누가?”

  “기사 아저씨가요.”

 

  남자는 기사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안하지만 그게 사실이잖소. 실력 있는 용병들은 대부분 정착해 있거나 혹은 특급용병이라며 자신의 칭호를 떠들어 대고는 하는데...”

  “저는 잠만 퍼 잤죠, 탓 할려고 쳐다 본 게 아닙니다.”

  “....”

  “그런데 제가 검 휘두르는 거 잘 보셨습니까?”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는 평생 남자의 검격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잘 배웠소.”

  “뭘, 그렇게 까지야. 그래도 잘 배웠다니 다행이네요.”

 

  남자는 다시 시선을 아이에게 옮겼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잠에 든지 오래였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지.”

 

  남자는 다시 구석에 앉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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