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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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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궁
작성일 : 21-06-10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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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경은 경복궁에 온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본다.

 복원사업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 기뻐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오타쿠지만 나름 애국자라고.

 경복궁내에 국립민속박물관에 가서 일단은 더위를 피해볼까라며 입구에서 팜플렛을 유심히 흝어보고 있는 세경에게 루가 말한다.

 "저기 한복 빌려 주는 곳이 있대. 신.한복 입자."

 한복? 아하하...나 부끄럽고 덥단말이야..

 "네? 하,한복이요? 아하하하..,저,저는 괘,괜찮아요.루씨만 입으세요.아하하하"

 더워 미칠 지경에다 인간 남자인 당신과 여기,내가,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충분히 정신도 없는데 한복은 무슨...

 잠시 거절하는 사이 세경은 이미 대여점에서 한복을 고르고 있다.

 세경의 오타쿠적인 성격은 과도 몰입성 성향때문이리라.

 

 "아가씨는 피부가 흰 편이라 요게 어울리겠어요."

 한복대여점 아주머니는 대충 세경에게 두세벌 골라주고는 구석으로 밀어버린다.

 그리곤 입구쪽에 서 있는 루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어머,어머,어머,웬일이니,웬일이야.

 혹시 모델, 배우지망생?"

 루의 훤칠한 키와 근육을 보고 아주머니는 어쩔줄 몰라하며 이 옷도 어울리겠다,저 옷도 어울리겠다..호들갑을 떤다.

 "저,이거 어떻게..?"

 "아,그거,안에 똑딱 단추 있어요.잘 입어봐요."

 "아..네에.."

 세경이 아주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고는 과도하게 루의 옷맵시를 잡아주는 아주머니.

 완성된 루의 룩을 보고는 스스로 감탄하며 손뼉을 친다.

 오호호호.완벽해.오우~윈더플,브라보,최고

 엄지척까지..

 

 "혹시 괜찮으심 사진 한장 가능할까요?"

 "yes, no problem."

 아주머니는 세경에게 손짓한다.

 나도 같이? 아..어쩌지..어색해서 싫은데..

 그러면서도 어느새 머리와 옷을 매만지고 있다.

 "아니~아가씨,우리 사진 좀 부탁해요."

 아..아하..사진..

 세경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다 어느새 과몰입해서 둘에게 이 포즈,저 포즈를 요구한다.

 피식피식 웃는 루의 모습을 넋을 잃고 감탄하며 바로 보는 두 여자.

 사람 남자라고 하기엔 너무 완벽해.

 우리 주인공님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겠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세경.

 

 경복궁안은 평일이라 한적하다.

 내가,한복을 입고,그것도 사람 남자랑..오마이갓~지아가 보면 뭐라고 할까?

 비실비실 걷다가 궁이 나오자 갑자기 정색해서는

 "여기는 왕의 정무시설.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이구요.

 휴식공간도 있어요.

 그리고 1990년부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어요.

 근정전 중앙에서 광화문 사이에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에 헐렸어요.

 총독부건물을 보면 조선의 정신을 없애려는 일본인들의 치밀한 식민지정책을 느낄수있죠."

 열심히 역사 시간에 배운 역사적 사실을 말하며 나 고등때 한국사 시험 100점 맞은 사람이야라고 나름 부심을 느끼며 안경을 올려가며 심취해 설명하다 얼핏 루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루의 살짝 그늘진 얼굴.

 아..또 혼자 오버했나..루는 모를 수 있는 역사를..지루했나?

 

 "신은 좋겠다.그렇게 자랑스럽게 자기 나라의 역사를 말할수있어서."

 엥..

 순간..

 루는

 "난 한국에서는 일본인,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며 따돌림당했어.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나로 봐 준건 한국도 일본도 아닌 필리핀이었어."

 루는 유년과 초등을 한국에서 지내다 일본의 중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아버지랑 늘 집에선 일본어로 말하다보니 언어는 문제가 되질 않았는데 집에 초대한 친구들이 루의 엄마는 한국인이라며..지금까지 일본인 흉내를 냈냐고 따돌림을 당했다고했다.

 "오마에,강코쿠진닸다노?난데 오레라니 하나시시나갔다?"

 (너,한국인이었어? 왜 우리한테 말하지않았어?)

 "오레다치 루니 다마사렛다네."

 (우리들 루에게 속았네)

 "물론 혼혈이라는걸 내색하지 않은 내 잘못이 커.

 난,남들과 다른게 무서웠거든.

 그때 엄마가 서울에 다시 날 데려와서는 남산과 창경궁,그리고 경복궁을 보여주셨어.

 루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후예라고.

 아버진 동경에 있는 메이지신궁을 구경시켜주셨지. 교토,나라,오사카의 궁들도..

 부모님은 너는 두 나라의 멋진 결합이며 결코 너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너는 객관적으로 역사를 보고 판단해야한다고."

 "근데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게 너무 힘들었던 나는 말했어

 난 박쥐잖아..새도 짐승도 아닌 박쥐..

 그 후부터 아버진 동남아시아쪽 사업을 추진하셨어.

 물론 꼭 내 문제만은 아니었겠지만."

 

 아..

 그래서 루가 한국도 일본도 아닌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는구나.

 세경은 세상의 온갖 장점들만 받은 축복 유전자같던 루에게 그런 어두운 과거가 있었구나 측은한 마음으로 루를 바라보았다.

 서울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루의 시선이 쓸쓸해보였다.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는 루는 기울어져가던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왕세자같았다.

 루는 고개를 돌려 세경을 쳐다보았다.

 처음 신을 봤을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

 그래서 신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어.

 학교에서도 여러 곳을 물어 신을 찾아낸거고.

 나, 신을 알고 싶어.신과 친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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