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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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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27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3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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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몇 년 만에 듣는 핸드폰 진동소리인지.

 엘리온 챔버로써의 인생이 흥미진진한 일장춘몽이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곁의 핸드폰을 더듬 더듬 찾았다.

 

 "님, 꿈 아니고요.

 이루신 경지에 축하드립니다."

 

 갑자기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퍼뜩 놀라 눈을 떴다.

 

 "아, 귀에 대고 말하는 게 어딨어."

 

 중얼거리며 오소소 팔에 돋은 소름을 쓸고 있자니 신이 나타났다.

 

 "내가 연구해왔어.

 이러면 신 같나?

 위엄이 좀 있나?"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리스 신화 속의 신 같은 복장을 한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완전.

 오랜만이네?"

 "내가 좀 바빴어.

 핑크머리는 잘 해치웠어?

 다 내 덕이지? 에헴."

 "아니. 열심히 엮어준 보람도 없이 본인이 무덤파서 들어가던데."

 "질투가 사랑을 이겼군.

 그 쪽도 내가 알려준 건 맞잖아?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미운털이 박힌거야?"

 "낸들 아나.

 걔도 약간 여기가 맛이 갔던데."

 

 머리 옆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웃었다.

 앞으로는 체리 때문에 골머리 썩힐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밑바닥이 드러났으니 아카데미에 더 있지도 못할테고, 리베론과의 서사는 180도 변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쿡쿡. 맞아.

 본인이 심보 쓴대로 돌려받았지 뭐.

 그나저나, 어쩌다 그렇게 빨리 경지에 들어선거야?"

 "무슨 경지?"

 "리더(Reader).

 명칭은 무슨 독서가 같지만, 실제로는 섬세하게 보고 느낄 수 있어야 그 경지에 들어선 거지.

 마법이 사라진 후로는 잘 배출되지 않는 단계이긴 해.

 마법사들이 이루는 경지이지.

 검사로써는 손에 꼽을만한 대단한 성과이고."

 "내가 볼 줄 아는 황금색 마력실이 그런거였어?

 내가 그냥 내 멋대로 이미지화 한건줄 알았는데."

 "축하해."

 

 능구렁이 같은 신은 별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일단 그 경지 자체도 이루기 쉽지 않아.

 널 졸졸 쫓아다니는 리베론도 그 직전의 단계일 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조심해."

 "조심?"

 "그래.

 검 배운지 1년도 안 된 소녀가 이룬 경지라고.

 널 탐내는 세력이 얼마나 많겠어?

 그리고 권력자들이 널 축복으로 여길지, 위협으로 여길지 아무도 몰라."

 "아....."

 "그래서 보통은 본인의 경지를 숨기는데......

 너는 증인 100명 앞에서 각성을 해버렸으니......

 여튼 조심해!

 내가 데려왔는데......

 빨리 죽어버리면 안 돼."

 

 왜인지 시무룩해진 할아버지의 등을 토닥였다.

 

 "오냐오냐."

 "그리고 하나 더, 이번 사태를 막은 주인공들을 초대하는 연회가 왕실에서 열릴거야.

 자드밀 왕 자체는 똑똑하고 인자한 사람이라 괜찮을거야.

 하지만 내 말 명심해.

 아무것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말아.

 꼭이야.

 배고프고 목마르면 침 삼켜.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

 하지만 넌 안 돼, 알겠어?"

 "누가 날 노린다는 의미야?"

 "몰라.

 하지만 너 전에 당했던 독, 네 몸이 완전히 이겨낸 상태가 아니야.

 꼭 약속해."

 "알겠어. 그럴게."

 "현명하군."

 

 그제야 환히 웃으며 한시름 놓인 표정을 했다.

 

 "맞다! 그리고 너 연회날을 사업 홍보의 날이라고 생각하고 미리미리 준비해.

 아마 초대와 연회의 텀이 길지 않을 거야.

 그래서 미리 알려주는 거야!"

 "오~ 꿀팁!

 고마워.

 소원 들어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데?

 그래서 이 일련의 새로운 사건들의 배후는 알려줄 생각이 없고?"

 "저언혀. 그럼 삶이 무슨 재미람?"

 

 망나니 같은 신 녀석.

 자기는 재밌겠지, 나는 생존이거든?!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을 어렵사리 삼켰다.

 

 "알았어.

 또 뭐 재미있는 얘기는 없어?"

 "망나니라고 욕해놓고 원하는 건 많네~?"

 

 뜨끔했지만 재빨리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정신없이 바쁘겠지만 화려한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댓가라고 생각해.

 평범을 벗어나는 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다. 하하"

 "그래, 고맙다."

 

 끄덕거리던 수염 수북 할아버지가 사라지는 동시에 잠에서 깼다.

 

 

 건조해서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꿈뻑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집은 아니었고, 막사같은 넓은 공간에서 중간중간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아직 아카데미인 것 같았다.

 밤도 깊었고, 중환자는 없는지 막사 안은 조용했다.

 문득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내려다 보니, 검은 뒤통수가 보였다.

 리베론이구나.

 뭘 또 이렇게 불쌍한 강아지처럼 따라와서 남의 손을 잡고 잠들어있는지.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꼼지락 거리는데 리베론이 깼다.

 

 "엘리, 괜찮아?

 어디 다치거나 상한데는 없댔는데.

 기절을 해서 놀랐어."

 

 리베론이 내게 속삭이며 안부를 물었다.

 손에 피가 통하기 시작하자 손이 저릿거려 도저히 찡그리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어, 내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왜왜?

 어디 아파?

 의사를 데려올까?

 아니면 마법사?"

 "아니, 내 손 베고 자서 저리잖아요."

 

 나도 모르게 톡 쏘는 말투가 나갔다.

 꽤나 다정한 사제지간이었는데, 지금은 꽁한 마음이 풀어질 때까진 안 보고 싶은 놈이었다.

 평소처럼 근엄하게 그만 엄살 피우라고 할 줄 알았던 리베론이 당황하는 낯빛을 보였다.

 

 "그, 그랬구나.

 미안해."

 

 답지않게 얼굴까지 발게지는 그에게 연민의 감정이 0.001만큼 솟아올랐다.

 

 "베스는?"

 "저택으로 갔어."

 "우리 가족들은?

 안 놀랐을까요?"

 "응, 내가 말은 전했어.

 일단은 여기에 왕실지원단이랑 하루정돈 같이 있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

 "그걸 오케이 하셨다고요??"

 

 나도 모르게 살짝 톤이 올라갔다.

 극보수 우리 부모님이 그런 외박을 오케이 하셨단 말인가.

 

 "응. 일단 잠시 쉬고, 진술도 받아야하고......

 엘리, 너 오늘 어떤 한계점을 뚫은게 맞지?"

 "아......"

 "그래서 네 몸도 하룻밤 정도는 의료진과 마법단이 지켜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

 "고마워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죠?"

 "넌... 못 느꼈어?

 뭐라고 설명하지......"

 

 한참을 말을 고르던 그는 곧 말을 이어나갔다.

 

 "네 쪽에서 마력이 소용돌이 치는게 느껴졌어.

 다른 마물이 또 나타난 줄 알고 네 쪽으로 가려고 쳐다봤는데, 황금색 바람이 너를 감싸고 있는거야.

 싸우겠다고 잔뜩 찢어놓은 치마가 펄럭여서 생각같아서는 가서 내가 붙잡아주고 있고 싶었는데......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여튼 그러고 다들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그 바람이 점점 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지더라.

 그렇게 네가 걱정될 때 쯤, 그 안에서 황금빛에 둘러쌓인 네가 튀어나왔어.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산보하듯 가서 마물을 해치워버렸지.

 그리고도 한동안 은은하게 금색으로 빛났어, 엘리.

 꼭 너같이 반짝반짝한게 멋졌다."

 "아...?"

 

 멋쩍어져서 괜히 눈알을 굴려보았다.

 집중하느라 몰랐다.

 '저는 이렇게 발전중이랍니다! 관심 좀!'하고 있었다니.

 꿈 속의 신이 해준 말이 아니었다면 마냥 기뻐했을 소식이었지만, 앞으로 경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멋졌어.

 어떤 느낌이야?"

 "멋진 느낌인 동시에 소름돋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세상과 통한 느낌?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이질적인 정보들이 느껴져서 꺼림칙하기도 했고."

 "재능이 엄청나다는 건 일찌감치 알았는데...

 이렇게 훅 뛰어오를지는 몰랐네.

 베스에게 고마워해야할 일인가?"

 

 씁쓸하게 웃는 리베론때문에 미안해졌다.

 어쩌면 그는 평생을 바라고 노력해온 경지일텐데 난 손쉽게 얻은 것만 같아서.

 

 "지금은 안 보여요.

 일시적인 것이었을수도......"

 "한 번이 어려운 거니까.

 금방 익히게 될 거야.

 대신 기술과 체력을 더 연마해야만 해.

 그냥 마력을 보게 된 것만으로는 잔챙이들만 상대할 수 밖에 없어."

 "어휴, 바로 잔소리에요?

 네네~ 알겠습니다~"

 "홈크 단장님께 말해놓을게.

 더 열심히 굴려달라고."

 "아니, 잠시만요!

 그렇게까지 하실 일인가요?!"

 

 투닥거리는 사이 우리 사이엔 지난 껄끄러움은 씻겨나가고 있었다.

 한참을 나를 놀려먹던 리베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엘리. 아깐 정말 미안했어.

 그...... 체리 일 말이야."

 "......"

 "괜찮다면 내 변명도 들어줄래?"

 

 어디 한 번 씨부려보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먼저 들어달라고 입을 열었던 리베론은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침통해 보이기도 한 무거운 그의 얼굴을 보고 기다리고 있자니 급격하게 잠이 몰려왔다.

 

 이런 타이밍에 잠이라니.

 나도 병이다, 병.

 애써 참아보려했지만 오늘 많은 고생을 했던 몸은 이제 좀 쉬자고 외치고 있었고, 리베론을 기다려 주려던 눈은 그대로 감겨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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