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저는 인공지능 작가입니다
작가 : 온계절
작품등록일 :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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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Part 1. 기대와 절망
작성일 : 22-01-31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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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8년 7월 7일 09:50 

 

 “M플릭스 주관 제1회 시나리오 작가 공모전 입상자 발표가 곧 시작됩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던 래너드는, M플릭스에서 보내온 알람 메시지에 깊은 명상의 심연에서 빠져나왔다. 

 

 간신히 진정시켜놓은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미완으로 작품을 제출했기에 입상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머니 수술 비용을 생각하면 희망의 끈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아델린, 이제 슬슬 발표회장에 입장해 볼까?”

 

 래너드는 퇴원 선물로 받은 MR 안경을 쓰고, 알람 메시지의 링크에 엄지 손가락을 살짝 올려놓았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나더니, 넓고 웅장한 스타디움이 눈앞에 펼쳐졌다. 천장까지 40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높은 층고에, 올림픽 주경기장보다 두배 이상 넓어 보이는 규모였다. 무대 전면에는 가로 40m x 세로 30m 크기의 슈퍼 아이맥스 스크린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앞으로 시상식을 위한 연단이 꾸며져 있었다. 홀에는 하나에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들이 스타디움을 꽉 채울 정도로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시상식이 10분밖에 남지 않아서 그런지,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만 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순간 '20세기 작가 클럽' 플래카드가 높이 솟아 있는 테이블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대에서 불과 1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이미 동호회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멤버들과 합류하였다. 다들 들뜬 표정으로 래너드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래너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우리는 1시간 전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 미안 명상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 헤헤”

 

 “그런데, 여기 시상식장 규모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아. K-Pop 스타 공연장도 아닌데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했어”  

 

 멤버들과 시상식장의 규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발표회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들려왔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희 M플릭스의 시나리오 작가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번 공모전에는 무려 10000명이 넘는 분들이 응모해 주셨습니다.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서,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을 선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럼, 당선작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5명의 장려상 수상자입니다.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10만 ECO(한화 1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첫번째..두번째..세번째..네번째 수상자가 차례대로 호명되자, 대형 스크린에는 작품명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작가의 얼굴이 디스플레이되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수상자가 발표되자 테이블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반사적으로 울려 퍼졌다. 

 

 “다섯 번째 수상 작품은 한국의 박동규 작가가 출품한 '신의 그림자 ' 입니다.  우주의 탄생의 비밀을 엮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정교한 스토리라인에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거봐, 내가 입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지. 대상을 못 타서 아쉽긴 한데 10000명 중 5명 안에 포함된 거니 정말 대단해. 축하한다 동규” 

 

 회장 요세프가 축하 인사를 건네자 스크린에는 수줍게 웃는 동규의 얼굴과, 환호성을 지르며 동규를 껴안는 동호회 멤버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나타났다. 

 

 박수를 보내는 래너드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씁쓸한 기분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자, 이번에는 우수상 발표입니다. 당초에는 3명의 우수상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대상을 놓친 작품이 있어 우수상 1자리는 최우수상으로 승격하여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2명의 우수상 시상이 끝나고, 최우수상 발표가 이어졌다. 

 

 “최우수상을 발표하겠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 작품은 막판까지 대상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 10표 차이로 아쉽게 대상을 놓쳤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ECO(한화 5000만원)의 상금과 차기 드라마의 시나리오 계약의 영예가 주어지게 됩니다.”

 

 “최우수상은 'EARTH 12 탈출'을 출품한 미국의 조힐 2세입니다.”

 

 “조힐 2세는, 몇 년 전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멀티버스의 존재에 대하여, 그럴듯한 가설 위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우리 인류는 30만 년 전 EARTH 12가 멸망할 때 탈출한 고등 문명을 가진 존재가 만들었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문명의 기원과 그 상관관계를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라인으로 대담하게 엮어 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의 첫 장을 넘긴 후에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손에 땀을 쥐며 완독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대단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조힐 2세가 최우수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무대 오른편에서 환호성과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조힐 2세의 팬 클럽 '킹 더 그레이트' 의 멤버 1000여 명이 쏟아내는 환호성이 스타디움 천장을 메아리처 돌아와 공명을 내며 크게 울려 퍼졌다. 

 “이야~, 어떻게 저런 소재를 생각해 낼 수가 있지? 역시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다.” 

 

 요세프가 감탄사를 내뱉자, 가브리엘이 살짝 비꼬는 투로 맞받아 쳤다.

 

 “조힐 2세가 갖고 있는 인공지능 앱 성능이 장난이 아니라며? 그리고 재네들은 전 세계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어?”

 

 헬레나도 맞장구를 쳤다.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되는 승부였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우월한 유전자에, 막강한 인공지능 앱이 힘을 합쳤으니 우리 같은 작가 지망생 나부랭이 들은 상대가 안될 수밖에... 쩝...”

 

 멤버들이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동안,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자 이제 마지막 대상 수상자 발표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대상 발표에 앞서 축하 공연 무대가 있겠습니다.”

 

 “오늘의 무대는 한국의 K-Pop 신화를 이어 가고 있는 혼성 그룹 '지니어스키즈' 입니다.”

 “지니어스 키즈는 K-Pop 특유의 칼군무에 혼성그룹의 장점을 살려 한국 무용을 뮤지컬 기법으로 혼합한 새로운 장르의 퓨전 음악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지니어스키즈를 소환합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텔레포테이션을 하듯 7명의 지니어스 키즈 멤버들이 순식간에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공연이 무대를 휩쓰는 동안 2만여 명 관객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래너드에게 지니어스 키즈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암실에서 안대를 쓰고 귀마개를 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제 대상 한 자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래너드의 이름은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 최우수상을 탄 조힐 2세의 작품과 비교해 보니, 자신의 작품은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래너드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아델린은 이미 탈락을 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래너드를 낙담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태연하게 한마디 건넸다.

 

 “래너드, 그래도 아직 대상 발표가 남았으니 희망을 가져보자! 우리 작품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 정도의 매력은 있다고 생각해.”

 어느덧 지니어스 키즈의 축하 공연이 끝나고, 대상 발표가 이어졌다. 

 

 “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상 발표가 있겠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1000만 ECO(한화 1억)의 상금과 함께 올해 9월부터 시작될 드라마의 시나리오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제1회 M플릭스 시나리오 작가 공모전의 대상은 바로~~”

 

 두두두두두두두두

 

 “'개미의 죽음'을 출품한 프랑스의 조나단입니다.    

 

 “조나단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될 수 있는 극한 상황을 소재로 선정한 독창성과, 개미의 멸종이 초래하게 될 범우주적인 연쇄 파급효과를 매우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심사위원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크게 어필되었습니다.”

 

 “SF와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서, 자연 생태계를 소재로 이만한 흡인력을 보여주는 작품은 전무후무한 것으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조나단이 대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이번엔 무대 왼편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조나단의 팬 클럽 '앤트 더 코어' 의 멤버 2000여 명이 쏟아내는 환호성이 스타디움 전체를 휘감으며 울려 퍼졌다. 

 

 “역시 조나단이야. 내가 뭐랬어, 대상은 조나단이 가져갈 거라고 했지?”

 “유명 기성작가가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 자체가 반칙이라고...”

 

 멤버들이 돌아가며 조나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래너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깊은 절망과 좌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래너드는 멤버들을 뒤로 남겨둔 채 조용히 MR 안경을 벗고 발표 회장으로부터 로그아웃했다. 

작가의 말
 

 드디어 시나리오 작가 공모전 입상자 발표가 시작됩니다. 동호회 멤버 동규가 장려상을 타게 되나 래너드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깊은 절망과 좌절에 빠진 래너드는 발표회장을 조용히 빠져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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