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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걷는 마녀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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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프롤로그
작성일 : 22-02-08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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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섀도우 자네, 울창한 숲에서 시작된 그 이야기를 아는가?

 

 아득히 먼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그 이야기 말이야.

 

 태곳적, 이곳이 버려진 땅이었다는 것을 믿겠는가? 숨 쉬고 있는 것이라곤 자연의 정령과 어둠을 먹고 태어난 마물뿐이라 여겼던 그 시절의 이야기라네.

 

 허나 무지한 이들은 한 가지 놓쳤던 게지. 이곳 역시 산신이 보우하는 생명의 장소였다는 것을.

 

 만월(滿月)의 광명이 이파리 하나하나 속속들이 비치던 밤이었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위대한 마법사가 위상을 드높이고자 그 땅에 발을 디뎠다네. 세상은 그에게 하찮았고, 지루함뿐이었지.

 

 하지만 그는 예기치 못한 운명을 만나고야 말았네.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임부가 배를 부여잡고 무성한 풀들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지. 고통스러워보였네. 금방이라도 죽음이 목전에 다다른 것 같은 처절함이 낯선 이의 살갗까지 파고들었지.

 

 그 모습을 보고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네.

 자신이 손 댈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그 오만함을 깨뜨린 공포.

 

 해산을 도우려했지만, 그는 ‘그’였고 당시로썬 해박한 지식은 기대할 수 없었어. 마법은 생명의 탄생에선 무의미했거든.

 

 그저 진심으로 누군지 모를 여인을 위해 고통을 줄여주는 마법을 걸어줄 뿐.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신께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네.

 

 부디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생명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보름달은 응답했네. 찬란한 빛의 층계를 사뿐히 타고 내려온 이가 임부의 해산을 도왔지. 마치 빛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이의 손이 이내 안은 건 건강한 아들이었다네.

 

 달을 등진 눈부신 그 신을 본 적은 없어도, 마법사는 알 것 같았네.

 

 아아- 빛의 구원자시여. 어리석음을 일깨워준 친애하는 달의 여신이시여.

 

 갓난쟁이를 건네받은 마법사의 손 안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이 작은 고동으로 몸부림쳤네. 달의 여신은 마법사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이마에 입을 맞추었지.

 

 보석이 박힌 듯, 그 영광의 자리에 빛이 들었네.

 

 뒤이어 세상의 진리와 이치가 어지러울 정도로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지.

 

 ‘나의 아들이여. 타인의 고통에 스스로의 의지를 내보인 그대의 마음이 갸륵하여 상을 내리노라.’

 

 나뭇잎이 머금었던 달빛이 알알이 빛의 구슬로 떠올랐네. 빛의 응집은 버려진 땅 위로 샅샅이 흩어져 터전을 일구고, 따스한 숨을 불어넣고, 새로운 반석을 견고히 다졌네.

 

 차갑고 시리기만 했던 어둠의 땅이 그 어느 땅보다 다채롭게 빛이 났지.

 

 이 땅이 떳떳하게 내보일 수 있는 생명을 가지게 되었어. 사실, 누군가를 향한 작은 선행이 이토록 장대한 서사시를 만들 줄은 그 누구도 몰랐거든.

 

 맞네. 달의 신이 내린 축복 아래 만들어진 땅이 바로 이 곳. 아데미 왕국이지.

 

 하지만 자네가 모르는 한 가지 진실이 숨어있어. 아데미 왕국을 이루는 게 정녕 축복뿐일 것 같나.

 

 난 말이지. 그리 생각한다네.

 

 이 땅을 이루고 있는 건 신의 저주라고.

 

 그 저주의 시작은 태초의 마법사가 죽고, 그 시신이 남기고 간 보석이었네.

 

 은밀한 자들이 은밀히 알고 있는 태초의 보석,

 

 ‘달의 보석’은 너무나도 애달파지는 신의 선물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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