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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후 한반도사람들 일기 (근미래 실화임)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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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한 북한소녀의 겨울나기~
작성일 : 22-02-11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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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길순이란 평안남도에 사는 한 여자애다. 통일 당시엔 만 16세였으나 올핸 18세가 된다.

 

 벌써 통일한 후 세번째의 겨울이 또 다가온다. 재작년 늦봄에 통일이 되었으니 이번이 세번째 겨울이다.

 

 우리 부모님은 통일전쟁 당시 어디론가 가버려서 소식도 잘 모른다. 자강도로 가던 피난 중에 헤어졌는데, 그 후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도 없다.

 

 나는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해 겨울엔 개성에 내려와 그 곳의 남조선측에서 제공해준 난민 숙소(구 개성공단 건물 등을 재활용해 만든)에서 겨울을 났다. 다행히 여긴 사실상 남조선과 다를 바 없이 따뜻한 지역이고, 또 난방이 잘되어 있었기에 두번의 겨울을 나는 데는 별 문제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올해로 통일이 된지 2년 반이나 되는 상태... 더 이상 개성의 난민숙소에선 있을 수가 없어 반년 전쯤 늦봄에 거길 나오게 되었다.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란 것이었다.

 

 우리의 고향은 평양에서 70킬로 동쪽으로 떨어진 평양남도 양덕군... 말이 좋아서 평안남도지 실제론 강원도와 함경남도 사이에 자리잡은 제일 변방 지역으로 날씨는 매우 추운 지역이었다.

 

 다행히, 거기 난민숙소에서 나오면서 갖고 나온 겨울외투는 몇벌씩 있었고 이부자리도 있었기에 여기 마을에 있는 한 깡통주택(컨테이너박스를 말함) 하나를 배정받아 겨울을 나게 되었다.

 

 비록 쇠로 된 가건물이지만, 남조선의 기술은 꽤 뛰어나 안에 들어가보니 꽤 따뜻했다. 암면이란 것을 넣어서 우풍을 차단했다던데 그 원인인 듯 싶었다. 그리고, 엘피지 가스통을 놓아서 보일러를 때게 해줬는데 한달에 한번씩 갈아야만 했다.

 

 "주민등록을 했으면, 일을 해야만 돈과 식량을 받습니다."

 

 그 곳 이장이라는 남조선에서 이주해온 어느 중년남자는 우리 집에 와서 마침 주변에 식료품(주류) 가공공장이 생겼으니 거기 가서 다음주부터 일하라고 하였다.

 

 나와 언니의 보직은 거기 공장서 만드는 특산주의 원료를 선별하고, 또한 술병을 나르는 일이었는데 다행히 남조선 측에서 챙겨준 방한복이 꽤 성능이 좋고 또 공장 자체도 실내에 있어서 이 겨울에도 그렇게 춥진 않다.

 

 그러던 날들이 흘러가던 중...?!

 

 글쎄 우리 공장 주변으로 나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자꾸 몰려들기 시작했다. 원래 통일 전부터도 꽃제비이거나 통일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인가 본데 여기서 일하게 해달라고 했다.

 

 물론 남조선 측에선 아이들을 모아 운영하는 고아원이나 수용소가 있었으나, 감옥이나 다를 바 없이 갇혀지내는 생활이 싫어 자발적으로 거기서 나온 애들이 상당수였다. 하긴, 북조선 시절에도 이런 아이들이 많았었지... 자발적 부랑아들.

 

 그러나, 남조선 법으론 아동들에게 일을 시킬 수가 없다. 이 회사의 사장님인 남조선 분은 모두 아이들을 돌려보내거나 있을 장소를 수소문해 주었다.

 

 

 오늘...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린다. 눈발 날린 적은 이전 한달 전쯤부터였지만 함박눈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아침 늦게부터 내린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펄펄 내려 벌써 허벅지가 잠길 정도로 차올랐다. 집에 돌아갈 일이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공장 뒤껸에 있던 불도저가 윙윙거리면서 움직이더니, 이내 길에 쌓인 눈을 마치 흙처럼 밀어내어 치우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불도저가 저럴 때도 쓸모가 있겠구나.

 

 나가 보니, 우리 회사의 불도저만이 아니고 여러 대의 불도저가 언제 나타났는지 엄청 쌓인 길거리 한복판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기계의 힘은 과연 굉장했다. 불과 한두 시간만에 도로 및 인도에 쌓인 눈도 더 치워졌다.

 

 우리 북조선 시절엔 모든 시민을 인력을 동원한 제설작업에 다 동원해도 다 눈을 치우질 못했는데... 기계화란 좌우간 대단하긴 하구나.

 

 

 이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언니가 앞장서고 난 뒤를 따라 걸어간다. 우리 새로운 집인 깡통집은 좀 멀리 으슥한데 있기에 내가 앞장서기엔 약간 무섭다.

 

 눈발은 아직도 완전히 가라앉진 않았지만, 남조선 수용소에 있을 때 얻은 겨울잠바는 무척 튼튼하고 따뜻해서 돌아갈 때도 춥거나 고생이 되진 않았다. 남조선 방직기술은 정말 해외에까지 칭송이 자자하다더니 옷 특히 방한복은 정말 잘 만드는 듯 싶다.

 

 마침내 집에 돌아와 보일러를 켠다... 당장은 좀 춥지만 한시간쯤 있으면 무척 안온하게끔 따뜻해질 것이다.

 

 언니는 공장에서 나보다 훨씬 힘들고 품이 드는 공병 운반 일을 맡기 때문에, 돌아와 저녁은 내가 지어야만 한다.

 

 오늘은 그래, 오뎅국을 끓여보자. 우리 북조선엔 통일 후에나 들어온 이 일본식 음식이 난 무척 입에 맞는다. 바로 이틀 전에 새로 생긴 상점에서 사온 것이다. 아주 뜨끈하고 값도 싸면서 양도 많아 겨울이 무척 길고 추운 우리 북조선 지역에 제일 맞는 식품이다. 이웃 집에 사는 어떤 아저씨는 이걸로 술안주와 해장국을 맨날 한단다...!!

 

 보리밥에 오뎅국을 말아 김치와 값싼 소세지를 볶은 반찬과 함께 해서 저녁을 먹고, 이불을 일찍 깐다.

 

 "너 먼저 자렴. 난 스마트폰으로 쇼나 보고 잘 거야."

 

 손전화인데, 텔레비전도 볼 수 있는 특수 지능전화... 언니가 바로 며칠 전에 겨우 사들인 것이다. 가입만 하면 공짜로 준다나??? 대신 통화료가 좀 비싸단다. 그걸 갖고 할부금 대신 한다나???...

 

 

 

 

 

 그러고 보니, 퇴근 직전에 우리 공장 사장이 한 소리가 떠오른다.

 

 이제 보름 후쯤이면, 남조선에서 지원물자가 실려와서 우리 공장 사람들 중에서 텔레비전이나 냉장고가 없는 사람에겐 공짜로 그걸 나눠준단다.

 

 물론 새것은 아니고, 남조선에서 쓰다 버린거나 고장난 걸 수리해서 여기 북측 지원품으로 보내기로 했단다. 솜이불과 외투 등도 중고긴 하지만 무상으로 지원되니 필요한 사람은 말하라고 했지만, 그것까지는 우리도 있어서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보름 후쯤이면 나도 언니처럼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다 잠들수 있을까...?!

 

 

 아이구~ 내일 또 힘든 일 하려면 그때는 그때 생각할 문제고, 얼른 잠을 자야겠다... 졸려라. 서서히 잠의 깊은 의식 속으로 들어간다. 내일 아침엔 눈이 쌓여 있겠지... 아침 일찍 일어나 눈치우려면 힘을 비축해야지. 빨리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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