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새벽을 쫓는 자들의 연회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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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짐승을 잡는 덫 (2)
작성일 : 22-02-12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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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짐승을 잡는 덫 (2)

 

 

  “흡혈 본능으로 환각을 깰 줄 상상도 못했는걸,”

  아스트라는 감탄조로 중얼거렸다. 앤드류는 그 말을 듣고 으르렁거렸다.

  “밤의 연회에 짐승을 들인 네 놈에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

  “짐승이라니. 이형(異形)의 존재는 모두 밤의 백성인 것을 잊었어?”

  “시끄러워!”

  앤드류는 푸른 불꽃을 몸을 두른 채 아스트라에게 달려들었다. 마력을 잔뜩 머금은 피를 마신 덕인지 그의 불꽃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났다.

  “앤디, 너는 정말 성질이 급하단 말이야.”

  아스트라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앤드류를 보며 재빨리 눈을 빛냈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일그러지며, 흡사 늪처럼 앤드류의 몸을 집어 삼켰다. 환각으로 자신을 보호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소용없어!”

  앤드류의 몸에 붙은 푸른 불꽃이 한 층 더 짙게 일렁였다.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가 충만한 마력을 머금은 채 날뛴다. 주아의 피를 마시고 모든 감각이 최고조에 오른 지금은 환각이 가진 미묘한 틈이 선명히 보였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앤드류는 거칠게 손을 밀어 넣었다. 푸른 불꽃을 두른 그의 손은 흡사 짐승의 송곳니처럼 아스트라의 목을 단숨에 낚아챘다. 앤드류는 그대로 아스트라를 벽에 밀어 붙였다.

  “으윽!”

  앤드류에게 붙들린 아스트라는 버둥거리며 신음을 집어 삼켰다. 앤드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스트라, 네 짜증나는 연회에 소개해준 보답이다. 다시는 이런 연회를 열어 귀족을 욕보이지 않도록 재도 남기지 않고 태워주지.”

  앤드류의 몸을 휘감고 있던 푸른 불꽃이 당장이라도 아스트라를 불살라 버릴 것처럼 일렁거렸다. 아스트라의 창백한 뺨은 푸른 불꽃에 닿기 무섭게 쩍쩍 금이 가면서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앤디. 그거 알아?”

  하지만 여전히 흔들림 없는 눈으로 앤드류를 주시했다. 얼굴은 푸른 불꽃에 닿아 타들어가고 있음에도 그의 태도는 놀라우리만큼 침착했다.

  “마술사는 손놀림이 생명이야.”

  아스트라는 재빨리 왼쪽 팔을 아래로 꺾었다. 그러자 그의 옷자락 사이에서 자그마한 권총이 튀어나왔다. 아스트라는 재빨리 자신의 목을 붙들고 있는 앤드류의 손목을 향해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 탕!

  “윽!”

  불로 지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앤드류의 억센 팔에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앤드류는 손목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그는 분노가 짙게 깔린 얼굴로 아스트라를 노려보았다.

  “총? 이제는 인간의 도구까지 손을 대는 거냐?”

  “세상이 바뀌었잖아. 우리도 나름 시대에 맞춰 살아야지.”

  아스트라는 손에 쥔 작은 권총을 뜯어보며 중얼거렸다.

  “납탄이야. 살에 파고들어서 잘게 쪼개지지. 널 죽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 재생이 어렵게는 할 수 있겠지.”

  아스트라의 말 대로 손목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파편이 쪼개져 깊게 파고 들어가는 형태의 탄환이라 일일이 빼내기도 어려웠다. 짐승을 사냥할 때 쓸법한 무기였다. 그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바닥 위로 뚝뚝 떨어지며 잔향을 남겼다.

  “크르르르릉!”

  그리고 그의 피가 흐르면 흐를수록 주위의 나알들루시들의 울부짖음이 짖어졌다. 하나 같이 짐승의 식욕과 사냥 본능이 깊게 서려 있었다.

  아스트라는 피 흘린 채 짐승에 둘러싸인 앤드류를 보며 조소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짐승들에게 귀족의 피만큼 자극적인 건 없어.”

  이미 이성이라곤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은 나알들루시들은 앤드류의 피를 보며 쉬지 않고 씨근거렸다. 지금 그는 늑대 무리에 둘러 싸인 한 조각의 고깃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까짓 거, 다 태워 죽이면 그만이야!”

  앤드류는 한 줄기 고함과 함께 푸른 불꽃의 출력을 최대치로 높였다. 그가 몸에 겹겹이 두르고 있던 불꽃은 맹렬한 기세로 다시 타올랐다. 그러자 주위에 진을 치고 있던 나알들루시들은 불을 보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쳤다.

  짐승이라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불과 열에 대한 두려움.

  앤드류는 수많은 짐승의 무리 속에서 그것을 여김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앤디 너는 존경스러워.”

  아스트라는 불꽃을 휘감은 앤드류를 보며 재차 총을 겨눴다. 총구는 이번에는 앤드류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태양을 삼키는 나의 용이여!>”

  한 줄기 주문이 그런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어서 이글거리는 섬광이 아스트라의 왼손을 정확히 강타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공격에 아스트라는 신음을 집어 삼켰다. 그가 쥐고 있던 작은 권총은 섬광에 휩쓸려 잘게 부서졌다.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다.

  “총을 쏠 거면 공정하게 해야지?”

  앤드류의 불꽃 뒤편, 눈길 닿지 않은 곳에서 주아가 이죽거렸다. 그녀의 손에는 은탄환의 총구가 빛나고 있었다. 앤드류의 불꽃을 엄폐물 삼아 저격한 모양이었다. 그녀를 보자 아스트라의 입가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가시네.”

  이 말과 함께 다시 주위 풍경이 흔들렸다. 벽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튀어나오고, 바닥이 늪처럼 꿈틀거린다. 또 다시 환각이 그들을 옥죄려 하고 있었다.

  “어쩌지? 또 환각을 쓰려나봐.”

  “이 클럽의 손님들만 어쩔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앤드류는 주위를 기웃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금만 태워 죽이면 안 되겠지?”

  “미쳤냐! 이 사람들은 피해자야!”

  주아는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지금은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저 여흥을 즐기기 위해 클럽에 찾아온 손님. 이들을 해친다면 피해자만 늘어나는 꼴이었다.

  “<놓으소서. 여기는 머물 수 있는 땅이 아니외다. 날아오르소서. 여기는 숨 쉴 수 있는 하늘이 아니외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기도문 같은 누군가의 목소리만 나지막이 들려왔다.

  이어서 싸한 향냄새가 한 줄기 길을 남기며 피어올랐다. 그리고 사방에서는 이끼와 풀이 돋아나고, 안개가 반짝이며 솟아올랐다.

  규호였다. 그가 나뭇가지를 휘두르면서 클럽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놓고,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둔 채 실로 가볍고 가볍게…….>

  누군가에게 향하는지 모를 목소리가 더해졌다. 그러자 나알들루시들이 조금씩 비틀거렸다. 곧 그들의 몸에서 동물 정령이 끽끽 울어대면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정령들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기 무섭게 안개 너머로 휩쓸리듯 사라져갔다.

  “선배!”

  그 모습을 보고 주아는 규호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불렀다. 예상 밖의 지원군에 아스트라는 중얼거렸다.

  “뭐야?”

  그런 그에게 앤드류가 쏘아 붙였다.

  “코리안 드루이드다, 새끼야!”

  의식을 집중한 규호는 일대에 한 번 더 간절한 부르짖음을 더했다.

  “<떠나소서, 거듭 말씀드리나이다. 떠나소서!>”

  정령이 빠져 나가자 나알들루시들은 빠르게 사람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끈 풀린 인형처럼 바닥에 툭툭 쓰러졌다.

  “됐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나알들루시들이 해결되자 주아는 쾌재를 외쳤다. 그와 반대로 아스트라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케팔로스!”

  그는 서둘러 정령 주술자를 소리 높여 불렀다. 그 말을 들은 케팔로스는 고통에 찬 얼굴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케팔로스는 동물 정령들이 규호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걸 보고 경악에 찬 표정을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예전부터 동양에서는 자연의 흐름과 이치를 파악하고 이를 자유자제로 응용하는 술법이 발달했지요. 동양에서는 그것을 도술이라고 칭합니다.”

  규호는 케팔로스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당신이 불러낸 이계의 영혼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더군요. 전 그들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줬을 뿐입니다.”

  “그럴 리 없다. 그것은 오직 정령 주술사의 말만 듣는단 말이다!”

  케팔로스는 자신이 불러낸 정령을 규호가 손쉽게 제어하자 분노에 차 목소리를 높였다. 규호는 그를 물끄러미 보고는 차분히 말했다.

  “이미 당신이 펼치신 의식은 끝났습니다. 모르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케팔로스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는 떨리는 얼굴로 주위를 훑었다. 음악, 음악이 들여오지 않는다. 언제부터여는지는 모르지만, 클럽 안에 잔잔하게 깔아 놓았던 음악이 멈춰 있다.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규호가 설명했다.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에 따라 영혼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오기 전, 클럽 오디오슬 부쉈죠.”

  그 뿐이 아니었다. 규호 발치에 돋아난 풀과 이끼들이 공기 중에 향냄새를 빠르게 덮고 있었다. 지금은 깊은 숲 속에서나 있을 법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규호의 등장과 함께 일대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한 것 같았다.

  “당신의 의식은 제가 정화했습니다. 곧 구속력이 약해지겠죠. 그러니 이제 포기하시지요.”

  “내 의식을 잘도……!”

  케팔로스는 분노에 차서 부들거렸다. 규호는 그란 그에게 일렀다.

  “당신 곁에 있는 거룩한 존재가 슬퍼하고 계십니다.”

  “닥쳐라!”

  케팔로스는 고함을 지르며 규호에게 달려들었다. 안으로 굽어진 날카로운 손톱이 단검처럼 번뜩였다. 케팔로스는 짐승이 먹잇감을 물어뜯듯 규호의 상체에 거칠게 손을 꽂아 넣었다.

  “어?”

  규호의 입에서 의문에 찬 짧은 음성이 튀어나왔다. 분명 손톱은 규호에게 파고 들었다. 하지만 피가 흐르지도, 살이 찢겨지지도 않는다.

  사람의 몸이라고 보기 힘든 이질적인 감각만 피부 끝에서 전해진다.

  그의 일격을 받아낸 규호는 무서우리만큼 담담한 투로 물었다.

  “왜 당신 같은 분이 이런 악행을 저지르시는 겁니까?”

  “너……?”

  케팔로스는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침 주아가 그에게 은탄환을 발사하며 끼어들었다.

  “선배에게서 손 떼!”

  은탄환은 케팔로스의 몸에 직격했다. 안 그래도 아까 앤드류와 싸우느라 탈진해 있던 그는 주아의 공격을 받고 옆으로 쓰러졌다.

  “빌어먹을!”

  믿었던 아군이 피격 당하자 아스트라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죽거리며 앤드류를 몰아 붙였던 아까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어쩔래? 네 잘난 동생 놈은 이제 못 움직일 것 같은데.”

  오히려 앤드류가 그를 보며 조소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의 눈은 아스트라를 향해 번뜩이고 있었다. 아스트라는 그런 그를 향해 발악하듯 소리쳤다.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어!”

  아스트라는 앤드류를 노려보며 한 번 더 환각을 펼쳤다. 그러자 갑자기 주아의 모습이 일대를 가득 채웠다. 바닥에 쓰러져 있기도 했고, 피투성이가 되어 숨을 헐떡거리고 있거나, 은탄환 권총을 쥔 채 자신을 엄호하려 하기도 했다. 눈길이 닿는 곳, 감각이 향하는 모든 공간에 수많은 주아의 각기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누군가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복제시켜 혼란을 주는 환상.

  그 안에서 앤드류는 중얼거렸다.

  “실로 웃기지도 않는 마슬쇼군.”

  그는 자리에서 힘차게 도약했다. 그리고 가장 구석에 있는 주아의 목을 낚아채 벽에 처박았다. 곧 주아의 얼굴이 사라지며, 경악으로 가득 찬 아스트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어떻게?”

  “네가 만든 환각은 정교해. 그건 인정하지.”

  앤드류는 아스트라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다댔다. 그리고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하지만 환각으로 만들어낸 저 마녀의 모습에서는 ‘재수 없음’이 부족해.”

  화르륵, 앤드류의 팔을 타고 새파란 불길이 치솟았다. 불꽃은 섬뜩하게 빛나면서 아스트라의 얼굴을 집어 삼켰다.

  “자, 이제 타죽자!”

  “으아아아아악!”

  온 몸을 뒤덮는 푸른 불꽃 속에서 아스트라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앤드류는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불꽃의 화력을 서서히 높였다. 불길이 거세지고, 그 빛이 더해질수록 아스트라의 비명은 높아졌다.

  “으윽!”

  그걸 들은 케팔로스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옷 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검붉은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여주인님의 은혜를 이렇게 쓸 수밖에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케팔로스는 이 말과 함께 유리병을 클럽 구석으로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유리병이 깨지며 그 안에 있던 검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앤드류의 감각을 휘감는 거대한 끌림이 순식간에 그를 뒤흔들었다.

  “이,이건!”

  앤드류는 곧바로 휘청거렸다. 검붉은 액체에서 걸쭉하게 피어나오는 향기가 의식을 뒤흔들었다. 거부할 수 없다. 유리병이 깨지고, 그 안에 담겼던 액체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부터 거대한 갈증이 깊은 곳에서부터 꺽꺽거리며 올라온다.

  그리고 동시에 아스트라를 옥죄고 있던 손아귀의 힘도 느슨해졌다.

 

 

  “오거라!”

  케팔로스는 서둘러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갑자기 클럽 창문이 깨지며 쥐와 비둘기 수 십 마리가 들어왔다. 쥐와 비둘기는 무언가에 홀린 듯 우글거리면서 주위를 빙글거리며 돌았다. 정령 주술과 별개로 동물을 부리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또 잔재주를 부리네!”

  주아는 주위를 에워 싼 짐승들 사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달라 붙는 쥐와 비둘기 탓에 총탄은 번번이 빗나갔다. 케팔로스는 일대를 뒤덮은 짐승 무리 속으로 힘껏 몸을 던졌다.

  푸드덕거리는 깃털 소리와 쥐의 찍찍거리는 울음 소리가 빠르고 강하게 주위를 훑고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케팔로스의 모습도, 아스트라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엉망이 된 클럽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채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손님들이 전부였다.

  “이것들 어디 갔어? 설마 그 사이에 도망친 건가?”

  주아는 권총을 움켜쥔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차하면 바로 추격할 기세였다. 그런 그녀를 규호가 막아섰다.

  “잠깐. 우선 피해자들을 구하는 게 급선무야.”

  “젠장, 알았어요. 선배.”

  그 말을 들은 주아는 맥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핵심 인원을 둘이나 놓친 것이 아쉬웠지만, 아직 클럽에는 얼떨결에 이번 일에 휘말린 죄 없는 민간인들이 잔뜩 있었다. 규호 덕에 나알들루시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과연 몸에 어떤 이변에 있을지 몰랐다.

  “하아……하아……하앗……”

  그런 주아의 귓가에 들뜬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앤드류가 잔해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핥아 먹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에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과 흥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앤드류? 괜찮아? ”

  주아는 앤드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러자 앤드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는 아까 케팔로스가 던져두고 간 검붉은 액체로 젖어 있었다.

  그는 연신 숨을 몰아쉬면서 깨진 유리병에 담긴 액체를 핥아 먹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저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앤드류에게서는 한 줌의 이성도 읽을 수 없었다. 오직 끝없는 허기에 사로잡힌 사나운 야수의 모습이 되어 연신 혀만 날름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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