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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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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작성일 : 22-02-24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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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얼굴에서 복면이 떨어졌다는 걸 알아챈 신아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바닥에 떨어진 복면을 찾으려고 등을 돌리는 신아의 손을 잡는 건 다름 아닌 그 사내였다.

 고하람: 저, 아까부터 손에서 피나 던 데....

 일군들을 피해 도망치다 자신도 모르게 긁힌 상처를 사내가 먼저 알아봐 주었다.

 고하람: 이거라도 두르고 있어.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다친 손에 둘러주는 이 사내가 신아는 조금 우스웠다. 이 한적한 시간에 복면을 쓰고 손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경계하기는커녕 제 물건을 줘 감싸주다니. 사내가 주머니에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차림새도 그렇고 꽤 있는 집 도련님 같아 보였다. 게다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반말로 말을 걸다니. 누구에게도 고개 숙여본 적 없어 보이는 구김 없는 모습이 신아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류신아: 됐어.

 사내의 반말에 보란 듯이 자신도 반말로 답을 해주고 손수건을 두르고 있는 사내의 손길을 차갑게 내치며 복면을 주워 자리를 피하려는 신아.

 고하람: 잠시만!!

 사내는 그런 신아를 다급하게 부르며 신아의 손에 자신의 손수건을 쥐어 주었다.

 고하람: 그대로 두면 상처가 더 벌어져서 나중에 힘들어. 피 멈추게 두르고 라도 있어.

 괜찮다는 말에도 계속해서 호의를 베풀려고 하는 이 사내에게 신아의 감정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물건을 내주면서 까지 두 번이나 호의를 보여줄 수 있지? 심지어 신아는 지금 누가 봐도 수상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은색 옷과 복면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고 팔에는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신아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경계하며 살았다. 신아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모두가 자기 실속만 챙길 수 있다면 남들이야 다치든 죽든 상관하지 않았고 그걸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신아도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일지 모른다. 신아 또한 자신의 목표만이 중요하고 다른 건 다 하찮은 일이라고 여기며 사람들을 무시했다. 제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신아에게 사내의 행동은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류신아: 너 말이야.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까지 해?

 신아가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고하람: 뭐.....?

 류신아: 이 시간에, 인적 드문 이런 곳에서 복면까지 쓰고 팔에 피를 흘리는 사람이 어떤 사람 일줄 알고 계속 말을 거냐고.

 계속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아를 피해 뒷걸음질 치다 결국 벽까지 이르고 만 사내는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이 없자 하염없이 다가오는 신아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류신아: 그리고, 왜 다짜고짜 반말이야?

 보수적이고 예의 없는 걸 싫어하는 신아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앞뒤 설명도 없이 반말로 말을 거는 사내의 모습이 계속 걸렸던 모양인지 결국 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제서야 웅크리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고개를 치켜세우며 반박하는 사내.

 고하람: 며...몇살인데??너? 내가 형인 것 같은데.

 류신아: 혀..형?

 신아는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하는 사내가 어이가 없다 가도 옷을 매만지며 자신이 지금 작전 중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내 납득했다. 신아는 작전 중에 남장을 한다.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양복과 긴 머리를 모자에 감추고 복면을 쓰면 체구는 작아도 여느 남정네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위장 면에도 남장을 하는 것이 훨씬 안전했고 신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한 영의 제안이였다. 신아도 본인도 사내 행실을 하며 사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다. 어치피 계집 주제에 라면서 보기 전에 무시하고 얕잡아 보기 마련인 세상에서 살아 남을려면, 되려 성별을 감추는 편이 나았고 신아 또한 자신의 성별을 딱히 의식하며 살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 남정네의 표정을 보며 신아는 되려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류신아: 됐다. 가라.

 고하람: 뭐야, 할 말 없으니까 도망가냐?? 몇 살인데 너?!

 건물들 틈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가는 신아를 계속해서 따라가며 묻는 사내의 모습에 신아는 이내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류신아: 가라고.

 사내는 신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에 다시 손수건을 쥐어주었다.

 고하람: 하고 가. 사내가 손도 못쓰면 어디에 쓰이겠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장난기만 많은 말투로 쫓아오던 사내가 손수건을 줄 때 만큼은 목소릴 낮추고 진지하게 건네는 모습에 신아는 아까처럼 호의를 뿌릴 칠 수 없었다.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사내를 응시하는 신아의 손에서 손수건을 가져가 직접 신아의 손에 감아주는 사내.

 고하람: 당분간 손 쓰는 일 하지 말고.

 손수건을 묶으며 신아에게 당부하는 말이 이제는 어른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사내를 쳐다보는 신아의 눈동자에 사내의 얼굴이 비추었다. 잠깐 놀라 고개를 살짝 뒤로 빼는 신아를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하고 빤히 쳐다보는 사내. 가까이서 보니 정말 예쁜 미모였다. 사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고운 피부와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고하람: 근데....너 정말 사내 맞아......? 생긴 거는 꼭 계집아이 처...

 사내의 얼굴을 감상하느라 제제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 서 있던 신아는 순간 들려오는 계집아이라는 말에 당황하며 남자의 발을 거세게 밟았다.

 고하람: 으아악

 류신아: 계집아이 같은 걸로 따지면 네가 나보다 더해.

 신아는 밟힌 발을 부여잡으며 아파하는 사내를 뒤로 하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사내의 말에 동요 됐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던 터라 자리를 빨리 떠버리고 싶었다.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져 가는 신아의 뒷 모습을 보며 사내는 발을 한,두 번 앞뒤로 차면서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아이였다. 신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이내 등을 돌리던 사내가 놀라며 다시 신아가 사라진 쪽을 보며 짧게 말을 내뱉었다.

 고하람: 아 이름....

 이름도 물어보지 못하고 헤어진 게 내심 아쉬웟는지, 신아가 이미 가버리고 없는 길을 오랫동안 쳐다보다, 이내 별이 가득한 하늘로 고개를 올리며 생각했다.

 고하람(독백): 경성에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려나...

 같은 시간, 해월관으로 가는 신아 또한 사내가 준 손수건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사내를 다시 본다는 건 힘든 일이였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신아는 자신도 모르게 내심 아쉬워지기 까지 했다.

 허 영: 신아야!

 사내 생각을 하다 뒤에서 영이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던 신아가 놀란 눈으로 영을 쳐다 봤다.

 허 영: 왜 이렇게 놀라. 무슨 일 있었어?

 웬만하면 잘 놀라지 않는 성격에 신아가, 인기척 조차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신아 보다 더 놀란 영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류신아: 아...아니에.....아 맞다. 해월관...

 걱정하는 영의 모습에 이내 정신을 차리며 괜찮다는 말을 할려고 했던 신아가 영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하게 무언가를 깨닫고 조금 커진 눈으로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영은 해월관의 사장이다. 자신은 해월관에서 지내고 있다. 자신에게 손수건을 준 사람은 사내였다. 그렇다면 언젠가 해월관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신아는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사내가 보았던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류신아(독백):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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