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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삶은 편하던가요
작가 : 허혜민
작품등록일 : 20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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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diary
작성일 : 22-02-28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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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점점 가까워졌어. 나는 네가 일하는 바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고 네가 좋아하는 고기 국수 집에서 국수를 먹기도 했어. 밤이면 양부모 몰래 방을 나와 이클립스 장벽 앞으로 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장벽의 너머 문시티를 바라보기도 했지. 나는 너와 있는 시간이 즐거워. 나는 홈스쿨링으로 늘 집에서 혼자 발레 연습을 했기에 친구가 없었거든. 주변에 있는 모든 관계는 일과 얽혀 있기에 어려웠어. 따져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어려웠지.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아. 너는 내게 깊은 속마음을 꺼내줬잖아. 남들이라면 숨기고 싶은 그런 마음까지도. 난 네가 늘 멋지고 자신감이 넘칠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너도 나와 같이 연약한 면도 있다는 것에 반가웠어. 너는 강압적인 아빠로부터 이곳에 도망쳤다고 했어. 너는 늘 뭐든 잘해야 될 거 같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 어느 날 장벽 너머의 문시티를 발견했다고 했어. 티비에서 다룬 것과 다르게 그곳 사람들은 편하고 즐거워 보였다고 했어. 너는 사실 열등감이 많다고 내게 말하면서 푸념했어. 집안사람들과 다르게 평범한 외모에 머리가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며 심지어 키가 크지 않은 게 제일 아쉽다고 했지. 나는 그런 너를 보며 깊은 애정을 느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도 네게 내 그림자를 보였지.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했던 것 같아. 그 이후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네게 진심이었고 너 또한 내게 진심이라고 느꼈어. 그런 기분은 처음이야. 늘 중력 없는 우주 속에서 홀로 떠도는 기분을 느꼈는데 너를 만난 이후 세상이 어쩌면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돼. 그런데 너는 다시 또 떠날 생각을 했지. 우리 마을을 떠나 문시티로 갈 거라며. 나는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데 너는 아니었던 걸까? 왜 자꾸만 떠나려는 걸까. 그래도 내가 불안해 할 때면 너는 내 손을 잡고 함께 가자는 말을 해주었어. 어디든 함께 가자고. 내가 정말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함께라고 말해주니 위안은 되더라.

 아인, 부디 나와 함께해줘. 너와 있을 때 나는 비로소 피어오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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