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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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재회.
작성일 : 22-03-01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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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재회.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향해 파황신군과 몽은 빠르게 달려갔다. 파황신군의 경공술과 몽의 축지법은 엄청난 속도였기에 둘은 낮과 밤을 달려 단 하루 만에 한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단에 도착할 즈음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멀리서 서서히 푸른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한단에 다다르자 익숙한 건물들과, 산, 지형들이 몽의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몽은 드디어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보옥을 다시 만나게 될 생각에 무척 마음이 설렜다. 그때 조금 앞서가던 파황신군이 코를 킁킁거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음? 아니 이거, 이게 얼마 만에 맡아보는 냄새야?”

 

 파황신군의 느닷없는 행동에 몽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이 냄새 말이야. 멀리 있어서 옅게 나긴 하지만 이건 분명히 원공주 냄새다.”

 

 “어디서요?”

 

 “글쎄...... 그건 냄새를 쫓아가보면 알겠지. 난 십리(4km) 밖에서도 냄새로 술을 구별할 수 있으니 아마 틀림없을 거야.”

 

 "네? 십리 밖에서도 냄새로 술을 구별한다구요?“

 

 “그래. 왜? 못 믿겠느냐? 그럼 어디 내기라도 해볼까?”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파황신군이 입맛을 다시더니 말했다.

 

 “자! 자네가 말한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도착했으니, 난 잠시 원공주 맛이나 좀 보고 와야겠군.”

 

 파황신군의 말을 들으면서도 몽의 눈길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칠층 누각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보옥이 기다리고 있는 취월루였다. 취월루가 몽의 눈에 들어오자 몽의 심장은 더욱 방망이질을 요란하게 해대었다. 몽이 파황신군에게 말했다.

 

 “그럼 그러세요. 저도 급하게 갈 곳이 있어서요. 그럼 나중에 취월루라는 곳을 찾아오세요.”

 

 “취월루? 기루의 이름인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이 아침부터....... 클클클..... 녀석. 순진하게 생겨가지고는 상당히 밝히는 녀석인가 보구나.”

 

 파황신군의 말에 몽이 발끈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거!”

 

 “뭐, 부끄러워 할 것 없다. 한창 혈기왕성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그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나도 한창 때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몽은 더 말해봤자 골치만 아플 것 같아 파황신군의 말을 끊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 됐어요. 어쨌든 나중에 그리로 꼭 오세요!”

 

 “기루로 오라는데 마다할 것 없지. 내 원공주만 퍼뜩 마시고 얼른 달려가마.”

 

 둘은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갈 길을 위해 달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똑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원공주 향이 풍겨오는 곳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 너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

 

 “저도 취월루에 간다고 했잖아요?”

 

 “거기가 어딘데?”

 

 “저기 우뚝 솟아있는 칠층 누각이요.”

 

 “뭐?”

 

 파황신군은 달려가면서 계속 코를 킁킁 거렸다.

 

 “원공주 냄새도 거기서 나는 것 같은데......”

 

 “네에?”

 

 파황신군의 말에 몽은 깜짝 놀랐다.

 

 ‘설마....... 소단주님이 이렇게 이런 아침부터 내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아니야. 그건 말도 안 돼!’

 

 둘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 함께 달려갔다. 취월루에 당도한 몽과 파황신군은 동시에 누각의 칠층으로 뛰어올랐고, 몽은 보옥을 마주하게 되었다.

 

 몽을 본 보옥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창가에 올라서있는 몽을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보옥은 지금 눈앞에 몽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꿈처럼만 느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속이 타들어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오늘 죽을 각오를 하고서 진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는데, 눈앞에 몽이 턱하니 나타난 것이다.

 

 보옥의 마음은 순간 절망에서 환희로 바뀌었다. 창밖의 흐린 날씨도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느껴졌고, 비를 맞아 젖은 몽의 얼굴에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도 너무나 정겹게 느껴졌다. 하늘에서 흩날리며 내리는 비를 타고 마치 몽이 하늘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것만 같았다.

 

 몽이 보옥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소단주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얼굴이 영 안 좋아 보이는데......”

 

 언제나 얼굴에 생기가 넘쳐나고, 항상 꽃처럼 환하던 보옥의 얼굴이 마른 땅처럼 건조하고 칙칙하게 보여서 몽은 보옥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하지만 이 말이 보옥의 기분을 확 상하게 만들어 버렸다.

 

 '뭐? 일년 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얼굴이 영 안 좋아?!'

 

 몽을 걱정하느라 초췌한 모습이 되어버린 보옥은 이런 모습을 몽에게 보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몽 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정작 자신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났다. 환희로 가득 찼던 보옥의 마음이 순간 신경질적으로 변해 몽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넌 계단 놔두고 꼭두새벽부터 다짜고짜 창문으로 넘어와서 뭐하는 짓이야?!!”

 

 보옥이 화를 내자 몽이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네? 아니....... 그게......”

 

 “그리고 저 노인은 또 누구야? 누군데 허락도 없이 내 방에 발을 들이는 건데?!!”

 

 “네? 아, 저기 저분은요.......”

 

 “어....엇?”

 

 몽이 파황신군을 소개하려하는데, 손에 든 술병에 입을 대고 원공주를 마시려던 파황신군이 손에서 술병이 쑥 빠져나가자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파황신군의 손에서 빠져나간 술병은 어느새 보옥의 손에 들려있었다. 보옥이 술병을 들고 흔들며 말했다.

 

 “함부로 여인의 방에 들어오질 않나, 술병을 빼앗아 마시려고 하질 않나! 나이만 많았지 예의가 전혀 없군요!!”

 

 ‘허공섭물?’

 

 파황신군이 놀란 눈으로 보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린 나이에 제법이구나. 그런데 말이야....... 네가 무공을 제법 익혔다고 해서 어른한테 그렇게 예의 없이 말을 하면.......으음?”

 

 파황신군은 보옥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다시 허공섭물로 빼앗아 오려고 했지만, 보옥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파황신군은 점점 몸에 공력을 끌어올렸다. 파황신군의 옷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펄럭였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보옥의 치맛자락도 강기의 바람과 함께 펄럭였다.

 

 ‘아....아니. 이럴 수가?!!’

 

 파황신군은 새파랗게 어린 보옥의 내공이 자신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정도의 내공을 성취할 수 있었던 거지? 천몽이라는 저 녀석도 그렇고, 이 여자아이도 그렇고...... 도대체 내가 세상을 멀리 한 사이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단 말인가.......’

 

 “이제 그만 하시죠. 더 힘을 주셨다간 병이 박살나버리고 말거에요.”

 

 보옥의 말에 파황신군은 입맛을 다시면서 손에 힘을 거두며 물었다.

 

 “쩝..... 그나저나 정말 놀라운 일이군. 너는 도대체 누구냐?”

 

 파황신군의 말에 보옥이 파황신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흑영단의 소단주 황보옥이라고 합니다. 그런 당신은 누구시죠?”

 

 파황신군은 세상을 멀리하고 지냈지만, 흑영단과 옥성여제 황보옥에 대한 소문이 워낙 곳곳에 퍼져있다 보니, 그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흐음...... 과연.... 헛소문은 아니었군. 나는 파황신군이라고 한다.”

 

 파황신군의 말에 보옥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파....파황신군이라면...... 백여 년 전 음공무제와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던 천하제일의 고수?”

 

 파황신군은 처음 몽을 만났을 때, 몽이 자신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혹시나 이 소녀도 모르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아우인 음공무제에 대해서도 알고, 파황신군인 자신에 대해서도 알자 아주 흡족했다.

 

 “그래. 바로 그 파황신군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보옥은 단순한 괴짜노인으로만 생각했던 사람이 파황신군이라는 사실에 행동이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그런데, 이 늙은이를 계속 세워둘 생각인가?”

 

 “아, 이리로 앉으세요. 몽. 너도.”

 

 파황신군과 몽이 창가의 탁자에 앉자 보옥도 몽의 곁에 앉으려다가, 몽이 자신을 향해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던 말이 번뜩 떠올라 몽을 한번 흘겨보고는 얼른 방 밖으로 나갔다. 보옥이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부르자 루주인 황묘선이 직접 보옥을 향해 달려왔다.

 

 “찾으셨습니까? 소단주님.”

 

 “아. 루주님. 저기, 음식을 아, 술과 음식을 좀 넉넉히 차려주세요.”

 

 보옥이 환하게 웃으며 묘선에게 말하자 묘선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통 웃음이 없던 보옥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술상을 넉넉히 봐달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네? 아니, 어디에......”

 

 “아. 제방에 좀 차려주세요. 손님이 오셨거든요.”

 

 “네? 오늘 취월루의 문이 열린 적은 아직 없었는데, 손님이 오셨다구요?”

 

 루주인 묘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꼭두새벽이라 취월루의 문도 닫혀있었고, 칠층에 있는 소단주 보옥의 방에 누군가 올라갔다면 일층부터 칠층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흑영단 무사들의 눈을 피해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는데....... 혹시...... 소단주님이.......’

 

 “네. 그게 그렇게 되었어요. 참, 그리고 따뜻한 물도 좀 받아주세요. 좀 씻어야겠어요.”

 

 개문혈신만월팔괘진에서 핏방울이 사라지자 식음을 전폐하고 씻는 것도 잊어버렸던 보옥이었던 터라 루주인 묘선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오늘 정말 이상하신 것 같은데? 다 죽어가던 얼굴이, 입이 찢어질 듯 싱글벙글거리고, 대문이 열린 적도 없는데 칠층의 방에 손님이 왔다고 그러고 이러다가 정말........’

 

 묘선은 혹시라도 보옥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덜컥 걱정이 되었다. 묘선은 순간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어 보옥에게 말했다.

 

 “네. 물은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술과 음식을 새로 차리기 전에, 먼저 드렸던 음식을 좀 치워도 될까요?”

 

 묘선은 깊은 새벽에 보옥에게 원공주와 함께 가져다주었던 오리구이와 야채볶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묘선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옥의 방으로 향했다. 만약 보옥의 방에 아무도 없다면 보옥은 미쳐버린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하지? 단주님께 즉시 보고를 해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그걸 어떻게 보고를 하지?’

 

 묘선은 속으로 온갖 걱정을 다하면서 보옥의 방으로 갔는데, 보옥의 방문을 여는 순간 묘선은 그곳에 몽과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 아니 정말 손님이 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칠층에.......’

 

 “어? 안녕하세요?”

 

 묘선을 알고 있는 몽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묘선은 당황한 마음과는 다르게 전혀 당황한 표정을 겉으로 보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몽을 향해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내셨지요?”

 

 몽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온몸이 비에 잔뜩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을 환하게 밝히는 빛처럼 보였다. 묘선은 왜 갑자기 보옥이 급하게 씻는다고 물을 받아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묘선은 얼른 차갑게 식은 음식들을 치웠다.

 

 이른 아침부터 취월루에서는 따끈한 물을 준비하느라, 술상을 차리느라 갑자기 모두가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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