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첫회보기
 
120화 자초. 귀향길에 오르다.
작성일 : 22-03-17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021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20화 자초. 귀향길에 오르다.

 

 파황신군과 몽은 조나라의 수도 한단 근처의 산 정상에서 취월루에서 하다만 음공에 대해 수련하기 시작했다.

 

 “몽”

 

 “네.”

 

 “내가 아까 가르쳐 준대로 피리 구멍에 손가락을 올리고 피리를 불어 보거라.”

 

 “알겠습니다.”

 

 몽은 대답을 하고서 조심스레 피리에 입을 가져다 대고서 피리를 불었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몽을 향해 파황신군이 말했다.

 

 “억지로 바람을 불어 내려고 하지 말고,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고 내뱉듯 하면 된다.”

 

 “네. 다시 해볼게요.”

 

 몽은 다시 피리를 입에 대고 천천히 숨을 내쉬듯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은은한 피리 소리가 났다.

 

 “그래. 그렇게.......”

 

 몽은 지금 피리를 부는 이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의 느낌을 기억해두었다. 몽이 피리를 불고 있는데 파황신군이 말했다.

 

 “그렇게 계속 불면서 듣거라. 지금 피리를 부는 그 상태에서 날숨에 내력을 싣는 거다. 사자후를 토해 낼 때 소리에 내력을 싣듯, 이것은 숨 쉬는 공기에 내력을 싣는 거지.”

 

 몽은 피리에 입을 대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내공을 서서히 모아 올리기 시작했다. 혈신을 만나 힘을 각성한 몽에게는 날숨에 내력을 싣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 삐이이이이익

 

 내공이 실린 경쾌한 피리 소리는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그렇지! 그 느낌을 잘 기억하도록 하거라.”

 

 “네.”

 

 몽이 몇 번 더 그렇게 내력을 실어 피리를 불자 갑자기 멀리서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몽과 파황신군은 그 기운을 느끼고 잠시 수련을 멈췄다. 기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몽은 그 독특한 기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잠시 후 파황신군과 몽이 앉아 있는 곳에 하얀 비단옷을 입은 보옥이 한 마리 새처럼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았다.

 

 보옥은 선녀같은 모습을 하고서는 몽을 향해 거칠게 말했다.

 

 “야! 몽! 너 진짜 죽고 싶냐? 가면 간다고 보고를 하고 가야 할 것 아니야! 앙?”

 

 “어.......하.....하 죄송해요”

 

 ‘진짜......... 저런 선녀 같은 얼굴을 하고서 저렇게 거칠게 말하는 건 적응하기 어려워........’

 

 몽은 난처한 얼굴로 대답을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죄송해요? 그런 말로 대충 넘어가려고?”

 

 “아니, 그건......... 아니고요........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몽이 내력을 이용해 분 피리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가 보옥이 그 소리를 듣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는데, 몽은 자신이 만든 소리가 보옥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럼 내가 너를 못 찾았어야 해?”

 

 “아.....아니요......그런 게 아니고요......”

 

 몽은 보옥이 화가 단단히 나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자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서 파황신군에게 전음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파황신군님! 좀 도와주세요!”

 

 그러자 파황신군의 전음이 들려왔다.

 

 “클클클. 제법 재미가 있구나.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굳이 내가 나서서 그만 두게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파황신군이 몽을 놀리며 말하자 몽이 볼멘소리를 했다.

 

 “정말 이러시기예요?”

 

 “후훗.”

 

 파황신군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보옥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몽에게 한참을 잔소리했고, 몽이 보옥의 잔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려 할 때쯤 파황신군이 나섰다.

 

 “보옥아 이제 그만하고, 너에게도 금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 배워 볼 테냐?”

 

 보옥은 파황신군의 말에 그제야 몽에게 퍼붓던 잔소리를 멈추고 파황신군의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산의 정상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파황신군은 몽과 보옥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하곤은 사흘 후 떠날 준비를 하며 생각했다.

 

 “적신을 풀어서 넣어 둘 목함이 하나 있으면 좋겠지?”

 

 하곤은 먼 길을 가는 동안 창을 들고 가기는 불편할 것 같아 적신의 창두와 창간을 분리해 목함에 넣어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하곤에게는 몽으로 부터 받았던 약간의 돈이 있었기에 목함을 사기 위해 저잣거리로 나섰다.

 

 하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적신을 넣기 좋을만한 목함을 찾고 있는데, 적당한 크기에 색깔도 꼭 마음에 드는 목함을 하나 발견했다. 하곤은 가격을 물어보고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목함을 사기로 하고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목함을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한 소녀가 불쑥 나타나 하곤의 손에 들려있는 목함을 낚아채며 말했다.

 

 “이 목함은 내꺼야!”

 

 하곤은 갑자기 나타난 소녀를 보며 깜짝 놀랐다. 그 소녀는 가끔 취월루에 들릴 때 봤던 금소영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영과 하곤은 이제 12살로 동갑이었지만 하곤이 취월루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은 란이었기에 둘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너.......너는...... 금소영?”

 

 하곤의 말에 금소영이 하곤의 얼굴을 보고선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너였구나? 아무튼 이 목함은 내가 이미 샀어.”

 

 소영역시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제법 날카롭고 뾰족한 물건들을 넣어둘 목함을 찾다가 하곤이 고른 목함이 마음에 들어 먼저 값을 치르고는, 다른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잠시 후 가져간다며 놔뒀었는데 그것을 주인이 어수룩해 보이는 하곤에게 비싼 값을 불러 팔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값을 치렀는걸?”

 

 하곤의 말에 소영이 발끈하며 물었다.

 

 “뭐? 그래서 지금 이걸 돌려달라는 말이야?”

 

 “내가 샀으니까.......”

 

 하곤이 말을 하는데 소영이 주인을 향해 외쳤다.

 

 “이것 보세요 아저씨! 여기 이 아이한테 바가지 씌워서 팔았죠?”

 

 소영의 말에 주인아저씨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그....그게....”

 

 “이것 보세요 아저씨! 제가 누군지 아시죠?”

 

 주인은 금소영이 취월루에서 지내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이 흑영단의 소유라는 것도. 주인은 마지막 하나 남은 목함을 하곤에게 팔아 이문을 더 남기려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얼른 하곤에게 받았던 돈을 돌려주며 말했다.

 

 “미, 미안하구나!”

 

 소영은 주인이 하곤에게 돈을 돌려주는 모습을 보고는 목함을 들고 그 자리를 떴다. 그러자 하곤이 소영을 다급하게 불렀다.

 

 “저, 저기! 야!”

 

 소영이 가다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왜?”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니?”

 

 그러자 소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내가 너한테?”

 

 “그래.”

 

 “아니, 왜? 내가 먼저 산 물건을 내가 가져가는데?”

 

 “그래도 나도 값을 치렀고, 장사는 원래 값을 더 쳐주는 사람한테 파는 것 아니야?”

 

 목함이야 다른 곳에서 또 사면 그만이었지만, 하곤은 소영이 하는 행동에 은근히 부아가 올라 말했다. 그런 하곤의 행동에 소영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왕창 바가지 쓴 걸 구해줬더니....... 너 정말 이상한 아이구나?”

 

 “뭐...... 뭐?”

 

 “됐어!”

 

 소영은 하곤과 더이상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 홱 돌아서 가버렸다.

 

 하곤은 화가 났지만 소영을 보옥이 아낀다는 것을 알았고, 여자아이였기에 차마 손을 쓰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쳇. 사내녀석 이었다면 한 대 콱 쥐어박았을 텐데.’

 

 하는 수 없이 하곤은 더 발품을 팔아 다른 목함을 하나 사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몽과 보옥이 파황신군으로부터 음공을 배우고, 하곤과 소영이 떠날 채비를 부지런히 하는 동안 사흘이 훌쩍 지났다.

 

 드디어 자초가 진나라로 떠나는 날이 되자 모두 여불위의 집에 모였다. 자초 역시 여불위의 집으로 왔다. 물론 자초의 집을 지키는 무사들이 사라지면 사람들의 의심을 살수도 있었기에 자초의 집에서는 여전히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여불위는 마치 장사를 하는 상단이 길을 떠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작은 상단을 꾸렸다.

 

 짐꾼 20명. 표사 10명의 작은 상단으로 꾸몄지만, 짐꾼 20명과 표사 10명 모두 흑사신회의 정예들이었다. 자초 역시 짐꾼처럼 위장을 했다. 그런 자초의 곁에는 제5흑사신회의 회주인 사균과 하곤이 지켰다.

 

 자초는 짐꾼으로 위장한 자신의 모습이 영 어색한 것처럼 보였다.

 

 “많이 불편하십니까?”

 

 여불위가 웃으며 묻자 자초가 말했다.

 

 “아, 아닙니다. 불편하지는 않은데 너무 낯선 느낌이 들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금 지나면 그 옷도 곧 익숙해 질 겁니다.”

 

 여불위가 자초를 달래며 말했다.

 

 “그나저나 보옥이 올 때가 됐는데.......”

 

 여불위의 혼잣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보옥이 소영을 데리고 여불위의 집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보옥이 맑고 고운 음성으로 여불위에게 인사를 건네자 여불위가 환하게 웃으며 보옥을 맞이했다.

 

 “오. 그래 보옥이 왔느냐?”

 

 “네. 준비는 다 끝나셨나요?”

 

 “그래.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출발하려던 참이다.”

 

 여불위는 보옥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보옥의 곁에 서있는 소영에게 시선이 갔다. 그 아이는 이미 여불위도 잘 알고 있는 아이였다.

 

 “이 아이는.........”

 

 “이 아이가 아저씨가 말씀 하셨던 화양부인과 연락을 취할 아이에요. 알고 계시죠? 소영이.”

 

 “안녕하세요? 나으리.”

 

 소영이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올렸다.

 

 “음........ 그래. 소영이라면 정말 믿을 만 하겠구나.”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곤은 깜짝 놀랐다.

 

 ‘뭐야? 지....... 지금 우리하고 같이 가는 거야?’

 

 하곤은 며칠 전 있었던 일 때문에 소영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소영은 떠날 일행들을 살피다가 하곤이 거기에 있는 것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뭐.... 뭐야? 저 녀석이 왜 저기에 섞여 있는 거지? 혹시...... 같이 떠나는 거야?’

 

 보옥은 소영의 표정이 이상해 보여 물었다.

 

 “왜 그러니 소영아?”

 

 “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보옥은 소영이 너무 긴장한 탓이라 여기며 격려했다.

 

 “처음이라 조금 힘든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성숙하고, 자라게 되는 거야. 그러니 몸 조심히 잘 다녀와.”

 

 “네. 감사합니다. 소단주님.”

 

 금천표국의 상단으로 위장한 그들은 요란하지 않게 여불위의 집을 나섰다. 성문을 나설 때까지는 노련한 행수 공환이 함께 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 중에 자초를 알아보는 자가 있을지도 몰라 자초는 헝겊을 두르고, 방갓을 깊이 눌러써서 얼굴을 가렸다. 드디어 자초가 볼모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27 127화 화염(華焰) 화령 3/25 212 0
126 126화 추길과 소소 3/24 216 0
125 125화 추격자 3/23 208 0
124 124화 당가의 비밀 3/21 216 0
123 123화 병을 고치다 3/20 204 0
122 122화 귀(鬼) 3/19 207 0
121 121화 흑사신 3/18 197 0
120 120화 자초. 귀향길에 오르다. 3/17 207 0
119 119화 몽. 음공에 빠지다. 3/16 216 0
118 118화 음공 3/15 212 0
117 117화 진시황(秦始皇)의 탄생. 3/14 214 0
116 116화 당가의 비밀 3/13 232 0
115 115화 파황신군과 백강의 대결. 3/12 224 0
114 114화 자초의 탈출 계획. 3/11 222 0
113 113화 도제의 눈물. 3/10 222 0
112 112화 묵염도(墨炎刀) 3/9 221 0
111 111화 도제(刀帝) 태사강 3/7 221 0
110 110화 갱살(坑殺) 3/6 226 0
109 109화 대장로 반야 3/5 243 0
108 108화 소부귀마(小斧鬼魔) 당상균. 3/4 229 0
107 107화 우사지력(雨師之力) 3/3 227 0
106 106화 당가(儻家) 3/3 223 0
105 105화. 조괄, 백기를 마주하다. 3/2 222 0
104 104화 백기장군. 장평에 나타나다. 3/2 239 0
103 103화 재회. 3/1 235 0
102 102화 파황신군 옥성여제를 만나다. 2/28 243 0
101 101화 음공무제 만총의 무덤. 2/27 247 0
100 100화 파황신군. 2/27 231 0
99 99화 설국에서 중원으로. 2/26 239 0
98 98화 음공무제(音功武帝) 2/26 237 0
 
 1  2  3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