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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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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웰컴 투 필리핀
작성일 : 17-06-17     조회 : 461     추천 : 0     분량 : 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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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필리핀의 부촌인 알라방이다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 영국과 미국의 그래머스쿨과의 협약으로 개최된 영어리더쉽캠프는 전세계에서 지원한 대학생들과 초.중.고등생들로 북적였다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환영의 밤 행사로 리조트네 수영장은 갖가지 색깔의 조명들로 반짝거렸다

 

 세경은 오늘 일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져 조명이 비추고 있는 수영장의 잔잔한 물을 응시하고 있다

 

 내가 필리핀에 오다니..

 

 돌아가고 싶어ㅜㅜ

 

 세경과 세라는 우여곡절끝에 둘 다 스텝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세경은 올 겨울방학때는 꼭 일본에 보내주겠다는 아빠의 약속과 향후 세경의 덕후취미를 인정하겠다는 엄마의 다짐을 받고 면접과 서류심사를 통해 단박에 스텝으로 발탁되었다

 

 일본어와 영어가 능통한 세경에게 이 캠프의 인턴쉽은 딱 이었지만 원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질 못하고 집에 있는것을 천국으로 생각하는 성격탓에 세경의 도전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세라는 브론티어 활동 스텝으로 세경과 함께 한다는 조건으로 필리핀으로 왔다

 

 공인인증서도 해외체류경험도 없는 세라가 맡은 일은 안전도우미였다

 운동을 즐기는 세라에겐 신이 허락한 신체조건이 있다,

 운.동.신.경

 

 거기다 그나마 그 자리도 관광학과 지도 교수님의 추천 전형으로 이루어진,한마디로 피눈물 나는 노력과 부탁으로 얻어낸 자리였다.

 

 "쳇,그냥 모두를 위해 이,이 신세라님께서 봉사하시겠다는데 거,조건 엄청 따지네.."

 

 세라가 네일된 손톱을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엄마가 평소에 영어공부 좀 해두라했지? 너 세경이 공부할 때 학원만 같이 다녔어두..에휴..넌 누굴 닮아 이렇게 공부랑은 웬수지간인거야?"

 

 엄마는 운전대를 잡고 공항 가는 차 안에서 세라에게 핀잔을 준다.

 

 "시대가 변해도 여잔 이쁨 고시3개 패스라고? 그 말은 누가 했수?"

 

 세라가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엄마의 어깨를 귀엽게 뚝 친다.

 

 엄마,한심하면서도 인정한다는 듯 피식~웃으며.

 

 "누가 널 말려? 그렇게 정민이가 좋아?그리고 이렇게 무작정 가면 무슨 뾰족한 수가 있어? 내 딸이지만 너 진짜 대책 없어.무대뽀야.무대뽀"

 

 "어,나 그 오빠 진~짜 좋아.보기만해도 가슴이 뭉클한 게.나 자신있어. 내 멋진 미모를 매일 봐 봐.천하의 정민 오빠도 금방 넘어올 껄...내가 누구 딸이야.천하의 김여사딸 아니야~아..생각만 해도 너~무 기대된다~."

 

 두 모녀는 까르르 웃으며 양분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뒷좌석에서 이어폰을 끼고 자는 척 하며 듣고 있던 세영은 한심하다는 듯 다시 눈을 감는다.

 

 "야.그래도 이번엔 쟤 공이 컸다.그치?

 캠프 주관하시는 외국인 교수님이 젤 엄청 아끼더라고..인재라고.

 그래서 쟤 참가한다면서 안전이 걱정되니 언니는 브론티어 스텝으로라도 넣어달라고..그래야 안심하고 보내겠다고 아빠가 사정사정하셨잖니..."

 

 세영이 자는 줄 알고 엄마는 고개를 세라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소근거린다

 

 "쳇.그런게 어딨어? 나도 얼마나 애쓴줄알아? 교수님 찾아뵙고 추천서 받고..거기다 난 범생이들이 1도 없는 인명구조자격증.심폐소생술수료증이 있으니까 뽑아준거지..세상에 공부 잘하고 영어 좀 쓰는 애가 어디 쟤 뿐이냐고..다른 애들도 그 정도는 다 가지고 있더라..아..몰라몰라..난 그냥 가면 되는거야."

 

 세라가 선글라스를 양손으로 올리며 입버릇인 입을 삐죽 내밀면서 고개를 돌린다.

 

 창가로 인천국제공항의 웅장한 모습이 들어온다.

 

 <제5회 필리핀 국제 청소년 리더쉽 프로그램>이라고 적힌 팻말 아래 캠프를 떠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세라와 세경은 짐 수속을 마친후 스텝들이 모인 위치로 가서 워크숍에서 교육받은대로 네임 테크를 걸고 유니폼 티셔츠로 갈아입는다.

 

 손에 프로그램 파일을 든 세라와 세경은 아이들 곁으로 가 짐수속등을 돕고 있다.

 

 "언니,~스텝이죠? 우리애가 노트북이랑 폰을 가져가겠다는데 좀 말려줘요.."

 

 과체중에 머리를 붉게 물들인 엄마가 눈을 찡긋거리며 세경을 쳐다본다

 

 나 지금 아들과 실갱이중이야.기기는 안된다고 해.어서 어서..

 

 "그럼 나 캠프 안 가.씨..폰도 못쓰게 하고..나 안갈꺼야.이 마녀!"

 

 떼쓰는 아이옆에서 세경은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캠프의 주체가 외국계 기업이다보니 규정상 아이패드.노트북도 허용이고 스마트폰도 자유 시간에는 허용한다고 메뉴얼에 나와 있었다.

 

 단 수업중,학습중에는 모두 스텝들이 수거해 보관하는 걸로..

 

 고지식한 세경은 붉은 머리 아줌마의 눈사인을 이해 못하고 주저주저하고 있다.

 

 이때 세라가 방긋 웃으며 끼어든다.

 

 "너 거기 가면 수영에, 영화에, 쇼핑에 좋은 거 엄~청 많아.친구들도 많고..그러니까 기기는 엄마 다 드리고 가자.응~?"

 

 "싫어.거짓말.나도 다 검색해봤어.아침부터 밤까지 스파르타식 교육이라고 홈피에 나와 있었어.자유 시간에는 폰 써도 된다고 나와 있었다고! 씨..나 안 가!"

 

 세라와 아이 엄마가 아이의 투정에 곤란해하고 있을때 정민이 달려온다.

 

 "아하.네가 별초등학교 현우구나.반갑다.김현우.난 너희 4학년을 담당할 정민쌤이야."

 

 현우가 정민을 바라보다 쳇 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때 정민이 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귀솟말로 속삭인다.

 

 갑자기 현우의 표정이 풀리는가 싶더니 기기들을 엄마에게 던지듯 내밀며

 

 "가져가.이 마귀 할멈아."

 

 그리곤 아이들 대열에 합류해선 흥 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아이고.선생님.감사해요.쟬 어떻게 꼬셨대요?

 쟤가 새벽까지 게임하느라 잠을 안자서요."

 

 "네.어머니.제가 캠프기간동안 현우를 잘 돌보겠습니다.걱정마세요."

 

 세라가 쪼르르 정민에게 다가가 방긋 미소지으며 엄지척을 하는 시늉을 보인다

 

 "오빠.어떻게 한거야?으응~대단하당."

 

 "세라야.여긴 공적인 자리니 서로 호칭 조심하자.그리고 넌 저기 여자아이들 줄서는 거 도와야 되지않니? 수속도 서두르자.아.너..신세경이지? 넌 보건쌤들 두분 도와서 약상자 나르고..어서 움직여."

 

 "아.네네."

 

 정민의 능숙한 대처능력에 넋을 놓고 있던 세경은 보건 스텝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저 선배..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지?"

 

 세경의 볼이 붉어진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엄마가 혼자 중얼거린다.

 

 "정민이란 저 놈.볼수록 맘에 드네..ㅎㅎ 융통성도 있는거 같고..저 키

 좀 봐..귀티가 좔좔 흐르네. 세라 요 기집애가 남자 보는 눈은 서울대 아니 하버드 입학 수준이야.호호~"

 

 정민이 엄마들과 아이들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시작한다.

 

 "이제 곧 탑승수속이 시작됩니다.

 부모님들은 작별인사를 마쳐주시구요.여러 스텝들은 자리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잘 체크해주세요.

 부모님들.많이 염려되시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는 한국인 간호사 두 분이 함께 출국하시고 현지에는 필리핀 최고의 의료진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호주.캐나다등 각국의 스텝들은 필리핀에서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것들은 홈피를 통해서나 연락 사무소를 통해 문의해주시구요.현지 영상팀들이 오전.오후 하루 두차례씩 아이들 사진과 소식등을 보내드릴 것입니다

 최고의 리더쉽 어학연수가 되도록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스텝 일동! 부모님들께 인사!"

 

 정민의 일사분란한 진행속에서 아이들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세라는 엄마를 향해 팔을 들어 인사를 하고 신나게 출국장으로 사라진다.

 그 곁에서 조용히 목례하고 자리를 뜨는 세경

 

 "에고.잘 하고 와야 할텐데.저~저~뒤도 안돌아보는것 좀 봐.."

 

 엄마의 눈길이 온통 세라에게 향하고 있다.

 

 세라의 눈길은 온통 정민을 쫒고 있고, 세경의 눈길은 세라가 출국장에서 사라질때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쳐다보고 있는 엄마를 향하고 있다.

 

 '엄마, 세경이 잘 다녀올께요.세라언니도 잘 지킬게요.'

 

 그렇게 아이들과 세라,세경을 태운 비행기는 맑고 파아란 하늘로 이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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