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매버릭(maverick).

　133승 250패.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거둔 2009년 성적표다.

　2009년의 한국 바둑계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거친 황사바람이 불어오는 걸 경계해왔지만 이창호 9단의 퇴조와 이세돌 9단의 휴직이 맞물리며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바로 이 2009년에 인터넷 바둑 타이젬에서 익명의 고수가 등장해 기라성 같은 중국 고수들을 연패시키며 돌풍을 일으키다가 홀연히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그해 8월, 외톨이라는 아이디로 대국장에 입장한 무명기사는 첫 번째 대국에서 당시 랭킹 1위였던 IxIx9단에게 승부를 건다.

　타이젬 바둑에서 랭킹 1위를 지키며 군림해오던 IxIx9단은 아마도 장난삼아 무명기사의 도전을 받아 주었을 것,

　하지만 놀랍게도 이 바둑은 14분 만에 외톨이의 불계승으로 막을 내린다.

　외톨이라는 아이디의 무명기사가 만들어내는 돌풍의 서막이 그렇게 열린 것이다.

　당시 타이젬의 상위 랭킹은 모조리 중국고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lxlx9단이 무명기사에게 패했다는 소식은 정말이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뒤이어 탑 랭커였던 중국고수들이 외톨이에게 차례차례 대국을 요청해 무려 열다섯 판이 이어지게 된다.

　외톨이는 차륜전 형태로 계속 도전해 오는 중국고수들과의 승부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고 전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룩해낸 뒤 홀연히 사라진다.

　무려 15연승이었다.

　다음날 다시 인터넷에 접속한 외톨이에게 중국고수들이 설욕을 위해 미친 듯이 대국을 요청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의 도전이 결국 외톨이라는 무명기사의 신화를 완성시켜주는 발판밖에 되지 못한 걸 알지 못했는데···

　이 날의 대회전에서 외톨이는 장장 5시간 동안 접속자 1700명이 관전하는 가운데 54연승의 대기록을 세운다. 단 이틀 만에 무명이었던 외톨이가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고 신화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바둑계가 발칵 뒤집어져 외톨이의 정체에 대해 추측이 무성했지만 끝내 누구인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마치 고수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무림에 갑자기 무명의 고수가 나타나 무패전승의 신화를 이룩하고 홀연히 사라졌다고나 할까.

　이 외톨이의 정체는 그 뒤 3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지는 데 외톨이는 바로 당시 16세였던 박정환 9단이었다.

　한국바둑의 세계제패를 기원하며 매버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