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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비와 계수나무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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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승전보를 앞세운 나의 적이여 (3)
작성일 : 18-02-08     조회 : 449     추천 : 0     분량 : 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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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휘가 짧은 한숨을 쉬고 덧붙인다.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공주님은 아무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결코 아무도 공주님을 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하염이 걱정하는 것은 제 한 몸이 아니었다. 어차피 모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제 안위는 놓았었다. 다만 하염의 마음에, 가슴 언저리에, 심장 부근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조약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생겨버린 무게가 속을 짓누르고 있었다.

 

 ‘태자께 무슨 일이 있든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고작해야 공물 때문에 호위한 것인데. 몇 번 술과 다과를 어울렸던 것인데. 속내를 조금 엿본 것뿐인데. 작은 선물을 주고받은 것뿐인데.

 

 그런데도 하염은 흔들리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동요하는 눈동자를 숨기려 고개를 내려 깔았다.

 

 고요 속에서 예휘가 뜬금없이 물었다.

 

 

 

 “헌데 난비 마마의 유품은 모두 공주님이 정리하셨다 들었습니다.”

 

 

 

 하염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모두 공주님이 가지고 계신 겁니까?”

 

 “남은 것들은요.”

 

 “그렇군요. 혹시 여기에도?”

 

 “……아니요. 두고 왔습니다.”

 

 

 

 거짓말이다.

 모두 놓고 왔으나 단 하나 하염이 가져온 것이 있었다. 다시는 돌아갈지 몰라 가져온 단 한 가지. 낡고 개인적인 물건이라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했다.

 

 

 

 “자왕께서 거의 불태우셔서 남은 건 별로 없어요.”

 

 “그랬군요.”

 

 “자왕께서 찾으시던가요?”

 

 “제 개인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딱히 말이 없었다.

 하염은 사전에 적어두었던 보고서를 예휘에게 넘겼고 예휘는 새로 받아온 공문 목록을 보여주었다. 하염이 목록을 필사하는 동안 예휘는 창가에 앉아 행림을 바라보았다.

 

 이파리가 하나 둘씩 떨어져 알가지가 되어가는 살구나무. 덧대지 않은 창으로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왔다.

 

 

 

 “아름다운 곳이군요.”

 

 “마음에 드는 곳이에요.”

 

 “올 가을에 살구가 제법 열렸겠습니다.”

 

 “좀 더 빨리 오셨다면 드렸을 텐데요. 맛은 별로 없었지만.”

 

 “글쎄요……. 과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필사가 끝나자마자 예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휘는 어디에서 머무시나요?”

 

 “황궁은 아니고 비성 내 숙소를 받았습니다.”

 

 “떠날 때나 또 보겠군요.”

 

 

 

 인사를 대신한 인사말이었다. 예휘는 그런 하염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를 다시 만난 후로 처음 보는 미소였다.

 

 

 

 “줄곧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난비 마마를 참으로 많이 닮으셨습니다.”

 

 “그런 말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는걸요.”

 

 “아니오. 예전보다 더 많이 닮아가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몸 건강히 계십시오. 가기 전에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예휘가 행화궁을 떠났다.

 

 적막해진 궁 안으로 하염 홀로 들어갔다. 나인들도 물리고 홀로, 침실 깊이 처박혀 있던 짐꾸러미를 꺼내었다. 연나국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모국의 옷과 천, 장신구와 서적들이 뒤섞인 뒤주. 그 안에서 옻칠된 나무곽을 꺼낸다. 낡았으나 비틀린 곳 하나 없이.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입구가 단단했다.

 

 어머니가 임종 직전 하염에게 직접 건네준 것이었다.

 

 

 

 ‘열지 않기를…….’

 

 

 

 기묘한 유언과 함께. 어머니 난비는 하염의 손을 꽉 잡았다.

 

 난비가 눈을 감은 후로도 자왕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품만은 죄 가져가 태운 것이다. 때문에 하염이 꽁꽁 숨겨두었던 것 중, 이것만은 이 먼 곳에까지 가져오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나무곽을 열어본 적은 없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준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서다. 열기라도 하면 기억이 흩어져 사라지기라도 할까봐서.

 

 곽은 처음 그대로였다.

 

 하염은 뚜껑에 새겨진 언덕 위 계수나무와 반달모양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살짝 열린 입술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염은 비단으로 나무곽을 감싸 장 깊이 집어넣었다.

 

 

 

 

 

 

 

 

 

 예휘를 만난 후로 하염의 시간은 멈춘 것만 같다. 한창 바빴던 일들도 그 때에는 멈추어, 하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화궁을 서성거렸다.

 

 

 

 “연나국 사람들은 예휘 편으로 보내고……, 이호국에서는 연락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되고……, 공물은 한동안 신경 쓸 필요 없고…….”

 

 

 

  황자쪽은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몸과 머리를 쉬자, 바스락 이는 나뭇가지 소리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또 뭘 해야 하지…….”

 

 

 

 애초에 하염이 자비국으로 온 것은 자왕의 명령 때문이었지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자왕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공주님은 그 동안 너무 바쁘셨던 겁니다.”

 

 

 

 문영이 빈정거렸다. 그는 제 객궁을 두고 여기에 와 하염 앞으로 온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그동안 줄곧 바빴던 하염이 이제야 그 앞에 하릴없이 앉아있었다.

 

 

 

 “암요, 지나치게 바쁘셨어요. 얼마나 바빴으면 그 고리타분한 이호관 주사가 술을 다 보낸답니까?”

 

 “그분은……확실히 하려는 것 뿐이에요. 어떤 일이든지.”

 

 “예, 예. 그렇겠지요. 그래도 깐깐한 건 사실이요, 그 사람과 어울리는 이들 또한 바쁘기가 매한가지라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 분께서 일이 없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요.”

 

 

 

 말하며 문영이 슬쩍 하염을 바라본다.

 

 

 

 “그러지 말고 한 잔 자시지?”

 

 “아니에요. 그러면 괜히…….”

 

 “괜히?”

 

 

 

 문영이 하염의 말꼬리를 잡았다. 하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술을 마시면, 누구보다 강해보이던 사내가 술 두어 잔에 고개를 꺾었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잣고 금을 켜며 할 일 없는 공자들처럼 놀았던 때. 말도 안 되는 가엾음이 밀려와 먼저 접촉하였던 순간이.

 그런 것들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만 같았다.

 

 문영이 먼저 알아차리고 혀를 찼다.

 

 

 

 “이봐요, 공주님.”

 

 “…….”

 

 “허, 참.”

 

 

 

 문영은 술을 더 들이켰다. 잔을 꽝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아이고, 공주님. 왜 하필.”

 

 

 

 하염이 벌떡 놀란다.

 

 

 

 “왜, 왜라니요? 뭐가요!”

 

 “됐습니다, 됐어요! 그럴 땐 술이나 드시죠. 공주님이 사내였다면 어디 계집애라도 몸 붙여 잊으라 했겠지만, 원.”

 

 

 

 넉살좋게 문영이 손을 마구 휘젓는다.

 

 

 

 “그, 그게 무슨…….”

 

 “예, 예. 공주님. 그 분이 좀 잘나긴 하셨죠. 그러니 라호국에서도 매번 그 지랄인가 싶지만.”

 

 

 

 말하며 문영이 잔을 내민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부정해야 하는데 하염의 귓불만 새빨개진다.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대신 잔을 들어 훅 들이켰다. 빈 잔은 문영 앞에 놓였다. 문영이 절로 박수를 친다.

 

 

 

 “공주님 자시는 건 꼭 제 마음에 드는데!”

 

 “입 바른 소리 말아요.”

 

 “진짭니다! 공주님이 사내였다면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잔이라도 바꾸었을 겁니다.”

 

 “……아첨해도 그 술은 그게 다예요.”

 

 “꼭 이 술이 아니여도 좋습니다만?”

 

 

 

 너스레에 기어이 하염의 입가에 웃음이 터졌다. 나인을 시켜 술동이를 더 가져왔다. 둘은 나란히 앉아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하염이 뒤늦게 먹어서인지, 문영이 자세가 먼저 흐트러졌다. 담배 고픈 손이 달싹인다.

 

 

 

 “헌데요, 공주님.”

 

 “뭔가요.”

 

 “내 뭐 하나 물읍시다.”

 

 

 

 문영의 혀가 반쯤 꼬여있다.

 

 

 

 “그러세요.”

 

 “공주님은 고국이 그립소?”

 

 

 

 하염의 목줄기가 알싸하게 타들어간다.

 

 

 

 “공주님도 나랑 비슷한 처지일 텐데, 물론 대접이야 하늘과 땅이지만. 그런 공주님도 고국이 그리운가 하고.”

 

 “문영은요?”

 

 “내가 먼저 물었잖소.”

 

 “왕궁은 그립지 않으나, 연나국의 서늘한 공기와 깎아지른 산줄기, 머물던 사가와 어머님의 무덤, 아우는 그립습니다.”

 

 “거 참. 많이도 남겨놓고 오셨구만.”

 

 “이제 문영 차례에요.”

 

 

 

 이런 점에서는 결코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공주라고, 문영은 혀를 내둘렀다.

 

 

 

 “그리운 건 대량의 자유뿐.”

 

 “여기엔 온 지 얼마나 되었죠?”

 

 “일곱 해가 되었습죠. 이 빌어먹을 비성에, 아니 황궁에 갇혀서는. 퉤.”

 

 “일곱 해나…….”

 

 

 

 문영이 하염을 힐끔 훔쳐보며 술잔을 든다. 술을 넘기는 목울대가 울렁인다.

 

 저 여린 공주의 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가여워하는 마음이 빤하다. 허나 문영에게는 오히려 그 공주가 더 가엽다.

 

 ‘마음에 두는 이가 하필이면 그 분이라. 한평생 여자 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공주라고 다를까.’

 

 눈칫밥만 7년이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물론이고 태자의 사람들 중 그 속을 아는 이 아무도 없었다. 빈틈없는 마음에 고작 한 해도 보지 못한 공주가 끼어들 수나 있으려나.

 

 문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짓다가 피식 웃었다. 그 동안의 제 처지를 생각하면 공주를 가여워하는 자신도 우습다. 누가 더 불쌍한가. 누구에게 물으면 누구라 대답할까.

 

 ‘통재라. 아무렴 태자 전하께서 좀 잘났어야지.’

 

 각자의 생각에 잠겨 두 사람은 말을 멈추었다. 그저 잔만 오가다가 문영의 고개가 기울고 나서는 완전히 침묵에 가라앉았다.

 

 

 

 

 

 

 

 

 

 ***

 

 예휘는 삼 일을 더 머물다 돌아갔다. 떠나는 길에 또 다시 하염에게 들러 인사하였다.

 

 

 

 “헌데 난비 마마의 유품은 정말 하나도 없는 것이지요?”

 

 

 

 자꾸 묻는 이유를 몰라 하염이 달리 대답했다.

 

 

 

 “자왕께서도 아시는 일입니다.”

 

 “예, 그렇지요. 가보겠습니다. 처신에 신경 쓰시고, 제 말씀 잊지 마십시오.”

 

 

 

 올 때 공물을 실었던 마차에는 연나국의 백성들이 올랐다. 그들은 하염 앞에서 여섯 번 머리를 숙였다. 왕 앞에서나 올리는 절이라, 하염이 얼른 그들을 일으켰다.

 

 

 

 “가세요, 곧 떠납니다.”

 

 “예! 공주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마차는 떠났다. 한참 동안 꽁무니를 보고나서야 하염이 터벅터벅 행화궁으로 돌아오는데, 손님이 있었다.

 

 낙비 부인이었다. 황궁을 떠나기 전 하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가신다고요.”

 

 “자비국 겨울은 내 추워 다시 남쪽으로 가려고 하지요.”

 

 

 

 앙상하게 늙은 살결에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희게 샌 머리카락은 기름 먹은 듯이 부드럽고 온화한 눈매에서는 따스함이 흘러넘쳤다. 이전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염은 조금은 편안하게 낙비 부인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오, 황궁의 분위기를 모르는 외딴 늙은이는 더욱 아니지.”

 

 

 

 말소리에 하염이 고개를 들었다. 낙비 부인의 시선이 먼 산을 향해 있었다.

 

 

 

 “공주도 왕가의 사람이라면 라호국과의 일을 모르진 않을 터…….”

 

 “…….”

 

 “계양이의 힘이 되어주게. 물론 랑이도 내 귀한 손이나, 어쩌겠나. 아픈 손가락이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을.”

 

 “저는…….”

 

 

 

 모른다.

 

 하염이 아는 태자에 대한 것이라고는 적우영의 원수라는 것과 무심함 속의 세심한 면모, 그리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아, 그가 어머니에 대한 모종의 감정이 있다는 것 또한.

 

 

 

 “네, 부인.”

 

 

 

 그럼에도 하염은 말을 삼켰다. 이 황궁에서 태자의 그 무엇인가를 모르는 이는 오로지 자신 뿐인 것 같다. 그럼에도 혹시나 그 사람의 치부일까 하여 묻기를 망설였다.

 

 낙비 부인은 더 설명하지 않고, 고개 숙인 하염을 내려다보다가 행화궁을 떠났다.

 

 

 

 

 

 

 

 

 

 남아있던 한 줌 따뜻함도 낙비 부인과 함께 황궁을 떠난 듯 했다.

 

 행림의 가지는 이제 앙상했다. 곧 해가 바뀌려는지 추위가 부쩍 다가왔다. 북쪽 연나국에 살던 하염에게는 그리움까지 느껴지는 날씨였다.

 

 옷이 두툼하고 바뀌고, 사방은 조용했다. 모두가 동면 준비를 하는 듯이 보였다. 그보다는 폭풍을 대비하는 듯한 고요함이었다.

 

 이제는 전쟁통의 소식도 띄엄띄엄 전해져 왔다. 전쟁이 끝나가고 있음을, 황궁 전체가 태자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음을, 하염은 짐작했다.

 

 그럼에도 소식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닥쳤다.

 

 

 

 “공주님!”

 

 

 

 영아가 예의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얼굴 한 가득 밝았다.

 

 

 

 “공주님. 적우영이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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