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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라도 괜찮잖아?
작가 : 테이어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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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2화] 엑소시즘이 필요할 때
작성일 : 18-04-02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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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리아...?”

 -콰콰앙

  이 무슨 우연인가.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리아를 부르자, 번개가 번쩍 하고 치며 우레와 같은 천둥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아가 책을 덮어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어... 리아...”

  나는 다시 한 번 리아를 불렀다. 그러나 리아는 대답대신,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리, 리아...!”

 “어째서... 어째서 여주인공이 당하지 않고 탈출 하면서 끝나는 거야! 이 멍청한 소설!!”

 ‘그 쪽이냐!!’

 -콰콰과앙

  리아가 실없는 이상한 말을 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번개와 천둥이 쳤다. 그리고 절대로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나의 긴장은 한 순간에 풀려 버렸다.

 “에? 라이넬? 거기서 뭐 해?”

  리아는 그 제서야 내가 자신의 뒤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돌아서서 물었다.

 “나 참... 지금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에 난리도 아닌데...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택의 촛불들까지 전부 꺼졌다고!”

  내 말에, 리아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쩐지 책을 읽는데 조금 어두웠었지. 그런데... 밖에 폭우가 내린다면... 미르와 로사는?!”

  나는 리아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아, 아차!”

 -콰콰과앙

  하늘의 장난 인 것인지, 참 타이밍이 절묘하게 번개와 천둥이 친다.

 “빠, 빨리 미르나 로사에게 연락 해 봐!!”

  나는 다급한 리아의 말에, 허둥지둥 정보석을 꺼내었다.

 “아~ 갑자기 웬 폭우일까요... 정말 놀랐다구요!”

  그러나 내가 미르에게 연락을 하기도 전에, 미르와 로사가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이번께서 화라도 나신 걸 까요?”

  나와 리아는 미르의 목소리를 듣고는 곧장 달려갔다.

 “미, 미르! 괜찮은 거야?!”

  내가 미르에게 묻자, 미르가 대답했다,

 “아, 라이넬! 아그네스!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리아가 미르와 로사의 몸을 살피며 묻자, 로사가 말했다.

 “내가 마법으로 지켜줘서. 괜찮아.”

 “헤헤~ 로사가 마법으로 머리 위에 큰 장막을 쳐 줘서, 별로 젖지도 않았어요!”

  미르와 로사의 대답에, 리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저택이 왜 이렇게 어두워요?” 나는 미르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게...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 그냥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다 꺼져버렸어.”

 “엘리아라도 깨워서 불을 붙일까요...”

  나는 미르의 말에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간단한 화염 마법은, 엘리아에게 배워 뒀으니까. 은근히 튕기긴 했지만.”

 “우으으... 산책, 더 하고 싶었는데.”

  로사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다 하지 못한 산책에 아쉬움을 표하며, 자신의 머리에 묻은 빗물을 손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사의 머리가 이리저리 뒤엉키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본 미르는, 다급히 로사를 말리며 말했다.

 “아아! 로사! 그러면 안 된다구요? 머릿결이 상해 버려요! 같이 씻으러 가요.”

  미르는 산책에 아쉬워하는 미르의 손을 잡아 욕실로 이끌며 리아에게 부탁했다.

 “아그네스~ 옷 좀 욕실로 가져다주지 않을래요? 부탁해요!”

 “알겠다. 어서 로사를 대리고 들어가.”

  나는 미르와 로사의 옷을 챙기러 들어가는 리아를 향해 말했다.

 “그럼 나는, 저택의 초에 불을 켜 둘게. 어두우니까 조심해.”

  미르와 로사가 욕실로 들어가고, 리아가 그 둘의 옷을 챙기러 방에 들어갔다. 그러자 어둡고 적막한 거실에 나 혼자만 남았다. 번개와 천둥이 치던 폭우는 그 기세가 줄어들어, 스산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히려 스산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가 한 층 더해졌다.

 “으흐흐흐... 빨리 불부터 켜야지.”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거실에 있는 초부터 불을 켜기 시작했다. 거실에 있는 모든 초에 불을 붙이자, 어둡고 적막하며 으스스한 기분이 감돌던 거실은 따듯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변하였다.

 “좋아... 거실은 다 됐고... 이제 남은 건 1층 복도랑 지하실에... 2층이네.”

  나는 1층 복도의 초에 불을 켜기 위해, 조심스레 걸어갔다.

  환하게 밝고, 따듯하고 안락한 분위기의 거실과는 달리, 복도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끼이익

 “흐이익!!”

  그런 복도를 가만히 살펴보던 나는, 갑자기 열리는 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라이넬? 오... 거실은 이제 환하게 밝아졌네. 힘 내줘~ 나는 미르와 로사가 씻는 김에 같이 씻으러 들어갈게.”

  갑작스레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리아였다.

 “아, 응...”

 ‘뭐야. 리아였어?’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리아가 욕실로 들어간 이후, 또 다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복도는 분명...”

  내가 불을 키려는 1층 복도. 이 복도는, 아까 내가 겪었던 이상한 일이 벌어졌던 장소다.

  요정 모형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고, 난데없이 창고의 문이 쾅 닫혔던 복도.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귀신을 봐버린 것만 같았던 그 창고의 유리창.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뭐라도 있는 걸까...”

  나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복도에 있는 초들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저 모형...”

  그렇게 초에 불을 켜가던 도중, 나는 탁자에 올려 져 있는 그 요정 모형에 시선이 갔다. 모형은 분명 정면을 보게 돌려놨을 텐데, 어째서인지 모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저 모형을... 으... 저런 방향으로 올려놨었나...?”

  나는 그런 모형을 애써 무시하며, 남은 초들에 모두 불을 켰다. 1층 복도에 있는 모든 초들에 불이 켜지자, 조금 안정감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기운만큼은, 계속해서 불안감을 조성했다.

 “화, 확인 해 볼까...?”

  나는 안 좋은 기억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창고의 앞에 서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조심스럽게 창고의 문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복도는 밝아졌으나 여전히 스산하게 내리는 비가 음침함을 형성한 탓에, 식은땀은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살면서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흘렀던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서, 설마아...”

  내 손이 창고의 문손잡이에 굉장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내 손이 창고의 문손잡이에 닿기 바로 직전, 나는 멈칫했다.

 “여, 역시... 관두자.”

  나는 그 창고로부터 흘러나오는 음침한 기운으로부터 재빨리 벗어나 복도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또 다시 몸이 돌아가 창고 쪽에서 나오는 나를 응시하고 있는 요정 모형과 눈을 마주쳤다.

 ‘흐이이익!! 무시무시무시무시!!’

  나는 뻣뻣해진 몸을 이끌고 그 요정 모형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거실로 걸어갔다.

 “푸흐아... 진짜 뭔가가 있어... 이건...”

  나는 정신적으로 지쳐버린 몸을 소파에 앉히고는 쉬기 시작했다.

 “아, 라이넬. 벌써 불을 다 킨 거야? 고마워~”

  그렇게 쉬기를 약 10분. 욕실 쪽에서 리아가 걸어 나오며 나에게 말했다.

 “아, 아직... 2층이랑 지하실에... 그리고... 욕실 쪽도 아직 이야.”

 “헤에... 그래? 천천히 해~ 낮 치고는 비 때문에 어둡긴 하지만...”

  나는 리아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게... 저택 입성 첫날부터... 불행하게 시리.”

  나는 소파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는 리아를 뒤로하고, 저택의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통로나 지하실은, 새로 지어져서 인지는 몰라도 특유의 눅눅한 느낌이 아예 없었다.

  나는 지하실 통로의 초에 불을 모두 킨 후, 리아가 항상 훈련하던 지하 훈련실로 향했다.

 “이제 훈련실이네.”

  훈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나를 반겼다. 너무 어두워서 당연한 것이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빨리 불이나 켜고 가야겠다...”

  나는 다급하면서도 아닌 듯, 훈련실에 있는 초들에 모두 불을 켜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여 얘기 해 주는 것이지만, 저택에 있는 초는 불을 한 번 붙이면 외부의 영향 없이는 영원히 타는 초. 즉, 순수하게 정제된 마력이 담긴 초다.

 “흐으...”

  그렇게 2개의 초에 불을 모두 붙이고, 3개 째 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들어왔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기이한 것이 내 눈에 들어 왔다.

 “이 씨이...”

  훈련실에 있는 탁자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의자. 그 의자 위로는 마치 무언가가 천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 천이 위로 불쑥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형상은, 마치 사람의 형상 같았다.

  이에 나는 잔뜩 긴장하고 몸에 힘을 준 채, 그 의자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으으...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네...’

  나는 내 앞에 있는 불쑥 솟아 올라있는 천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내가 천을 집기 바로 직전 밑으로 풀썩 가라앉으며, 의자에 걸쳐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까 켜두었던 촛불들이 전부 꺼져버렸다.

 ‘흐이이이익!!’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천을 집으려던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가만히 서있자니, 심장이 요동침과 함께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무수한 상상을 하며, 작은 소리라도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젠자아앙...!! 몸을 못 움직이겠어...’

  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정적만이 흐르는 것에 겁을 먹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 난 이미 어둠 속이니까... 빨려 들어간 건가? 나도 뭔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후우...”

  그러나 나의 무수한 상상과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긴장이 아주 살짝 풀리기 시작했고, 숨통이 아주 약간 트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숨을 제대로 천천히 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덜컹! 덜컹!

작가의 말
 

 라이넬의 바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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