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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황녀님
작가 : 라젯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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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황녀님
작성일 : 18-11-05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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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어. 황녀님? 뭔가 불편하신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가만히 있는 나이실리아 황녀를 보고 델리크스 황태자가 물었다. 나이실리아는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저야말로 에비리아 제국의 태양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나이실리아 황녀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으로 같은 인간을 만나서 감격스러워 금방이라도 표정이 풀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타이밍 좋게 연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무도회를 시작하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마시멜로우 같이 달달하고 폭신한 선율의 시작은 나이실리아 황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아직 도입부임에도 귓가가 부드럽게 간질거렸다. 음악에 심취하고 있을 때 뒤에서 에비리아 제국의 1황태자 델리크스 데 베일란트 세아브렌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이실리아 데 나빌리스 황녀님. 제가 황녀님께 무도회에서의 첫 춤을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나이실리아 황녀의 아름다운 보석안이 커졌다. 처음 만난 인간인 만큼 호기심도 생겼고,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꺼이."

 델리크스 황태자가 왼손을 어깨에 올린 후 오른손은 뒷짐을 진채 고개를 숙였다. 신사로써 숙녀에게 춤을 청한다는 뜻이었다. 나이실리아 황녀는 밤하늘 같은 드레스의 끝자락을 살포시 잡아들고 왼손을 어깨에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마찬가지로 신사가 청하는 춤을 기꺼이 함께 추겠다는 뜻이었다. 음악이 점점 절정 부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델리크스와 나이실리아 황녀는 두손을 맞잡고 백조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사뿐하고 우아하게 춤을 췄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춤을 좀 더 연습해 두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음악의 현란한 마무리와 함께 춤을 끝맞췄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간과 춘 처음이자 마지막인 춤이었다.

 "나이실리아 데 나빌리스 황녀님의 춤 실력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감히 제가 황녀님께 춤을 청하다니. 실례했습니다."

 "아니에요. 델리크스 데 베일란트 세아브렌 황태자님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춤 실력이셨습니다. 제가 주제넘었군요."

 델리크스 황태자의 작은 칭찬은 나이실리아 황녀로써는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이었다. 아무리 괴물들이 칭찬을 해준다고해도, 상대가 괴물인 이상은 기쁘지도, 따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나이실리아 황녀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게 책에서만 읽었던 <사랑>이라는 것이구나, 이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이구나' 나이실리아 황녀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되새겼다. 델리크스 황태자는 눈웃음을 지었다. 자주 눈웃음을 짓는 델리크스 황태자에게서는 푸근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황녀께서는 참으로 겸손하시군요."

 델리크스 황태자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옮겨놓은 듯한 붉은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겼다. 나이실리아 황녀는 자신이 새로운 세계에 온것만 같았다. 델리크스 황태자가 물었다.

 "실례지만 황녀님, 이제부터는 이름만 불러도 되겠습니까?"

 나이실리아 황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로 만나고 통성명을 한것이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름만 불러도 되겠냐는 것은 호감 표현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실리아 황녀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요. 델리크스 황태자님."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실리아 황녀님."

 기쁜듯 미소짓는 델리크스의 눈은 하늘색의 황홀한 나이실리아 황녀의 보석안 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처음 만난 인간인 델리크스 황태자와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미 연회가 끝나있었다. 그때 어떤 괴물이 다가왔다. 다른 괴물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그 흉측한 얼굴은 다른 괴물들과 다름이 없었다.

 "말씀 도중 죄송합니다. 델리크스 데 베일란트 세아브렌 황태자님께서는 이제 에비리아 제국으로 돌아가셔야합니다. "

 "벌써 그렇게 시간이 지났나. 알겠어. 나이실리아 황녀님,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쉽지만 저는 이제 제국으로 돌아가야겠군요. 언제 제가 에비리아 제국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델리크스 황태자님."

 멀어져가는 델리크스 황태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황태자의 뒷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게 되자 마지막 불씨가 꺼져버린것 같았다. 이대로 어두운 세상에 갇혀버리는 것 같았다. 분명 연회장은 밝았지만 어째서인지 자꾸 어두워져만 가고 있었다.

 '빨리 에비리아 제국에 초대되는 날이 오기를.'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완전히 어두워져버린 연회장을 걸어나갔다.

작가의 말
 

 제가 시간이 맞지 않아서 글을 쓰고 저장한 후에 다음날 수정에 들어가서 글을 다 쓴 뒤 그제서야 올릴 때가 있습니다. 아직 다 쓰지 않은 채 저장한 작품은 작가의 말에 '미완성 작품입니다.'라는 문구를 남겨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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