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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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통화권이탈지역1.
작성일 : 16-03-31     조회 : 829     추천 : 0     분량 : 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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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통화권이탈지역1.

 

 

 꿈이 아니었다.

 도민우는 불현 듯 동굴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바닥에는 발바닥을 적실 정도의 물이 차 있었다. 사방은 어둡기 이를 데 없었다.

 처벅··· 처벅!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가슴을 짓눌러 오는 느낌이다.

 도민우는 저 앞쪽에서 빛나고 있는 둥근 빛 무리를 향해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겨 갔는데 바로 동굴의 입구였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헌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그의 몸은 어느새 입구에 도달해 있었다.

 막상 입구 앞에 서자 강렬한 햇살이 눈을 찔러왔다.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강렬한 광채, 빛의 어둠이었다.

 “헉!”

 도민우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벽면은 물론 천정까지 온통 흰색으로 꾸며진 병실이다. 머리맡에는 산소 호흡기를 비롯해 온갖 응급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여긴···?’

 도민우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림이 아니다. 원래대로 돌아온 것인가?’

 무림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게 너무 갑작스러워 도대체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정신을 가다듬던 도민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누워있는 곳은 병원 응급실의 가장 안쪽 침대였는데 여기저기 누워있는 응급환자들과 바쁘게 오가는 간호사들과 의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국을 두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니 응급실로 실려 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직 그가 깨어난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급하게 새로 들어온 환자에 매달려 구석 침상에 있는 도민우에게 신경 쓸 경황이 없는 것 같았다.

 도민우는 자신의 신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걸 알 수 있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져 저절로 허공으로 뜰 것 같다.

 눈도 밝아져 있고 전신의 모든 근육에 터질 듯한 힘이 담겨 있다.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 힘들이 분출시켜달라고 아우성치는 느낌이었다.

 기분 같아서는 한 시간 내내 전력으로 달려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대국장에서 임독양맥이 타통되었다. 그 충격으로 쓰러진 것이고.’

 도민우는 이미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구석 자리의 자신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도민우는 누운 자세 그대로 공력을 끌어 올려보았다.

 거대한 댐이 터진 듯한 막대한 공력이 단전에서 풀려나와 전신을 회 돈다.

 그 속도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빨랐는데 한번 소주천 하는 시간이 불과 숨 두어 번 몰아 쉴 정도에 불과했다.

 원래 소주천만 하더라도 CRPS의 그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헌데 이제 숨 두어 번 몰아쉬는 순간에 소주천을 끝낼 수 있으니 더 이상은 통증에 시달리지 않을 것 같았다.

 도민우는 임독양맥의 타통으로 자신의 내공이 한 단계 급증하면서 CRPS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내심 기쁘기 이를 데 없었다.

 

 옆의 사물함을 열어보니 그의 소지품과 겉옷이 들어 있었다.

 도민우는 소지품들 중에서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상으로 한숨자고 일어난 것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니···!’

 무림으로 건너가 무려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날짜를 확인해 보니 대국장에서 쓰러진 바로 그날 오후였다.

 

 퇴원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실랑이를 해야만 했다.

 아직 하지 않은 검사도 많고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의 만류는 둘째 치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큰 어머니가 퇴원을 극구 말렸던 것이다.

 하지만 도민우는 내일 이어질 십단전의 결승 두 번째 대국을 위해서라도 퇴원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도민우는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살고 있는 미아리의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큰어머니께서 당분간은 큰집에 와있으라고 했지만 끝내 고집을 부려 혼자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아삼거리에서 삼양동으로 이어지는 언덕의 중간쯤에 위치한 옥탑방은 무엇보다 전망이 좋았다.

 옥상 한쪽에 평상이 놓여있는데 그곳에 앉아 내려다보면 미아삼거리는 물론이고 종암동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일 정도였다.

 옥탑방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하지만 도민우는 확 트인 전망 때문에 기꺼이 옥탑방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다.

 도민우는 평상에 앉아 오랫동안 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기실 그는 전경을 감상하는 게 아니었다.

 혼란스럽다고 할까.

 무림에서 보낸 시간은 분명히 꿈이 아니었다.

 망연히 미아삼거리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도민우가 갑자기 두 손으로 마구 머리를 털었다.

 문제가 복잡하면 오히려 더 쉽게 풀어야 한다.

 겪은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것이다.

 

 잠시 후, 옥탑방을 나선 도민우는 택시를 타고 헌 책방들이 몰려 있는 청계천으로 갔다.

 도민우가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온 건 세 시간 정도가 지나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다. 그의 손에는 이십여 권의 낡은 책을 들려 있었는데 모두 무술에 대한 책이나 단전호흡이나 명상이 어쩌니 하는 책들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방 한쪽 벽에 이불을 쌓아놓고 편안히 기대앉아 사온 책들을 섭렵하던 도민우는 결국 마지막 책을 덮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민우는 대략 다섯 시간 정도 만에 사온 책들을 모두 정독했는데 어느 책에도 그가 알고 싶어 하는 건 없었다.

 ‘하긴 기를 쌓고 운기(運氣)하는 건 둘째 치고 의식이 멋대로 무림으로 건너가는 불가사의한 일이 책에 나올리는 없겠지.’

 어렸을 때··· 네 살인가 아니, 더 어릴 때부터 외조부께서는 어린 도민우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셨다. 아주 많은 것을.

 도민우는 훌륭한 제자는 못 되었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그의 외조부가 좋은 스승이 못 되었는지도 몰랐다.

 똑같은 과목의 강사라 하더라도 연봉 수억이 넘는 강사가 있는 반면 이삼백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강사가 있듯이 사실 남을 가르치는 것도 재능이 필요하다.

 도민우는 외조부의 훈련을 싫어했다.

 생각해보니 울면서 거부했던 적도 있었던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때 외조부께서 뭘 가르쳤는지 도민우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훈련이 너무 괴롭고 싫어 기억을 닫아 버린 것이었다.

 ‘나 짱구인 거야? 분명히 뭔가를 지긋지긋하게 배웠는데 왜 백지장처럼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거냐고!’

 임독양맥이 타통되고 그의 의식이 무림으로 건너 간 경험을 한 지금 도민우는 당시 외조부께 배운 모든 것들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지만 안타깝게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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