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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S – 삼형제, 끈을 다시 엮다.
작가 : 윌리암
작품등록일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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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상1
작성일 : 18-12-22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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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한번 해볼게요, 제가 잘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인간은 처음의 그 수다스러움은 온데 간 데 없고 무거운 짐을 어깨에 하나 더 얹은 짐꾼마냥 한층 가라앉아 보였다.

 

  순간적으로 붉은 눈이 번쩍했다가 사라졌다.

 

  저승사자는 그것을 보진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일이 성공한다 해도 너의 처분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 소멸의 검을 쓸지, 아니면 어떻게 할지 그때 가서 결정을 할 것이다!”

 

  저승사자는 인간을 노려봤다.

 

  “하늘 위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행운을 비마, 이것들을 가지고 열심히 해 보거라! 네가 말한 건 이번 한번만 들어주마!”

 

  그는 말하며 준서에게 여러 가지를 건네주었다.

 

  그것들은 저승사자에 버금 갈 여러 능력들이 있고, 날 수도 있는 투명망토와 정화의 검이었다.

 

  그리고는 빛을 발산시키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다시 말하지만, 넌 이미 크나큰 죄를 지은 죄인이다! 조금이라도 속죄를 할 수 있는 길을 걷도록!”

 

 

  저승사자는 영상 속, 남자모습을 떠올렸다.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환하게 웃는 모습. 놈이었다. 날 이렇게 만들고 웃음이 나오나보다. 놈은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예전에 내가 몰던 37번 버스를 탔다. 그 모습을 난 멀찌감치 서서 가만히 옅은 미소로 바라만 볼 뿐...]

 

  섬뜩했다.

 

  인간의 얼굴에서 심판자의 눈빛을 보았기에.

 

  ‘이도가 찾던 삼형제 중 한명일 수도 있겠군. 그런데 그것치곤, 너무 포악하지 않은가? 그래도 뭐 그런 부탁을 하는 것 보니 괜찮겠지...’

 

  저승사자는 내심 안심하며 올라갔다.

 

 

  인간은 눈부심에 눈을 감았다 떴다.

 

  결박은 풀렸고 그 운동장으로 돌아왔다.

 

  버스는 그을음이 되기 전, 기절한 승객들을 태운 채 멀쩡해있었다.

 

  그 앞에서 놈은 울부짖는 상태 그대로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놈의 옷은 버스기사 옷이 입혀져 있었다.

 

  시내를 폭주한 버스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들은 허둥지둥 뒷북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범인은 그 자리에 있지만 투명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자리를 뜬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버스 옆에서 쓰러져 흐느끼는 남자를 범인으로 오해해 그를 포박했다.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아내랑, 내 딸도 저기 있다니까! 내 딸~! 그래, 버, 버스기사, 버스기사 그놈이 저 사람들 죽였다고! 내가 아니라고!”

 

  “죽긴 누가 죽어? 인마! 네놈이 버스기사잖아! 이놈 이거, 대낮부터 술 처먹었나? 헛소리나 찍찍하네...”

 

  경찰은 그를 포박한 채 끌고 가 경찰차에 태웠다.

 

  “내가 안 그랬어! 그놈이 불 싸질렀다고!”

 

  “아, 대체 불은 누가 질렀다고 그래? 조용히 해 새꺄!”

 

  남자의 눈엔 아직도 운동장의 버스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남자는 울부짖었지만 경찰들은 그의 말 같은 건 듣지 않고 제압할 뿐이었다.

 

  ‘딴사람은 몰라도 넌, 그 지옥에서 당분간 절망을 좀 맛봐야 되!’

 

  준서는 멀리서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뒤이어 출동한 구조대 차들이 요란스럽게 도착했다.

 

  그들은 버스안의 갇힌 승객들을 차례차례 구조했다.

 

  버스 안 기절했던 승객들이 기침을 하며 나오는 모습을 본 준서는 한숨을 내쉬며 사라졌다.

 

  ‘일단 이걸로 된 거겠지... 자, 세상 시끄럽게 하는 놈들부터 혼내주러 가볼까?’

 

  인간은 청문회장으로 날아갔고, 곧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런 한심한 개, 돼지만도 못한, 버러지 놈들!...”

 

 

  “어서, 녀석을 진정시켜야겠군!”

 

  현무는 말했다.

 

  “말씀대로 저희 전하께서 말씀하신 삼형제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군요. 혹시 그게 아니어도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도 있으니, 꼭 데려가야겠소!”

 

  영실도 말했다.

 

  “대감님, 도술도 가르쳐야겠어요, 정신을 수양해 다시는 폭주하는 일 없도록!”

 

  길동도 거들었다.

 

  “풋, 자네처럼 말인가? 자네부터 꾸준히 하게나. 그때 고주망태와 함께 난동피던 걸 생각하면 어휴, 그때 전하와 구미호가 없었으면 어찌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싫네 그려.”

 

  길동의 말에 영실은 장난 섞인 어투로 길동에게 손사래를 쳤다.

 

  “대감님도 참, 예전일은 왜 또 꺼내시고 그러세요.”

 

  길동은 멋쩍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시간의 멈춤은 풀려 밀크셰이크는 흩어지고, 일행은 청와대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준서는 과연 청와대로 향했을까?

 

  일단 거북선의 뱃머리는 그곳을 향해서 전진해 갔다.

 

 

  거북선 일행이 광화문광장 하늘에 도착했다.

 

  저승사자의 제안으로 뱃머리는 청와대로 향했다. 광화문을 지나 바로 뒤 근정전 위를 지날 때였다.

 

  쿵!

 

  크게 한번 소리가 나며 뭔가에 부딪혀 진동이 일었다.

 

  누군가 포물선을 그려가며 날아와 거북선 지붕위로 안착한 것이었다.

 

  얇고 매끈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납작한 나무 봉 같은 것들을 들고 있는 사내였다.

 

  ‘이런! 강준서가 우릴 먼저 찾아온 건가? 왜지? 우리가 접근하는 걸 알았나?’

 

  갑자기 들은 여러 불안한 생각에 저승사자는 당황되었다.

 

  “누군가 선체 위에 올라타 있는데, 준서는 아닌 듯 보인다. 청룡과 백호의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에 내가 말한 그자인 것 같구나.”

 

  현무는 선체 위의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일단, 보는 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위로 올라가야겠구나!”

 

  현무는 공중으로 떠올라 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소연아, 너는 날 어디까지 데려가려는 거야?’

 

  거북선 지붕위의 남자는 한숨을 길게 한번 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떨결에 시작한 여정과 고통스럽던 고된 훈련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당장이라도 관두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그 여정 끝엔 그녀의 모습이 있을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를 이 여정의 고단함도 날 멈추지는 못해!’

 

  남자는 들고 있는 납작한 봉들을 보며 잠시 지난날을 생각했다.

 

 

  잠시 이 남자의 과거를 따라가 보자.

 

 

  무너져 내려앉는 어두운 터널을 사내가 빠져나온다.

 

  그 사내는 검이라기엔 조금은 두터운 방망이를 등에 멘 채, 커다란 동전 하나를 들고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동전이라기엔 큰 원반에 가까운 크기였다.

 

  사내는 발에 쇠고랑을 차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더 숨이 차 보였다.

 

  쿵! 모래바람이 살짝 일었다.

 

  그 사내가 가지고 나온 묵직한 동전을 내던지며 노인에게 말했다.

 

  “가지고 나오라는 게, 이거, 맞죠? 제가 뭐, 짐꾼이에요? 자꾸, 자꾸 뭘 또, 가져다 달래요? 이제 가르쳐 주세요, 제국익문산지, 뭔지 하는 곳으로 좀, 데려다 달라고요 할아범! 그나저나, 날 죽일려고, 그런 거 맞죠? 아니고서야 저런, 저런 괴물 소굴 안으로 사람을, 이 꼴을 하고, 보낼 리가 없어, 아 진짜, 진짜 죽을 뻔 했네.”

 

  헐떡거리며 토하듯이 말을 내뱉는 사내를 보면서 노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제법 테가 나는구나, 처음에 왔을 땐 그런 애송이가 따로 없었는데, 그래 가르쳐주마! 그곳으로 가는 걸 도와주마!”

 

  그제야 사내는 털썩 주저앉으며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테는 무슨, 이놈의 영감탱이, 진작 그럴 것이지!”

 

  하고는 곧바로 기절했지만 말이다.

 

 

  “소연아!”

 

  ‘후, 또 그 꿈... 얼마가 지난거야?’

 

  사내는 소리치며 눈을 떴다.

 

  ‘지금 몇 개월째일까?’

 

  문득 바깥세상의 시간이 궁금해졌다.

 

  그 국정농단인지 뭔지 때문에 시끄러웠던 거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젠 좀, 조용해졌을까? 그날 밤은 정말 이상한 밤이었어.’

 

  사내는 그간 일을 정리하듯,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그날 밤, 군중 속에서 난, 광화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희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탓하라! 너희들의 안일함을 탓하라! 원망만, 절망만 하던 너희들의 자세를 탓하라! 너희들의 늦은 후회를 탓하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심판과 이 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너희들의 몫이다!...”

 

  문장들이 내 가슴으로 공중에서 내리꽂혔다.

 

  집에 돌아온, 화살을 맞은 듯 내 몸뚱이는 침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애를 써 봐도 잠은 이루지 못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이런 상관도 없는 게 날 괴롭히는 거야?’

 

  결국 뜬눈으로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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