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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S – 삼형제, 끈을 다시 엮다.
작가 : 윌리암
작품등록일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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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세엣
작성일 : 18-12-2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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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 빠, 빠아아앙~!

 

  요란한 기적소리를 내며 무궁화호는 철로 저만치에서부터 달려와 터널 안으로 사라져갔다.

 

  두 번째 장소는 간현이었다.

 

  늦은 밤, 펜션 앞에 음료 상표가 새겨진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두 남녀가 보였다.

 

  멀대와 소연이었다.

 

  “소연아, 괜찮아? 많이 마셨어?”

 

  “아니야, 나 괜찮거든? 멀쩡하거든? 그냥, 그냥 좀 바람 쐬러 나온 거야.”

 

  그렇게 둘은 한참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저 별들이 다 돈이면 얼마나, 야! 너! 내가 한심하지?”

 

  “뭐? 아, 아니야, 왜 그런 생각해?”

 

  “빨리 말해! 나 한심하잖아! 이럴 때 돈이나 밝히고. 빨리 얘기, 해~!”

 

 20.

 

  검지를 뻗은 채 괜한 투정을 부리면서 소연은 멀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아니야, 네가 왜 한심해! 그냥 넌...”

 

  멀대는 그저 밤하늘의 별만 올려다본다.

 

  “넌 그저 내 로망이었지...”

 

  멀대가 못한 말을 대신 읊조리며 나도 그 시절에 봤던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멀대는 잠든 소연의 얼굴을 조용히 한참을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여자는 멀대의 어깨를 베개 삼아 머리를 살짝 뒤척이며 잠들었다.

 

  멀대는 그저, 품 안의 아름다운 꽃이 시들까 조마조마했다.

 

  멀대는 정원의 관리사처럼 소연의 헝크러진 머리카락들만 다듬을 뿐이었다.

 

  “흠, 목동이 따로 없었네 그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절로 읊조렸다.

 

  하늘에선 별동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어느새 수많은 반딧불들이 불을 밝히며 다가와 그들을 감싸주었다.

 

  잠에선 깬 소연과 옆의 멀대는 황홀한 광경을 같이 나누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들은 손을 잡았고, 이곳저곳을 거닐었다.

 

  그 순간은 무대를 활보하는 행복한 주인공 남녀였다.

 

  강 위의 올려진 다리 위에 섰을 때였다.

 

  “이 광경 속에 너랑 들어오게 되서 참 좋아, 소연아!”

 

  “응?”

 

  “나, 넌 모르겠지만,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쭉...”

 

  멀대는 용기를 내는 듯 했으나, 말을 할수록 점점 쭈뼛쭈뼛 망설였다.

 

  그때,

 

  “좋아해!”

 

  소연의 목소리였다.

 

  “나도 너, 좋아한다고! 바부양!”

 

  그리곤 소연은 수줍어 웃어보였다.

 

  “어, 어?”

 

  멀대는 살짝 당황했지만,

 

  “소연아~!”

 

  다음 순간 그녀를 와락 안아주었다.

 

  그렇지!

 

  꼭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던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매만지며, 서로의 입술에 닿았다.

 

  반딧불은 계속해서 그 주위를 돌며 춤췄고, 하늘도 그들을 축복해 주려는 듯, 별똥별 비를 계속해서 내려줬다.

 

  은은한 달빛조명은 그들을 잔잔히 비춰주었다.

 

  곧이어 구름이 내려와 그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았다.

 

  그 옆으로 지나가는 별똥별 비들을 그 남녀는 손을 뻗어 만지며 신기해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내겐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멜로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빵, 빠빵~!

 

  시끄러운 기차소리와 함께 눈부신 불빛이 날 덮쳤다.

 

  으아악!

 

  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수그려 눈을 감았다.

 

 

 

  몸을 펴며 눈을 다시 뜬 순간,

 

  “소연아, 추워 여기서 잠들면 감기 걸려, 이제 들어가자...”

 

  화려했던 무대와 기차 불빛은 사라지고 다시 아까 그 자리였다.

 

  소연의 옆,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멀대는 그녀를 일으켜 동기들이 있는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휴!

 

  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나는 다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어느 병원의 영안실이었다.

 

  여러 장소 한 구석,

 

  ‘故’

 

  그녀의 이름 앞에 이 한자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영정사진 자리에 그녀의 얼굴이 담긴, 검은색 줄이 양 갈래로 뻗은 액자가 보였다.

 

  이젠 조금 나이를 먹은 동기들, 선배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 지인들이 그녀의 너무 이른 죽음을 애통해했다.

 

  그녀와 제일 친했던 미진이는 뭔가를 손에 꼬옥 쥔 채로 고개 숙여 울고 있었다.

 

  멀대와 그녀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남편의 가족들도 없는 듯 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나를 보자 교수님으로 생각했는지 대접해주었다.

 

  나는 소연의 영정 앞에 서서 국화를 바치며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왔네? 오랜만이야, 너 많이 늙었구나?”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사진을 보니, 그것은 내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저때의 그녀는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정말 행복한 표정이었는데...

 

  남편이란 작자는 사진하나 찍어주질 않았나? 저 오래된 사진뿐인가?

 

  괜한 분노가 일어 남편을 찾아 때려주고 싶은 맘에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슬픈 표정을 짓고 검은 정장의 사람들 속엔 남편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부질없는 짓이란 걸 깨달을 뿐이었다.

 

 

  그때, 간현을 다녀오고 얼마 후, 그 해가 넘어가면서 난 그녀 곁이란 무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난, 그녀를 얻는 것보단 나의 앞으로의 먹고 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무엇보다 집안사정이 그랬다.

 

  어중간한 4년제 수도권 대학보다 2년제 전문대학으로 옮기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물론, 마음은 그녀 곁에서 언제까지라도 바보스럽게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더 이상 철없는, 여자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대학생 1학년 새내기로 있기엔 바람이 너무도 차가웠다.

 

  비전이 보이지 않는 그 대학교를 그만두었고, 다시 전문대학으로 들어가 전문기술자가 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것조차, 녹록한 사회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때 이후로 그녀와의 연락도 뜸해지다가, 결국엔 끊겼다.

 

  후에 난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그녀의 결혼소식도 들려왔다.

 

  그렇게 한동안 연락이 끊겼는데, 말도 안 되는 그녀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것도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우연하게 동기 입을 통해...

 

  동기 녀석은 그녀의 시신은 갑작스레 화장된 뒤, 바닷가로 뿌려졌다 했다.

 

  그런데 그녀의 사인은 무언가 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고, 장례식조차 시댁식구들은 참여하지 않았단다.

 

  그 전부터도 부잣집에 시집 간 그녀에겐 소문이 무성했었단다.

 

  시어머니에게 미움을 사고 집안에서 인정을 못 받았다는 둥, 시댁시구들의 계획 하에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그것을 들은 내 속엔 울분이 올라왔었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그땐 이미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뭐, 직후에 알았더라도 별 다를 게 있었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그녀는 내게 슬픔으로 남은 채, 세상을 떠났다.

 

  그 후엔 난 내 가족들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그러다 외계인의 기습으로 내 아내와 아이까지도 잃고 시기에 빠져 있다가 지금 모시는 임금을 만났다.

 

  여차저차하다 그분 밑에서 스피닝부대의 수장을 맡아 외계인에 맞서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보냈다.

 

  정말, 과거를 다 잊으려 몸부림친 세월이었다.

 

  수많은 적들을 죽이던 세월동안에도 가족들, 아내와 아이,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도 생각났다.

 

  그 중에 가장 아련하게 떠올랐던 건, 그때 그 지하철역의 복도 벤치에 나란히 앉은 나와 그녀, 소연의 모습이었다.

 

  아내와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내게는 소연에게 확인하고 싶은 사실이 하나있었다.

 

 

  또깍, 또깍, 또깍...

 

  대림역 복도, 멈춰진 두 남녀에 다가가는 정장에 구두를 신은 노인의 걸음마다의 그 또깍소리가 그의 떨리는 마음을 대변했다.

 

  이 순간은 노인에게 있어서 가장 아쉬운 한 장면이었다.

 

  이곳은 지키지 못한 약속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얻었던 기회였었다.

 

  그 장면은 차마 볼 수는 없어서 노인은 시간 멈춤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여자 옆에 가만히 앉았다.

 

  노인은 오르골을 하나 꺼내 소연의 손에 살짝 놓았다.

 

  노인은 다시 일어나 그들에게서 뒤돌아가려했다.

 

  그 순간,

 

  “저기요, 할아버지!”

 

  한 목소리가 노인을 불렀다.

 

  분명, 내 살갗은 안 닿았었는데? 하필 지금 결함이 나타난 건가?

 

  노인은 놀라 돌아봤다. 소연이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진 누구세요?”

 

  “저, 저 그게...”

 

  그녀의 물음에 노인은 입을 벌렸지만 차마 어떤 대답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더 이상은 소연도 노인의 정체와 지금 상황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단지, 좀 앉아서 얘기 좀 하자고 자리를 내 주었다.

 

  “할아버지는 참 낯설지 않아요. 이상하죠? 분명 처음 뵌 분인데...”

 

  “허허, 그, 그렇지? 나도 자네가 낯설지 않다네... 음 뭐랄까, 오래전 옛 친구를 만난 기분이야!”

 

  노인에겐 맞는 말이었다.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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