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전염병으로 절이 북적북적하다
글쓴이 : 스토리야  16-09-27 14:54   조회 :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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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년 12월 24일, 전염병이 심상치 않다. 올해는 지극한 흉년이라 그런지 민심이 흉흉했다. 추수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없어 떠도는 백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한 사정은 권상일이 거주하고 있는 고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담을 사이로 두고 있는 이웃이 전염병이 의심스러운 조짐을 보이면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들으니, 도처에 전염병이 수그러든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동네 사람인 이응(二應)이 오랫동안 대승사(大乘寺) 청심전(淸心殿)에 거처하다가 비로소 돌아왔다. 그는 권상일에게 대승사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전염병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승사로 거지는 물론, 양반과 상놈까지 모조리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절에서는 이들을 모두 내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승사 중들이 두세 동이의 죽을 끓여서 각각 한 국자씩만 주었는데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권상일의 손자 또한 어제부터 두통이 생겼는데, 두통조차 전염병으로 의심스럽다는 생각에 손자를 이웃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권상일도 또한 이웃으로 옮겨서 거처했다. 결국 권상일이 사는 마을에 전염병으로 크게 혼란이 발생하고 말았다.



배경이야기

◆ 전염병과 피접

전염병은 흉년이 들면 자주 발생했다. 그것은 곧 먹고 사는 것과 전염병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대로 풍년이 들면 전염병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으레 곡물이 부족해지므로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번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먼저 발병하게 된다. 흉년은 한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하게 되므로,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국으로 퍼지는 것은 대개 시간문제였다.
전염병이 돌면 대처 방법으로 부적을 쓰거나 민간요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접(避接), 즉 피해서 도망가는 것이었다. 피접은 대개 전염병이 아직 돌지 않은 청정 지역으로 옮기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사람이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대개는 산으로 갔다. 산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사찰밖에 없었으므로, 전염병이 발생하면 으레 사찰로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출전 : 청대일기(淸臺日記) 
저자 : 권상일(權相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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