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플레크스의 수도 ‘알티마루션’ 예술의 대도시. ‘쿠헨프람 댄쉬(열정의 춤)’ 뮤지컬 홀.
아리아를 열창하는 여인, 별을 뿌린 듯 반짝이는 은발, 깊고 짙은 붉은 눈동자. 유려한 곡선의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관객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감미로운 목소리, 내면의 욕망에 사로잡혀서. 몸이 뜨거워지고, 마치 남녀 간의 은밀한 행위가 절정을 치달은 듯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들이었다. 매끄러운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잠깐의 정적.
숨죽인 짧은 순간이 지나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기립한 채, 그녀의 모든 것을 담은 공연에 환호를 보낸다.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프리마돈나였던가. 그녀를 대신할 주인공은 없을 거라 장담한다.
“수고 많았어, 스칼렛.”
“고마워요.”
“계속해서 느끼는 건데, 너의 파급력은 대단한 것 같아.”
“그래요? 하지만 힐레나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죠.”
“아냐! 나보다 언니가 더 뛰어난 걸!”
“그러니?”
또 한 명의 스칼렛. 그녀와 같은 은발 머리칼, 붉은 보석안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 동생 힐레나였다. 뮤지컬계의 먼저 시작한 힐레나였지만 언니는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녀들을 보고 화이트스완과 블랙스완이라 불렀다.
스칼렛은 힐레나에게 매몰차고, 차가웠다. 또 다른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힐레나는 순수하게 언니를 사랑했지만, 그런 언니에게 섭섭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오라버니인 쥬피터로 부터 그녀들을 다르게 대했기에 스칼렛이 이해도 되었지만...
“오늘 역시 너의 아리아는 황홀했어. 이번 작품이 더 이어진다면 좋을 텐데...”
“그러게, 알렉산더. 너의 연기도 아주 좋았어.”
“그... 꼭 연기만은 아니야.”
“무슨 말이야?”
왜 이렇게 된 걸까? 힐레나의 연인, 알렉산더의 변심에 그녀는 가슴이 찢겨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외롭고 쓸쓸했다. 그런 힐레나에게 다가오는 어릴 적부터 친한 샤를레라.
“웃겨. 알렉산더가 잘해준다고 으스대는 꼴이라니.”
“아니야. 언니는 그러지 않았어.”
“넌 너무 착한 게 탈이야. 결국 너랑 똑같은 외모잖아? 잠시 혼동하는 거야. 곧 너한테 돌아올 거야.”
“그럴까?”
“저렇게 나쁜 애가 잘 될 리가 없잖아?”
“샤를. 그만해.”
아우, 재수 없어. 샤를레라는 내심 힐레나와 스칼렛에게 짜증을 느꼈다. 질투와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알렉산더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쌍둥이의 행동을 시기하고 분란을 일으키고 싶었다. 착한 척 하는 힐레나나, 대놓고 악녀인 스칼렛. 그래도 가까이 있으면 얻는 게 많으니까 있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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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예. 알아본 바, 트라프후작가의 쌍둥이 스칼렛과 힐레나영애입니다. 오늘 뮤지컬에 아리아를 부른 여인은 스칼렛영애라 합니다.”
“데뷔가 바로 여주인공?”
“아닙니다. 코러스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같은 얼굴이라도, 어느 연기에 따라 달라지는 군. 좀 더 알아봐.”
“알겠습니다.”
아디노스는 머릿속이 열망과 환희가 펼쳐졌다. 자신의 심장을 뜨겁게 한 여인이 나타났다.
갖고 싶다.
알고 싶다.
그녀의 아리아를 자신에게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구리빛 피부, 탄탄한 몸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상남자였다.
허니블론드 금발머리칼, 깨끗한 청록색 눈동자. 모든 것을 갖춘, 알티마루션에서 가장 섹시한 사내. 그는 타고난 것들로 인해서 지벨라 2황비의 총애를 업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무시무시한 황비가 아닌, 스칼렛을 떠올리고 있었다.
파란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