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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송Swan Songs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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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녀 스칼렛
작성일 : 16-09-10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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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알타샤(달)’는 대륙 제일의 뮤지컬극단 ‘트란카누스’가 기부 형식으로 인재 육성하는 소규모극단이었다. 그렇기에 여러 개로 나누어진 트란카누스의 속한 하급 극단이라고 볼 수 있다.

 

 스칼렛의 처음은 그랬다. 무려 쌍둥이동생은 최고의 프리마돈나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그 언니는 뒤늦게 밑바닥에서 시작하다니. 이런 저런 떠벌리는 말이 많았다. 그녀는 또한 언제나 혼자를 자처했다. 들어온 지 2개월 동안 웃는 모습을 본 극단원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꺼려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다.

 

 성악하던 스칼렛이 시험에서 발휘한 노래실력은 단연 좋았기에, 코러스부터 시작했다. 후작가의 영애라도 편의를 봐주진 않았다. 제국의 법이 그러했다. 무대 청소, 심부름, 소품정리 등등을 도맡았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그녀는 작은 배역을 받았다. 소리치는 마을처녀1 이라는 역할을. 그것도 다른 극단원이 아파서 대신 맡은 것이었지만. 유독 매끄러운 미성으로 소리치자,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스칼렛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공연이 끝나고, 훈계를 늘어놓는 선배들. 야단을 치던 말던,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분고분한 모습에 썩 만족해한다. 자신이 밑바닥에서 몇 년을, 몇 십 년을 보낼 리가 없지 않는가.

 

 

 “자자-! 오늘은 제이님이 오신다고 해요! 더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요!”

 

 “세상에!”

 

 “꺄아! 내가 뽑혀 가면 어쩌지?”

 

 “웃기지마. 내가 올라갈 거야!”

 

 

 연출자이자, 극본가 ‘제이 카닉 프론드.’ 단번에 트란카누스를 정상에 올린 여성. 이렇게 간혹 소규모극단에 들러 공연을 보고,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을 스카웃하곤 했다. 그녀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다고 한다.

 

 

 “달리아 역(役) 어디 갔어?”

 

 “사라졌어요! 계속 찾아도 안 보여요!”

 

 “누구 달리아役 대사 암기된 사람 있어?”

 

 “그렇게 말하셔도...”

 

 “저 대본 다 외우고 있어요.”

 

 

 그때, 나서는 스칼렛. 진지하고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연출자를 바라보았다. 왠지 그것에 이끌려 혼미해질 찰나, 주위를 돌아봐도 고개를 저으며 할 수 없다고 표정으로 말을 한다. 단번에 주조연을 시킬 수는 없었지만, 공연을 끝마쳐야 했다.

 

 

 “네가 해!”

 

 “감사합니다.”

 

 “자, 들어가자고!”

 

 “네! 네!”

 

 

 동대륙의 룡에게 바쳐지는 엘리자벳, 그리고 달리아. 두려워하지 않은 엘리자벳과 룡은 사랑에 빠지고... 달리아 역시 룡을 연모하게 되었다. 거들떠보지 않는 룡, 언제나 여자주인공은 엘리자벳이었고 결국 질투와 원망을 품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어떤 사내를 모르고... 혼례를 치르는 연인들. 저를 비웃는 룡으로 인해, 그 순진한 웃음을 짓는 친구를 결국 살해한다. 친구를 죽인 죄책감, 한편의 쾌감. 살인을 했다는 두려움. 달리아는 미쳐버린다.

 

 

 “아아- 룡이시여! 나를 봐주세요! 엘리자벳이 아닌 나를요!”

 

 “네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안돼! 안돼, 미안해... 미안해, 엘리자벳!”

 

 “평생을 네 괴리에 고통 받으며 살아라! 그것이 벌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역이라 생각했다. 스칼렛은 열연했고,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감정을 잘 녹여냈다. 누구는 달리아가 불쌍해서 울었고, 누구는 분통했다. 잠깐의 애처로움을 모두가 느꼈다. 연출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실력에 당황했다. 그 와중에 날카롭게 스칼렛에게 시선을 주는 제이가 있었다.

 

 

 “휘이-!”

 

 “와아아아!”

 

 “짝짝짝짝!”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극단에서 퀄리티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을거라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아름다운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은색머리칼, 붉은 보석같은 눈동자. 가녀린 몸과 손짓에 모두가 열광했다. 조명이 스칼렛만을 향해 비추는 것 같았다.

 

 

 “그녀를 데려와.”

 

 “알겠습니다.”

 

 

 제이는 조용히 빠져나갔다. 조금 뒤 스칼렛과 대면했다.

 

 아무리 봐도 똑같아. 일란성이라 해도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확실히 그녀 둘 다 남다르긴 했다. 이제 시작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없는 정도였다. 마치 천직인 마냥.

 

 

 “이곳에 얼마나 있었죠?”

 

 “5개월 정도.”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데려가고 싶어요. 그러나 나를 따라간다면 분명 힐레나로 인해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갈건가요?”

 

 “그러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냉기가 흐르는 얼굴임에도 열망이 훤히 보이는 스칼렛 그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잡아 삼킬 것만 같았다. 자신이 혹시 정말 위험한 인물을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존재감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치 신의 안배인 듯... 당연히 있어야할 일이 이뤄지는 느낌이다.

 

 

 “아리아를 불러 보겠어요?”

 

 “트란카누스에서 증명하겠어요.”

 

 “...알겠어요. 기다리죠.”

 

 

 극단에서 소란이 일었다. 들락날락하는 배우들과 연출자.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괜히 나서고 싶지 않아 스칼렛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간단히 짐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위해서.

 

 

 “선생님! 여기요! 일어나지를 않아요!”

 

 “누구야! 누가 이런 짓을!”

 

 “꽁꽁 묶여서는...”

 

 

 의원을 찾아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달리아역이었던 여배우가 눈을 떴다. 괜찮냐고 확인한 뒤, 다급하게 사태에 대해서 물었다. 히익-! 힉! 힉! 딸꾹질을 하며 말을 꺼냈다.

 

 

 “화장실로 들어가니까, 검은 머리에 복면을 쓴 남자가 목을 졸랐어요. 콜록, 콜록... 저항했지만 놓아주지 않았고 킥킥 웃음소리를 들었어요. 콜록... 그리고,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도대체 누가 사주한거야?”

 

 “모르겠어요. 공연은요? 어떻게 되었어요?”

 

 “아... 그게...”

 

 

 필요하다면 기회는 자신이 만들면 된다. 스칼렛이 쓰던 숙소 방에 어떤 사내가 있었다. 다리를 꼬고 까딱거리는 모습이 얄미워보였다. 그는 검은 머리였고, 복면을 쓰고 있었다. 결국 거추장스러워 복면을 벗는 남자.

 

 

 “하여간 무서운 여자라니깐.”

 

 “닥쳐. 그만 꺼지지, 왜 온 거야.”

 

 “대가를 지불해야지.”

 

 “죽인 것도 아니잖아.”

 

 “하긴. 공연도 재미있었고.”

 

 

 함께 그녀를 비웃었다. 모든 것은 스칼렛이 만든 상황이었다. 그녀는 못할 게 없었으니까. 죄책감 따위도, 미안함도 없었다. 이용당한 자가 어리석은 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결국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갖게 되었다. 그게 아직까진 재미있는 검은 복면의 사내 ‘페이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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