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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타일
작가 : Chadik
작품등록일 : 201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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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작성일 : 16-10-27     조회 : 400     추천 : 0     분량 : 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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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난 밤을 새워 해킹작업을 준비하고 아침 8시에 팀장에게 감기 때문에 출근할 수 없다는 문자를 보낸 후 냉동실의 식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아침으로 먹기 시작했다. 내 해킹 프로그램이 통신사의 관리자 서비스 코드를 검색하는 중으로 코드만 알아내면 트래픽 서버에 대량의 디도스 공격을 때린 후에 관리자 코드로의 수정 접속을 요청할 것이다. 서버내의 알고리즘 규격상 해킹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관리자 코드를 발송하고 대기하게 되는데 이 규격을 오히려 역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쌀쌀한 아침 온도에 떨리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싸구려 비닐 옷장에서 데드라이징 2 한정판으로 받은 노란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내 게임 티셔츠 컬렉션 중 하나로 절대 밖으로 나갈 때 입지 않는다.

 빵 하나를 먹어 치우고 냉장고에 마지막 남은 오렌지까지 말끔히 해치웠을 무렵 내 해킹 프로그램이 통신사의 네트워크 관리자 코드를 알아냈다. 예상한 것보다 두 시간이나 더 걸렸다.

 일단 가장 지루한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어제 새벽 중국과 유럽 쪽에 친분이 있는 해커그룹에게 도움을 청해놨었기에 그들이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디도스 공격을 요청했다. 초당 70기가 규격의 작은 공격으로 약속대로 5분동안 이어졌고, 난 트래픽 상태를 확인하며 최종적으로 접속 코드들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보안 네트워크에는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곧 네트워크 보안서버에서 관리자들에게 임시접속 코드를 보내기 시작하고 내가 확보한 관리자 코드에도 접속요청 임시ID가 전달되었다. 난 이 ID를 이용해 빠르게 네트워크 서버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평소와 같았다면 6시간짜리 우회코드를 ‘DAT’ 파일로 게이트 서버 내에 남겨 두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목적이 아니니 즉시 유저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다. 서버에서 핸드폰 번호를 기준으로 유저 인덱스를 검색하는데 4분 정도가 걸렸다.

 사용자를 서버에서 찾아내기 무섭게 해당 핸드폰 번호의 고유 ID 및 유심코드에서 시작해 최근 통화 기록과 메시지 정보까지 모든 개인통신 기록이 내 서버로 흘러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게 필요하지 않다. 난 남자의 핸드폰으로 해킹툴이 들어있는 메시지를 관리자 ID를 이용해 발송했고 핸드폰의 롬 파일에 이것을 설치시킨 후 원격으로 핸드폰을 강제 리부팅시켰다. 내 쪽에서는 모니터의 문자열의 명령어들이지만 그 남자의 핸드폰은 지금쯤 전원이 꺼졌다 켜지고 제조사의 로고가 출력되면서 내가 보낸 악성 해킹 프로그램들이 설치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곧 남자의 핸드폰 화면이 420*204 사이즈로 내 모니터에 올라왔다. 실시간이다.

 핸드폰의 카메라는 집의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스피커 폰으로는 티비 소리와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유추해 보건대 남자는 자신의 핸드폰이 꺼졌다 켜 진지도 모를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

 그 사이 통신사의 네트워크 보안망이 디도스 공격을 막아낸 후 공격 루트를 체크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내 IP는 검색되지 않았고 관리자의 ID 코드도 체크하지 않는다. 솔직히 범죄이고 흔적이 남기에 자주하지는 않지만 국내기업의 보안망을 뚫는다는 건 유흥거리도 되지 않는다.

 난 아직 통신사의 유저 데이터 베이스 서버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남자의 GPS 기록을 열었다. 규정상 네트워크 사업자는 GPS 기록을 DB 형태로 3개월동안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3개월 경과 후에는 약 5년간 해당 정보를 로그로 보관해야만 한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로그는 손댈 수 없어도 이 남자는 3개월간의 흔적은 뒤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난 남자의 GPS DB를 통째로 긁어 내 서버로 옮기고 서둘러 통신사의 게이트 서버 안쪽에 접속유지 코드를 생성했다. 이것으로 최소한 12시간 동안은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난 해킹한 핸드폰의 카메라와 마이크 음향에 귀를 귀울인 채 남자의 GPS 기록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기록은 최유람과 같이 ‘중랑천 이화교’에 이 남자도 같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어렵지 않게 찾았다. ‘중랑천 이화교’ 부근을 표시하는 GPS 좌표 번호가 내 검색 리스트 안에 출력되었고 심지어 3개월간 4차례 그곳을 방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까지 똑같잖아.” 남자가 중랑천 이화교를 마지막 방문한 것은 이틀 전 밤 10시쯤으로 최유람이 그곳을 방문한 시간과 동일했다. 그렇다는 건 이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중랑천을 다녀오는 주기는 23일을 기준으로 했다. 총 4건 중 3번은 정확히 23일 후 방문했으며 딱 한번 8일만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마지막 이틀 전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때 핸드폰 카메라에 남자의 얼굴이 비쳐졌다. 말끔한 모습에 머리도 정돈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손에 쥐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보았다. 조각처럼 잘생긴 그의 얼굴에서 두 눈이 따로따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소름 끼칠 정도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난 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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