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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타일
작가 : Chadik
작품등록일 : 201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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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6-09-10     조회 : 724     추천 : 2     분량 : 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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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正悳)빌딩’은 충현동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4층짜리 회색건물로 사진으로 본 것보다 낡고 빛 바래 있었다. 오래된 건물은 분위기 있는 노란색과 초록색의 ‘Moonshine’이라 적힌 네온사인 간판과 건물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는 화려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예정에 없던 약속장소로 정해진 이곳에 대해 급히 알아본 바로는 현재 지하는 클럽, 1층에는 작은 식당이 위치해 있고 2층부터는 출판사가 임대하고 있는데 그 전에는 김석환이라는 남자가 구로동에 의류 공장을 건설할 때까지 동대문에 의류를 납품하기 위한 작업장으로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문샤인’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에서는 라이트한 분위기의 레즈비언 클럽으로 나름 알려져 있다.

 난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등에 매달린 메신저 백을 단단히 고쳐 잡은 다음 클럽 지하입구로 내려갔다. ‘라나 델 레이’의 노래가 클럽 가득 낮게 깔려 있었고 노란빛의 어두운 조명 속으로 사람들이 곳곳에서 조용히 몸을 흔들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좁은 클럽 안을 천천히 둘러본 후에 클럽 홀에 가까이 위치한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그를 보았다. 갈색 슈트를 입고 있었고 짧은 머리를 왁스로 단단히 고정하고는 ‘맥주병’를 연신 들이키고 있었다. 레즈비언이 주 고객인 클럽에 남자 혼자 앉아있으니 꽤 눈에 띄었다. 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클럽 조명 아래 비치는 그의 얼굴은 모니터 너머에서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 당황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렇게 직접 의뢰자를 만나 얼굴을 맞대보는 일이 처음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애초에 클럽 같은 곳을 드나들 생각조차 할 리 없는 내가 클럽에서 남자를 만날 생각을 하다니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난 의식적으로 태연한 척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처음 만나는 남자하고 약속잡기에는 장소가 너무 엇나간 거 아냐?”

 그의 비아냥에 대꾸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이쑤시개를 짜증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뭐라 한마디 더 하려다가 그 대신 맥주병을 기울였다. 그 사이 난 내 메신저 백을 벗어 옆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래서 부탁한 건 가져왔나?”

 그의 물음에 가방에서 DVD 케이스를 하나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DVD 케이스를 자기 쪽으로 끌어가고는 그걸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통장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일단 가져가서 코드 확인해보고 확실한 거면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난 그가 내민 통장에는 손도 대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가격이 올랐어요.”

 그는 표정변화 없이 날 바라봤다.

 “난 직접 거래는 안 해요. 당신이 룰을 어겼으니 금액을 올리겠어요.”

 “그래서 예고도 없이 갑자기 가격을 올리겠다고?”

 굉장히 어이없다는 투로 그가 말했다.

 “그게 제 룰이에요.”

 그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는 거래 안 하는 것이 룰이야.”

 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맞받아 쳤다.

 “그건 아저씨 룰이고요.”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손으로 코를 만지며 혀를 찼다. 그럼에도 크게 변화 없는 그의 표정은 지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추가금액을 주지 않겠다면 어쩔 생각인데?”

 난 가방에서 DVD 케이스를 하나 더 꺼내 들었다. 먼저 넘겨주었던 케이스와 다르게 ‘RED’라고 적어둔 것이었다.

 “트래픽 서버를 우회할 수 있는 개발자용 IP예요. 직접 게이트 서버로 직행할 수 있는데 이게 있으면 보안로그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메인 허브까지는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잠시 무표정이었다가 곧 입가를 실룩거렸다. 마음에 든 눈치였다.

 “재미있군.”

 “이게 있으면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큼 재미있을 걸요.”

 “그래서 이 두 개가 세트 상품이니 가격을 올려 협상을 하자?”

 당연하신 말씀을 하신다.

 “예. 돈 벌러 왔으니 돈 벌어야죠.”

 그는 탁자 위에 올려놓은 맥주병을 한 모금 머금고 다시 이쑤시개를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세 배 더 주세요.”

 “욕심쟁이군.”

 “문제되나요?”

 “문제가 되지. 난 거래를 할 생각이지 호구 노릇 하러 온건 아니거든.”

 그의 대답에 난 들고 있던 RED DVD 케이스를 가방에 넣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케이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거래는 없는 걸로 할게요.”

 그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난 최대한 아쉬울 것 없다는 듯 행동했다. 예상대로 그는 잠시 내 손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솔직히 우리 지금 만났지만 말이야. 난 자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생긴 건 좀…. 그렇지만 당돌하고 배짱 있는데다가 아주 똑똑해. 자기처럼 똑똑한 아가씨는 흔하지 않거든.”

 거짓말이다. 난 그가 얼마나 멍청하고 자신에게 헌신하는 여자들을 선호하는지 알고 있다. 순종적이고 의심하지 않으며 그의 기분과 눈치만을 보며 매달리는 여자들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다.

 “말씀하신 그 장점으로 이렇게 먹고 살려 노력하고 있죠.”

 나는 시간을 질질 끄는 것도, 어차피 그가 내 제안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짜증을 내며 재차 물었다.

 “거래 금액은 기존의 3배입니다. 거래 할 건가요?”

 그런 그도 내 태도를 무시하고 탁자 위의 맥주병을 집어 들어 다시 한번 입가에 기울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역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구먼.”

 “알았으니까. 어쩌실 거에요? 거래 안 하실 거면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내가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다그치자 그는 좀 곤란하다는 듯 몸을 한번 가볍게 틀더니 잠시 후 천천히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DVD를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봐.”

 그의 목소리에는 위협이 가득 실려있었다. 지금까지는 일종의 거래처럼 날 상대했지만 그의 태도에는 이제 더 이상 날 거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가 실려있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날 위협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난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내 쪽으로 밀려진 DVD 케이스를 집어 들어 가방에 집어넣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볼일은 없겠네요.”

 인사말을 던지고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그가 내 손목을 잡아 틀었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완력이 내 몸을 휘둘렀고 난 중심을 잃고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미안하지만 내가 가라고 할 때 갈 수 있어.”

 그가 아주 작고 낮은 목소리로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흘깃 바라본다. 몇 몇은 이미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난 별거 아니라는 듯 최대한 안정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까 왜 약속장소를 이곳으로 잡았는지 물어봤죠?”

 그가 잠깐 내 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이자 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주변을 둘러봐요. 여기가 어딘지.. 이런 데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봐요.”

 그는 똑똑한 남자다. 순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채고는 잡고 있던 내 손목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

 “정말 영리하군.”

 그는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 앞으로 바싹 붙여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은 이 장소가 널 보호해 줄지 몰라도 넌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도 모르고, 또 널 어떻게 할 수도 있고 하려는 지도 모르지.”

 그의 태도와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목소리는 방금 전 보다 더욱 위협적이었다. 그 순간 뜬금없이 내게 가까이 얼굴을 붙인 그에게서 나는 스킨 냄새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강압적으로 날 협박하는 그의 채취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스스로 놀라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그의 반듯한 코와 각이 진 턱 선이 크게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성격도 나쁘고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남자지만 매우 똑똑하고 매력적인 남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위협과 협박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여기서 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그의 말과는 반대로 나에게 어떠한 해코지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금 내게 무언가 있는 척, 자신이 위험한 남자라고 어필하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고 또 상대가 여자라면 더더욱 조심할 사람이다. 다시 말해 그는 일부러 소란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뭐 절 죽여서 토막토막 낸 다음 산에다 파묻던가, 강간한 후에 섬에다 팔아 푼돈이라도 챙겨볼 생각인가요?”

 “상상력이 부족하군. 자기하고는 그것보다 더 끔찍한 짓을 해볼 수 있지.”

 그는 여전히 말 없이 죽일 듯 날 무섭게 노려본다. 그에 반에 난 별일 아니라는 듯 약간은 무료한 듯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그럼 그 ‘더 끔찍한 짓’이라는 거 뭔지 말해줄 수 있어요?”

 내 질문에 그가 뭐라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고는 가볍게 웃었고 난 그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의 잡혀있는 내 팔목을 비틀어 빼내고는 말을 이었다.”

 “위협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으니 거래를 하든가 말든가 하죠.”

 난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인상을 구기며 내게 뭐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게 위협해 봤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는 잠시 말없이 날 바라보다가 의자에 편하게 기대고는 오른다리를 꼬아 올렸다.

 “좋아. 일단은 자기 말대로 하지. 거래는 계속하겠지만 세배를 줄 수는 없어. 이번 내 작업 수지타산으로는 그 금액을 맞춰줄 수 없거든.

 “미안하지만 세 배예요. 저도 말 안 했지만 지금 제가 제시하는 가격은 할인된 가격입니다.”

 “할인된 가격은 무슨 얼어 죽을…… 자기. 내가 자기가 말하는 금액을 맞춰주면 나한테 남는 게 거의 없어. 내게도 남는 게 있어야 거래를 하든가 말든가 하겠지.”

 난 잠시 그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난 그가 날 단순히 의뢰 받은 일만 해주는 ‘공순이’ 취급만을 해주기를 바랬다.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그냥 돈만 받으면 장땡이라는 그 정도 수준의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길게 더 이야기하는 것도 질렸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그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도록, 그가 더 이상 나에게 징징거릴 수 없도록 그의 작업에 대해 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국내에서 철수하는 ‘세이브 생명’의 차명주식 거래량이 약 8천500이에요. 이 중 2천 200이라는 금액이 현재 시장 내에 체류중인 데 이달 말까지 철수가 완료되지 않는다면 그 금액이 공중분해 되겠죠. 현재 당신이 작업하려는 게 그 매물이라는 걸 알아요. 일단 당신들이 이 차명주식을 확보하게 되면 당신이랑 당신 동료 웨이드 김명준씨, 수율 김세진씨, 섹터키 권진용씨 그 외 기타 등등 8명이 8등분을 하더라도 리더인 당신에게는 최소한 6백이 넘어가겠죠. 방금 제가 말한 세배의 금액은 그에 비하면 껌 값에도 미치지 못하고요.”

 그가 그걸 어떻게 알았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알아요, 최우진씨. 거래하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렇게 나왔겠어요?”

 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자 그가 흠칫 당황하며 지금까지 기분 좋게 울려오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찢어진 목소리로 물었다.

 “내 이름도 알아?”

 “네. 일단 본명이 최우진씨라는 건 방금 이야기 했고 그 외에도 다른 것들도 많이 알고 있죠.”

 이제는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기에 난 혀를 한번 차고 그냥 아는 것을 다 말해버리기 시작했다.

 “1977년생에 2남 1녀 중 장남이고 서울 목동 출신에 목동고등학교 졸업 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 5월 유한양행 기획팀에 취직했죠. 승승장구까지는 아니지만 현재는 경영기획부 과장이고 2008년 10월 22일에 결혼했고 배우자의 이름은 신예진, 둘 사이에 7살된 딸이 하나 있는데 딸을 매우 사랑하시더군요. 일단은 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 중이시죠.”

 그의 입가에 실소가 터져 나왔는데 난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당신이고 ‘안’대외적으로 알려진 당신은 코드명은 씬시네티로 알려진 해커죠. 98년 대양해양 주식주를 해킹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후 총 32건의 주식관련 사이버 범죄를 일으켰죠. 병신 같은 국내기업 대상의 작업뿐이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결혼하신 해인 2008년 12월 동유럽의 해커그룹 블랙 나이트에 합류해서 PGNG의 주식거래를 해킹하는 과정에서 꼬리를 밟혔고 이후 공식적으로는 해커세계에서 탈퇴했지만 현재는 자신의 코드가 아닌 다른 해커의 코드를 이용해 계속해서 현업 유지 중이시죠. 이번 건으로 저한테 의뢰한 것처럼 말이죠. 현재 CIA와 인터폴에서 3등급 사이버범죄자로 분류 수배 중이고 최근 국내에서 철수하려는 세이브 생명의 차명주식의 일부를 확보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요. 그래서 저한테 한국금융감독원 검색서버의 우회루트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는 것도 알죠.”

 잠시 그는 날 멍하니 바라보더니 무슨 말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래서 난 그를 가볍게 놀렸다.

 “뭐라고요? 안 들려요.”

 그는 잠시 실없이 웃더니 대답했다.

 “대단하군. 대단하다고 말하려고 했어.”

 “아, 아직 또 남았네요. 페이스북 계정이 5개고 각 계정마다 여자가 하나씩 있더군요.”

 “아주 다 조사하셨군. 어때?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나?”

 그가 비아냥거리며 묻길래 난 잠깐 한숨을 내쉬고 그냥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알죠. 당신이 모르는 당신 이야기.”

 그는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그는 상관없다는 두 손으로 어서 이야기해보라는 제스처를 과장되게 취해 보였다.

 “당신 여자들 중 박유람이라는 여자 있잖아요. 코랑 이마 새로 한 핑크빛 예쁜 유두를 가진 여자요.”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그 여자 본명은 김희진이에요. 결혼사기전과 2범에 특수사기전과 4범이고 홍진구라는 기둥서방이 있어요. 올해 초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차명계좌의 8억이라는 돈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는데 그 뒤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저씨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해 왔었죠.”

 “뭐?” 그가 당황해 물었다. “그렇다면 동창회에서 그 여자를 소개해준 친구는?”

 “그 ‘김태균’이라는 친구가 운영하던 ‘하이넬 솔루션’이라는 회사 작년 10월에 부도났어요. 그 뒤로 빛 더미에 올라 앉았고 생활자체에 허덕이는 도중에 그들이 접근해 약간의 소개비를 받는 조건으로 당신을 소개해 준 거에요.”

 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친하지는 않아도 수십 년간 알고 지내왔던 친구가 푼돈 몇 푼에 자기 뒤통수를 쳤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러던 말던 난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 뒤로 그 여자하고 6개월간 좋은 시간 보내셨더군요. 그 동안 찍은 수 많은 더러운 사진과 동영상들 아저씨 협박하려고 자기 클라우드 계정에 날짜 별로 정리해 보관하고 있는데 원하신다면 계정과 비밀번호도 서비스로 같이 드릴 수 있어요. 아 그리고 그 여자 아저씨가 알고 있는 것보다 6살 많아요.”

 그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는 탁자 위의 맥주병을 들어보았다. 병은 비어있었고 그는 그 병을 조용히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내가 귀인을 알아보지 못할 뻔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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