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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미아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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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분열 -제 1화
작성일 : 16-09-13     조회 : 495     추천 : 0     분량 : 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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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겨울.

 

 은빛 소나타는 눈이 내리고 있는 영동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는 문막 휴게소를 지나 서울 방향으로 달리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속도계는 이미 제한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보, 너무 빨리 달리지 마세요. 눈도 오는데.”

 

 “괜찮아, 이 정도는. 겨우 120 인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조인성도 엄마를 거들었다.

 “이미 제한속도를 넘었어요, 아빠.”

 

 순간,

 전방에 떨어져있던 사과박스를 발견한 운전자는 깜박이를 켬과 동시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돌렸다.

 

 “끼이이이 익!”

 “쿵!”

 

 은빛 소나타는 차선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차체는 가드레일을 부수고, 6미터 아래의 논바닥을 향해 두 번 굴렀다.

 

 “퉁!”

 

 세 명의 가족을 태운 은빛 소나타는, 처참하게 일그러진 범퍼를 차가운 논바닥에 박으며 하강을 멈췄다.

 

 그리고 적막.

 

 구겨진 차체 속에서 눈을 뜬 인성은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메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세워 앞좌석에 있는 엄마와 아빠를 살폈다.

 

 아빠는 목이 반쯤 돌아가 눈을 뜬 채 숨져 있었고,

 조수석으로 밀고 들어온 구조체가 가슴에 박힌 엄마는 터진 에어백에 머리를 묻고 경련하고 있었다.

 

 인성은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다리에 감각이 없다.

 상체를 앞으로 세우며, 손을 뻗어 혈액이 덮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흔들어본다.

 

 “엄마. 엄마!”

 

 구겨진 몸 안에서도 심장은, 그때까지 담고 있던 혈액을 간신히 뱉어내며 박동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가늘게 눈을 뜬다.

 마지막 남은 근육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그녀는 힘겹게 손을 들어 아들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손에 묻은 혈액이 인성의 얼굴을 타고 흐른다.

 따뜻했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본다.

 엄마는 한없이 평화로운 미소를 아들에게 보이며 가늘게

 말했다.

 

 “우, 우리······. 인성이. 괜찮니?”

 “엄마! 난 괜찮아. 엄마, 많이 아프지?”

 

 엄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앞에 죽음이 다가와 있음을

 인지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 아들······.”

 

 인성의 얼굴을 덮었던 엄마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이! 학생. 괜찮아?”

 

 인성은 경련이 멈춘 엄마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 채 외쳤다.

 “도와주세요!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그래, 그래. 학생. 움직이지 마. 구조대가 곧 올 거야!”

 “살려 주세요! 우리엄마. 살려주세요!...... ”

 

 식어가는 엄마의 머리를 안은 채 인성은 절규하고 있었다.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구겨진 문짝이 뜯겨나가고,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들어 올려져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사이렌 소리.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며 순간의 충격을 잊는다.

 

 인성은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원주 세브란스병원 입원실에 누워 있었다.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이모로부터, 부모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인성은, 굳게 입을 담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기억이 생생했다.

 그건 불과 몇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한속도를 넘었어요, 아빠.”

 차가 미끄러지는 소리.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소리.

 차체가 바닥에 쳐 박히던 소리.

 따듯한 엄마의 혈액.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

 

 그때 조인성은 중학교 이학년 이었다.

 발인이 있던 날, 상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은 인성은

 한겨울의 용인 공원묘지에서 부모님의 하관 식을 지켜봐야했다.

 

 언 땅 밑으로 흰 천에 매달린 엄마의 관이 내려갈 때,

 인성은 한없이 울었다.

 

 양손으로 차가운 휠체어를 잡은 채, 목이 쉬도록 울었다.

 의식의 기저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모든 기억들이 솟구쳐 올라오며, 그는 울고 또 울었다.

 

 그가 얼굴을 타고 입으로 들어오는 짠 눈물을 삼키며 뱉어내는 말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십 팔 년 후.

 대전 유성구, 한국 과학 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조인성 박사는 교내 자연 과학동 앞의 커피숍에 혼자 앉아,

 잠시의 어릴 적 회상에서 깨어나며 정작 자신에게 닥친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달 안에는 프로젝트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데......”

 

 성광그룹, 최회장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대리모 없는 체세포 복제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는 이미 2년을 넘기고 있었다.

 

 2년 전 조인성 박사가 학회지에 발표했던 이 논문은 생명공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것이 알려지면서 재계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성광 그룹의 차 회장이었다.

 

 만일 조인성 박사의 논문대로,

 핵이 치환된 ‘공여핵 체세포’를 대리모 없이 기계가 증식 시킬 수만 있다면,

 복제양 ‘돌리’나, 복제소 ‘영롱이’같은 가축을 대량생산해 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동물 공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국내외의 체세포 복제 기술은 이미 정점을 찍고 있었지만,

 문제는 복제된 체세포를 어떻게 증식시켜 성체로 만드느냐에 달려있었고, 지금까지 동물의 경우, 오직 대리모의 자궁을 빌려 증식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이는 복제된 체세포에서 단 하나의 성체만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들은 복제 체세포를 대리모 자궁에 착상 시키고,

 임신 기간을 기다려 대리모의 출산을 통해서만 원하는 복제 동물을 만들 수 있다.

 

 이건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인 것이었다.

 

 그랬기에 차회장은 조인성 박사의 논문에 거금을 지원했고,

 2년여에 걸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대리모 없는 복제 체세포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것이다.

 

 문제는,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인큐베이터가 만들어 졌을 때 발생했다.

 

 대리모의 자궁과 똑같은 조건에서, 체세포 분열에 필요한 단백질과 효소를 공급하는 인큐베이터 안의 모세포는 순조롭게 2개의 딸세포로 일차 분열했다.

 

 그러나 이 새롭게 생긴 두 개의 딸세포가 다시 4개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죽어버리는 것이다.

 

 일차 분열을 끝낸 두 개의 딸세포는 먼저 염색체가 양분되고, 두개의 중심체가 세포내에서 양쪽으로 이동하며,

 실 같은 방사체가 생겨나, 분열된 두 개의 염색체를 양쪽으로 끌고 와야 하는데, 방사체의 섬모가 힘을 잃어 염색체를 끌고 오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일차 분열은 성공하는데 2차 분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수많은 가정이 제기되고, 실험이 계속됐다.

 

 “혹시, 기계내의 원인이 아닌, 외부 요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시뮬레이터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조인성 박사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

 

 이제 마지막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그는 책임지고 프로젝트를 중단한채 직장을 떠나야 했다.

 

 그것이 카이스트와 연구자가 맺은 계약조건이었다.

 

 기업은 카이스트에 원하는 연구를 의뢰하고,

 카이스트는 다시 담당 연구자와 계약을 맺는다.

 

 카이스트의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업과 사업의 영역이었고,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자는 사업의 성패에 책임을 져야만했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조인성 박사의 실험실은 불이 켜져 있었다.

 

 조교 최지혜가 커피 두 잔을 뽑아들고 들어왔다.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교수님.”

 

 시뮬레이터를 바라보고 있던 조인성은 눈을 모니터에 고정시킨 채,

 지혜가 건네는 커피 잔을 받았다.

 

 “고마워. 인큐베이터 조명을 좀 낮춰 줄래? 25룩스로 맞춰봐.”

 

 최지혜는 기계에 달려있는 디머 스위치를 돌려 기계의 조명을 낮췄다.

 

 “빛이 방사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몰라. 해보는 거야.

 모든 가능성을 찾아봐야지. “

 

 조 박사는 종이컵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늦었으니 먼저 들어가. 난 오늘 여기 있어야할 것 같아.”

 “몸 생각도 좀 하세요, 교수님. 그러다가 병이라도 걸리시면, 그땐 정말 큰일 아녜요?”

 “알았어. 곧 끝날 거야. 걱정 말고 어서 가봐.”

 

 지혜는 더 이상 그의 집중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분자 생식학

 실험실을 나왔다.

 

 교내 셔틀버스는 이미 끊겼고 정문까지 달빛을 받으며 걸어야했다.

 

 최지혜는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조인성을 만났다.

 그녀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조인성은 그녀의 적극성과 학계의 주류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최지혜의 연구태도가 마음에 들어 그녀를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켰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분자생식학’ 박사 논문을 준비 중에 있었다.

 

 다음날,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인 조인성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눈을 떴다.

 

 화장실로 가 양치를 하고 가벼운 세면후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지난밤 조명을 조정해 놓은 인큐베이터 안의 체세포는 이미 분열을 멈춘 채 죽어있었다.

 

 또 한 번의 실패였다.

 

 그때 최지혜가 실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눈은 좀 붙이셨어요?”

 “응, 조금. 방금 일어났어.”

 

 그녀는 조인성의 뒤에 서서 모니터를 바라본다.

 “역시 외부 요인은 아닌 것 같군요.”

 

 “그래. 그런 것 같아. 그렇다면 단백질 문제밖엔 없다는 얘긴데......”

 

 “민우 선배도 단백질 문제 같다고 했어요.”

 

 “간기때 가해지는 전기 충격이 염색체 내의 유전자에 변형을 일으키는지도 모르지.”

 

 “배양액의 단백질을 바꿔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전에 먼저, 죽은 딸세포의 방사체 단백질 구조를 전자 현미경으로 살펴봐. 정상 세포와 비교해서 결과를 알려줘.”

 

 “예, 그렇게 할게요, 교수님.”

 

 피말리는 공여 체세포와의 싸움이 이어졌다.

 단백질을 바꾸고, 배양액의 성분을 조정해 보고······.

 

 풀릴 듯 말 듯, 풀릴 듯 말듯······.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마지막 이차 계약기간을 한 달여 앞두고,

 조인성 박사는 박윤식 공대학장과 마주 앉았다.

 

 “조 교수님. 아무래도 성광그룹에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계약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설사 문제가 풀린다고 해도 성체가 생산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테고, 또 그사이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지어야겠습니다. “

 

 조인성 박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더 이상 끌고 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실로 돌아온 조인성은 조교들에게 말했다.

 “오늘부로 프로젝트 접는다.

 그동안 연구 자료들, 모두 외장하드에 옮기고, 실험기기들도 모두 정리해줘. “

 

 그는 말을 마치고 연구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 때 뒤에서 따라 나온 최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저하고 바람이나 쐬러가요.”

 그녀는 성큼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하아! 그러자. 점심이나 같이하지.”

 

 차는 32번 국도를 따라 계룡산 방향으로 달렸다.

 계룡대 휴게소를 지나 온천리 근처를 지날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10월의 가을은 주변의 산과 들을 오색으로 덮으며 차가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온천리를 지날때, 토종닭집 간판을 발견한 지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저기서 점심 먹어요.”

 “그럴까?”

 

 인성은 핸들을 꺾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반쯤 열어놓은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가을바람이 상쾌했고, 지난 이년간의 고민과 집착에서 벗어나, 가을바람 안에서 자유로운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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