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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미아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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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자 -제 6화
작성일 : 16-09-18     조회 : 477     추천 : 1     분량 : 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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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완벽한 독립체가 된 여인의 내면엔

 본능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성은 없다.

 여인은 갓 태어난 신생아의 지능수준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녀의 신체는 이미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내가 엄마에게서 받은 유전자는 엄마가 24세 때의 유전자였어. 엄마는 날 스물넷에 잉태했으니까! '

 

 지혜는 벌거벗은 여인에게 준비해놓은 핑크색 가운을 입혔다.

 혈압과 체온, 맥박을 측정하고 소화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조제분유를 섭취할 것이다.

 

 조인성 박사와 최지혜 박사는 여인을 실험실 철제 칸막이 안에 마련해놓은 유리케이지로 옮겼다.

 

 여인이 정상지능을 학습할 때까지 머물러야하는 유리케이지는, 3면이 철제 벽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전면은 강화유리로 되어있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케이지 안에는 3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24시간 여인의 행동과 신체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강화유리벽 안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던 지혜가 말했다.

 “아름다운 여인이에요.”

 

 “그래. 정말 아름다워!”

 

 “이름을 지어야지요. 생각해 두신 것 있으세요?”

 

 “오랫동안 생각했지. ‘마마미아’야.”

 

 “예쁘고 따뜻한 이름 이예요.”

 

 갓 태어난 ‘마마미아’는 수유와 배변을 할 때가 아니면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가끔 손을 들어 유리벽을 만져보기도 하고, 유리벽 바깥의 사물이나 전등을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부터 지혜는 ‘마마미아’를 돌보며, 신체대사를 분석하고 기록해 나갔고, 인성은 학습을 담당했다.

 

 유리방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프로그램에 따라 각종 동영상이 재생됐다.

 언어학습 영상, 사물인지능력의 개발을 위한 드라마와 영화······.

 기쁨과 슬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사랑.

 이러한 정서학습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정상적 사회활동을 위한 도덕과 예의 등, 철저히 준비된 수많은 프로그램이 동원됐다.

 

 ‘마마미아’의 학습 능력은 놀라웠고,

 일주일도 안 되어 인성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24세의 성체로 태어난 그녀의 무의식 속엔, 이미 그녀가 죽기 전 체득했던 모든 경험과 학습정보들이 잠재해 있었던 것일까?

 

 일주일이 지나면서 ‘마마미아’는 유리방 안에 설치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번은 지혜가 수유도중 들고 있던 볼펜을 바닥에 떨어트리자, 마마미아는 몸을 숙여 떨어진 볼펜을 집어 지혜에게 건네주었다.

 순간 지혜는 섬뜩했다.

 하지만 지혜는 순간의 놀람을 진정시키고 가벼운 미소를 여인에게 보냈다. 그러자 여인은 지혜의 미소를 흉내 내었다.

 

 인성은 마마미아와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마마미아! 사랑이 뭔 줄 알아?”

 그녀는 대답이 없다.

 “사랑이란 말이야, 어떤 상대나 존재를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거야. 편안하고 행복한 거지.

 그래서 그를 좋아하고, 그가 없으면 그립고 , 보고 싶고······.

 그리고 그를 위해 책임을 지는 생각과 행동을 말하는 거야. “

 

 여인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따라해 봐! ‘사랑해요’ ”

 여인이 입술을 움직였다.

 “사. 랑. 해. 요. 사. 랑. 해. 요. ...... ”

 

 여인의 얼굴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인성은 그녀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싶었다.

 ‘마마미아’가 수유를 끊고 이유식으로 바꿨을 때, 그녀의

 신체 면역력이 정상을 회복했고, 인성은 그녀에게 색다른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는 시내에 나가 하얀 스피츠 강아지 한 마리를 샀다.

 인성은, 이 눈부시게 하얀 털을 갖고 있는 강아지를 살며시 들어 마마미아의 무릎위에 올려주었다.

 

 녀석의 작은 핑크빛 혀가 마마미아의 무릎을 핥았다.

 여인은 길고 하얀 손으로, 인성을 따라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얘 이름은 ‘팜’ 이야. ‘팜’ ”

 여인이 따라했다.

 “‘팜’. 사랑해요.”

 “그래! 잘했어! 바로 그거야.”

 

 인성은 마마미아를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인을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자제해야만했다.

 인성은 그 여인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인은 자기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마마미아는 많은 시간을 유리방에서 ‘팜’과 보냈다.

 강아지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심지어 팜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너는 왜 말을 못해?”

 

 “사랑이 뭔 줄 알아? 그건 말이야······.”

 

 인성은 그녀의 그러한 의식의 성숙을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혜는 유리방 안에서 마마미아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었다.

 길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빗겨주고 가르마를 타 뒤로 묶어 내렸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고운 피부가 지혜는 부러웠다.

 

 “너는 참 고운 피부를 가졌구나!”

 

 순간,

 “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팜의 작은 몸이 날아가 유리벽에 부딪친다.

 “깽!”

 

 팜의 몸이 부딪친 유리벽에서 혈액이 흘러내린다.

 작은 몸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물들며 경련한다.

 

 “헉! 뭐하는 거야?”

 지혜는 경악하며 들고 있던 빗을 떨어뜨렸다.

 순간 여인이 양손으로 지혜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엄청난 힘이다.

 

 “아악! 놔! 놔줘!”

 

 여인은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지혜를 바라본다.

 “헉!”

 지혜는 여인의, 초점을 잃은 검은 눈동자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전율했다.

 

 순간 강화 도어를 열고 뛰어 들어온 인성이 여인의 손을 잡았다.

 “엄마! 안 돼!”

 

 인성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엄마’라는 말에,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인성을 바라본다.

 

 인성을 바라보는 여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여인은 지혜의 팔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 인성을 안는다.

 

 그제서야 공포에서 벗어난 지혜는 부어오른 자신의 팔목을 감싸며 이미 경련을 멈춘 팜의 사체를 살폈다.

 

 마마미아를 침대에 눕히며 인성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몰라요. 갑자기 이성을 잃고 ‘팜’을 던졌어요!”

 

 인성은 누운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마미아의 손에 난 상처를 보았다.

 

 “팜에게 물린 거야! 그래서 분노한 거지.”

 

 “그녀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요. 엄청난 힘으로 팜을 죽이고 나를 잡았어요!”

 

 “진정해. 손목은 괜찮아?”

 

 인성은 일어서 자혜에게 다가 가 그녀의 손목을 살폈다.

 가는 손목이 많이 부어있었다.

 인성은 그때까지도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침착해. 마마미아는 팜이 자기 손을 물자 본능적 분노를 절제하지 못한 거야.”

 

 진정을 찾은 지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무서울 정도로 엄청났어요.”

 

 “클램비아 때와 같은 현상이야.

 이유식에서 단백질 제거하고, 아예 식물성 이유식으로 바꿔봐. 그리고 당분간, 약간의 신경 안정제를 섭취시켜.

 난 분노조절과 사태판단 학습을 시켜야겠어. “

 

 인성은 팜의 사체를 연구소 뒤뜰에 묻었다.

 

 ‘언젠가 지혜가 말했지. 우리는 결과를 모르는 위험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팜은 결과를 알 수 없었던 우리 연구의 1차 희생자였어.’

 

 그 사건이후, 인성은 마마미아의 분노조절 학습을 강도 있게 진행시켰다.

 

 자비와 용서를 가르치고,

 예기치 않은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가르쳤다.

 

 마마미아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고,

 자기가 죽인 팜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편,

 성광축산의 2차 프로젝트도 마무리 되면서,

 인성과 지혜는,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용인 분자 생식학 연구소’의 인원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직을 네 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석사출신의 보조 연구원도 여섯 명에서 두 명으로 줄였다.

 

 워낙 좋은 조건에서 일을 했던 네 명의 보조 연구원들은 반발이 심했다.

 

 그중 하나가 동물 배아세포를 담당했던 최두식이었다.

 

 그는 한경대 축산생명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농수산부 축산 연구원에 있다가 이곳, 용인 분자생식학 연구소로 들어왔던 인물이었다.

 

 인원 정리 발표가 있던 날, 최두식은 최지혜 박사의 연구실로 들어섰다.

 

 “드릴 얘기가 있는데요,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지혜는 직원들의 반발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마당에 이유 없이 직원 수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연구 보조원은 ‘대리모 없는 공여 체세포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만을 위해 계약제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앉으세요. 그리고 하실 말씀 있으시면 다 하세요.”

 지혜는 침착하게 예의를 갖추며 그들의 사정을 들으려했다.

 

 남자가 말을 뱉었다.

 “그동안 우리가 있었기에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프로젝트 끝났다고 이렇게 우리를 버릴 수가 있는 겁니까? “

 

 “먼저, 시작부터 계약상에 근무기간은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로 되어있어요. 계약상의 문제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연구소는 계약기간동안 다른 연구소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임금을 지불해 왔고요, 성과급도 충분히 지불했습니다. “

 

 최두식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아니, 이 큰 연구소가 계속 운영될 텐데, 고작 남은 네 명 이서 감당해나갈 수 있습니까?

 다른 프로젝트 이어지면 어차피 직원들 새로 뽑아야 할 텐데,

 우리같이 경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지요! “

 

 최두식은 목청을 높이고 있었고, 지혜는 그의 말을 침착하게 듣고 있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직원들의 출신분야도 달라져야 하고요, 일단은 여기서 계약을 정리합니다. 최두식씨가 다시 발탁되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난 이렇게, 꼴사납게 짤릴 수는 없습니다!”

 

 그는 지혜의 말이 정당하며, 자신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기를 부렸다.

 ‘이왕 그만두는 마당에......’

 

 “한 가지만 물어보지요.

 저기 2차 실험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겁니까? “

 

 지혜의 눈 끝이 잠시 경련했다.

 “무슨 일을 하다니요?”

 

 “왜, 아무도 못 들어 가게하고 감추는 거지? 거기서 무슨 이상한 짓거리들 하는 거 아니야?”

 

 남자는 반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사입품 목록 중에 우리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물건들이 많았어! 왜? 마약이라도 제조하는 건가? “

 

 지혜의 심박 수가 빨라지고 있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혜는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말씀이 너무 심하시군요.

 꼭 알고 싶으시면 말씀드리지요.

 인체장기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어요.

 메타푸로틴, 헤모글로빈, 비타그레인······.

 인체용 약품들, 그래서 들여온 거예요.

 됐나요? “

 

 최두식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다그쳤다.

 “근데, 왜 우리는 못 들어가는 거지?”

 

 “연구 자료는 특허 끝날 때까지 보안이 유지되어야 해요.

 만일 최두식씨 같은 분이 연구 자료를 알게 된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까요? “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일어나 방을 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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