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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미아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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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제 7화
작성일 : 16-09-19     조회 : 433     추천 : 1     분량 : 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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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에서 마마미아의 학습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있는 인성에게 지혜가 말했다.

 

 “연구 보조원 최두식씨가 제 연구실로 왔었어요.”

 

 “왜? 그가 뭐라고 해?”

 

 지혜는 최두식이가 자기를 찾아와서 던진 말을 인성에게 얘기했다.

 “우려하던 일이예요.”

 

 인성은 정색하며 물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 같아?”

 “아직 내용은 모르고 있는 거 같아요. 사입품 목록을 보고

 뭔가 의심하는 것 같았어요. “

 

 “뭐든지 꼬투리를 잡으려는 거겠지.

 마마미아를 옮겨야겠어. 2층 내방 옆에 숙소를 마련해주고,

 직원들에겐 적당한 핑계거리를 붙여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마마미아를 의식하도록 해봐.

 마마미아에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숙지시킬 테니까. “

 

 마마미아는 이미 15, 6세의 정신연령을 갖추고 있었다.

 

 “직원들에겐, 제 외사촌 동생 이라고 할게요. 그리고 당분간 이름도 바꿔야겠어요. 제 외사촌 동생 이름이 장지영이에요.”

 

 “그래. 장지영. 알았어. 오늘 밤에 옮기자.”

 

 그날 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늦은 시간,

 인성과 지혜는 마마미아를 2층에 있는 방으로 옮겼다.

 

 낮에 사온 새 옷을 입히고······.

 

 인성이 방안을 둘러보고 있는 마마미아에게 말했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온 거야.

 내일 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름을 물으면 ‘장지영’ 이라고 대답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넌 다른 사람들과 출생이 달라.

 때가 되면 너에게 너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거야.

 그때까지는 내 말을 따라야해.

 알았지? “

 

 마마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저는 당신의 말을 따를 거예요.”

 

 그녀는 몸을 돌려 인성의 품에 안겼다.

 인성은 그녀에게서 자신의 기억 속에 잠재되어있던 엄마의 냄새를 맡았다.

 

 다음날 아침.

 지혜는 마마미아를 데리고 구내식당으로 내려갔다.

 

 일찍 출근한 몇몇 직원들만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식당 일을 보는 관리직 아줌마가 지혜에게 물었다.

 

 “누구에요? 아가씨, 참 이쁘게 생겼네!”

 “제 외사촌 동생 이예요. 어젯밤 대전에서 올라왔어요.

 당분간 저와 함께 지낼 거예요. “

 

 마마미아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사물들을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식당 아줌마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장지영 이예요.”

 그녀는 어젯밤 인성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지혜는 마마미아와 함께 연구소 잔디밭으로 나왔다.

 뒤로 보이는 오봉산은 벌써 가을의 옷을 입고 있었다.

 

 지혜가 말했다.

 “춥지?”

 

 마마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게 하늘이고 저건 산이에요. 굉장히 커요!”

 

 “맞아. 가을 하늘은 여름보다 더 커.

 어때? 아름답지? “

 

 지혜는 팜의 죽음 이후, 마마미아와 같이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와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고,

 마마미아는 자신에게 언제나 친절히 대해주는 지혜가 좋았다.

 “인성이 보고 싶어요.”

 마마미아는 처음 대하는 낯선 풍경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태어났던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인성과 둘이 있기를 원했다.

 

 “그래, 박사님 연구실로 가자. 거기에 계실거야.”

 

 지혜는 마마미아를 인성의 연구실에 데려다주고, 둘을 남겨둔 채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녀는 왠지 쓸쓸함을 느낀다.

 

 최두식은 최지혜와의 거친 면담 이후에 연구소에 출근하지 않았다.

 한 달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었고, 그 기간에 자신의 연구와 관찰 기록들을 정리하고 인수인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도 하지 않은 채 며칠 동안 방구석에 틀어박혀 가당치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2차 실험실이 궁금해! 뭔가 놀랄만한 자료들이 있을 거 같아, 3년 동안 죽어라고 일했는데 뭔가 소득이 있어야지. “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밤에 거기에 가 봐야겠어. “

 

 인성은 대부분의 시간을 마마미아의 방에서 그녀와 함께 보냈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구해다 놓고 정식 고등교육에 들어갔다.

 마마미아는 벌써 고등학교 2학년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었고,

 영어책을 읽고 이해했다.

 

 마마미아는 이제, 사람들을 만나고 연구소 뜰에 나가 자연을 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혼자서 연구소 내를 돌아다니며 기웃거리고,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날 밤 새벽 두시.

 

 검은 점퍼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연구소 뒷담을 넘고 있었다.

 담장을 뛰어넘은 남자는 휘황한 달빛에 몸을 숨기며 식당 창문을 열었다.

 

 남자는 연구소 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가볍게 식당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목장갑을 낀 손으로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들고, 어둠속에서 식당을 빠져 나왔다.

 

 중앙복도를 가로질러 2차 실험실 앞에 섰다.

 남자의 몸은 빠르고 민첩했다.

 

 검은 남자는 주머니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만능열쇠를 꺼내 실험실 도어락에 꽂았다.

 “제발!”

 그는 손전등을 켜 열쇠를 비췄다.

 열쇠를 조심스럽게 좌우로 돌려 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씨발! 다 열린다고 했는데, 이거 속은 거 아니야?”

 

 “철컥!”

 순간 열쇠가 왼쪽으로 부드럽게 돌아간다.

 

 “됐어! 열렸다!”

 순간 남자는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뭐 하시는 거예요? 누구세요?”

 

 덜컹! 남자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남자는 몸을 세우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잠옷을 입은 여인이 자신의 바로 앞에 꼿꼿이 서있다.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표정이 없는 여인의 얼굴에, 검은 눈동자가 마치 짐승의 눈을 연상시킨다.

 남자는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누구세요? 왜 마스크를 얼굴에 덮고 있어요?”

 여인은 서슴없이 손을 들어 남자의 마스크를 벗기려한다.

 

 순간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여자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억센 손을 가볍게 풀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남자는 어처구니없이 풀려버린 손으로, 왼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바꿔 잡아 여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 ”

 

 여자의 깨진 이마에서 흐른 피가 그녀의 하얀 얼굴울 덮는다.

 여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순간, 남자의 몸이 가볍게 들어 올려지고,

 반대편 복도 벽에 날아가 부딪치며 바닥에 떨어졌다.

 

 겨우 정신을 차린 남자는 사색이 되어 일어나,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식당 쪽으로 뛰었다.

 그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다시 창문을 타고 넘어 오봉산 쪽으로 뛰었다.

 

 마마미아는 그때까지 그곳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는 ‘팜’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죄의식을 느끼며 한 시간을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아침에 마마미아의 방문을 연 지혜는 깜짝 놀랐다.

 마마미아는 꼿꼿이 침대에 몸을 세우고 앉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벽에 고정시키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혈액이 응고하여 그녀의 얼굴을 덥고 있다.

 

 “마마미아!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됐어?”

 여인은 움직이지 않은 채, 대답 없이 눈물만 흘린다.

 

 지혜의 연락을 받고 뛰어 들어온 인성이 물었다.

 “마마미아, 왜 이렇게 된 거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인성을 쳐다본다.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녀는 인성의 품에 안기며 흐느낀다.

 인성의 가슴이 그녀의 눈물에 젖기 시작했다.

 

 “마마미아. 괜찮아. 크게 다치지 않았어.

 자, 이제 진정하고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제가 어젯밤에 사람을 던졌어요. ‘팜’ 처럼요.”

 

 지혜와 인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마미아는 서럽게 흐느끼며 인성에게, 지난밤의 일을 하나씩, 또박또박 말했다.

 

 지혜가 외쳤다.

 “최두식이에요!”

 

 인성은 마마미아의 이마에 난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괜찮아, 마마미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됐어.

 다음번엔 던지기 전에 소리를 질러. 그러면 경비 아저씨나 내가 달려와 너를 보호해 줄 거야. “

 

 지혜는 응급약품을 가져와 마마미아의 상처를 씻어내고 거즈를 붙여주었다.

 

 마마미아는 차츰 진정을 찾으며 지난밤의 쇼크에서 벗어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혜는 잠든 마마미아를 쳐다보며 인성에게 말했다.

 “아직 정서가 여려요.”

 “태어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어.”

 

 지혜는 방을 나와 CCTV의 녹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검은 남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체격과 걸음걸이는 틀림없이 최두식이 분명했다.

 

 지혜는 용인 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그때까지도 실험실 문에 꽂혀있던 만능열쇠를 발견하고 지문을 살폈다.

 하지만 목장갑을 끼고 있던 최두식의 지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

 

 “신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단 조서 꾸미고요, 말씀해주신 최두식이란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겠습니다.

 그럼, 조사결과 나오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경찰이 가고, 지혜는 최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벨이 여러 차례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정도에서 그치자. 더 이상 일을 꾸미지는 않겠지. “

 

 몇 일후 지혜는 용인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용인 경찰서 수사과 임 경장입니다. 최두식씨 피의자 조사 끝났는데요, 본인이 자백했고, 초범에 반성하는 태도가 분명하기에 이쯤에서 신고자 의견에 따라 사건을 종결하려고 하는데 어떠신지요? 사실 뭐 없어진 것도 없고, 직원이었던 피의자는 궁금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훈방 정도에서 끝내려합니다.”

 

 지혜는 최두식의 일연의 행동이 괘씸했지만 일을 더 이상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세요. 단단히 주의를 주시고요.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

 

 인성의 보살핌에, 마마미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학습에 열중했고, 아침이 되면 인성과 연구소를 나와 주변을 산책했다.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지혜와 시내 백화점에 들려 쇼핑하기를 즐겼다.

 진열대의 물건들을 세세히 살펴보고, 지혜가 가르쳐 주는 대로 가격을 묻고, 물건을 사는 것을 배웠다.

 

 특히 그녀는 화장품과 장신구에 흥미를 느꼈고, 지혜가 사가지고 온 매니큐어를 그녀의 손톱에 발라줄 때 몹시 즐거워했다.

 

 마마미아가 고교과정을 마쳤을 때, 인성은 그녀에게 스케치북과 연필을 사다주었다.

 

 “자. 하얀 종이위에 네가 기억하는 것을 그려보는 거야.”

 인성은 도화지위에 그림 그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 오봉산이 이렇게 있고, 연구소가 여기 이렇게 생겼지?

 그리고 이 앞에 잔디밭과 개나리 담장이 있고······. “

 

 인성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어쩐지 초등학생 그림 같다고 느꼈다.

 

 “자, 이제 한번 그려봐.”

 그녀는 연필을 잡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봉산은 이렇게 생겼어요. 연구소는 이렇게 생겼고요······.”

 

 인성의 눈이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마마미아는 순식간에 산과 들에 둘러싸인 연구소 주변풍경을 그려냈고,

 그건 한 장의 흑백 사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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