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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나락
작가 : 아름다운뿌리
작품등록일 : 202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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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작성일 : 25-06-18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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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라는 나락

 w_아름다운뿌리

 #1화

 

 

 먹으로 가득 칠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공간에 누군가 떨어졌다.

 

 이 곳은 어둠만이 가득해 시간과 위아래가 구별되지 않았지만 중력과 바람만이 그가 아득히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공간에서 그는 천천히 심연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어둠이 그를 침식을 하며 갉아먹고 있엇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없이 떨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한 없이 떨어지다 마주한 건 고통.

 가슴의 고통이었다.

 

 

 아프다.

 가슴이 너무 아파.

 왜 이리 아프지?

 

 

 무언가에 베이고 뚫린 것처럼 너무 아팠다.

 마치 심장이 뚫려버린 것처럼.

 아파도 너무 아팠다.

 

 

 고통과 마주하니 더 아파온다.

 

 왜 이리 아프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너무 아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생각을 집어 삼키자 그는 손을 올려 자신의 아픈 가슴을 만졌다.

 

 가슴을 만져보니 그의 느낌이 맞았다.

 가슴 한 켠이 비어있었다. 아니, 뚫려있다고 표현해야 옳은 표현이었을 거라.

 

 휑하게 뚫려있는 가슴.

 

 ‘윽=’

 

 ‘아프다’ 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머리에 짧은 단말마와 함께 예전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그 기억은 가슴이 휑한 이유였으며, 그가 가슴이 뚫리게 된 이유였다.

 

 

 그 기억 속에서는 그 자신과 한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그에게 울면서 애원했다.

 

 [오라버니 제발..]

 [난 죽어야돼..]

 [내가 오빠를 어떻게 죽여..]

 

 그는 여자에게 죽여달라고 했고 여자는 그를 죽일 수 없다고 울면서 애원하고 있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마치 본인의 목숨을 포기한 것처럼 그녀의 칼에 결국 뛰어들었다.

 

 푸욱-

 

 그녀의 칼 위치에 그는 자신의 심장 위치를 맞춰 뛰어들었다.

 심장이 찔렸으니 다시 살아날 걱정도 죽지 않을 걱정도 없었다.

 그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의 칼로 그를 찌른 그녀는 계속 울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웃는 그.

 

 

 [장하다 이소아.]

 [죄송합니다 오라버니.]

 

 

 그렇게 그는 그녀의 칼에 심장이 찔린 채 심연으로 떨어졌다.

 

 

 .

 .

 .

 

 

 아-맞다.

 

 나 동생한테 베였지.

 

 소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현세에서 존재해서는 안될 존재였고, 그녀는 세상에 이치에 따라, 또 저승의 법에 따라 그를 죽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그는 동생이 자신을 죽인 것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이대로 소멸하는 건가?

 

 소멸할 거라면 빨리 소멸했으면 좋겠는데 정신은 왜 또 멀쩡하지?

 

 살고 싶지 않아.

 

 어차피 무저갱으로 떨어졌잖아.

 

 

 빨리 소멸 시켜줘.

 

 죽고 싶어.

 빨리 이 세상에서 날 없애줘.

 나라는 존재를 지워줘.

 

 

 

 

 오직 그녀를 위한 삶을 살다 동생인 그녀에게 죽었기에 그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더군다나 이 곳은 신들의 감옥이라고 할 수 있는 어비스. 그는 삶의 목적인 ‘그녀’가 없기에 더더욱 이 곳에서 살아갈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죽음을 애타게 갈망할 때 그의 머리 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울렸다.

 

 

 【 안된다. 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나의 아이야. 나는 너를 차마 버릴 수 없다. 널 그렇게 보낼 수 없어. 네가 여태 연을 도운 만큼 이젠 내가 널 도와주겠다. 】

 

 

 

 암흑속에서 익숙한 그 목소리가 들린 후에 그는 안심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한동안 자지 못한 잠을 이번에 몰아서 잤다.

 

 

 사실 그는 소아에게 죽기 전까지는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모든 생이 기구한 그 아이는 적이 너무 많았다. 그건 이번 생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수면을 취한 순간 본인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없었기에 그녀를 지키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지킬 것도, 살아갈 의미도 없어진 지금 이 순간. 그는 평소에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잤다.

 

 

 어쩌면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었다.

 믿기 힘든 현실을 도망치고 싶었던 때가 몇 번이었던가.

 

 그렇게 외면하고 싶던 현실에서 벗어나고 나서인 이제야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본인에게 만족하며 최대한 잤다.

 

 ‘나에게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것은 오직 그의 바람.

 하지만 그에겐 사명이 있었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또 몇 번의 생을 거듭할 때에도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이 내 평생의 사명이었다.

 

 내가 태어난 널 지키기 위함이라.

 

 그런데 난 이번 생에서도 결국 널 위험에 빠트리는 것도 모자라 널 지키지 못하고 죽었구나.

 

 나는 살 자격이 없다.

 나도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니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저 소멸 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계속 잤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잠에서 깨도 다시 잤다.

 그 짓을 계속 반복만 해대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고 잠에서 깼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러니 시간이 얼만큼 가는지도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제 꿈이 지겨워지고 자는 게 지겨워졌을 때쯤 나는 눈을 떴다.

 

 

 “…….”

 

 눈을 뜨고 일어서 보니 발이 땅에 닿았다.

 하지만 눈 앞은 광활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생명이 살고 있는 듯 기척도 느껴지고 들리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나는 계속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더라도 그 생각이 나의 모든 것을 내 자신이 갉아먹고 또 파괴할 것 같았기에.

 내가 지금 어떠한 생각을 한 들 무엇이 달라지랴.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내가 떠올리는 것들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뿐더러 도움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자아가 없는 생명이 없는 조각상처럼 멍하니만 있었다.

 

 눈이 먼 채로.

 귀도 입도 닫은 채로.

 

 몇 날 며칠을 그랬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몇 분, 몇 초만 그랬을지도 모르지.

 시간도 분간되지 않고 앞 뒤도 알 수 없는 이 광활한 어둠 속에서 나는 어느 순간 멍하니 있는 것도 지겨워졌다.

 

 

 멍하니 있는 것도, 자는 것도 지겨워 졌기에 나는 걸었다.

 

 

 어차피 죽지 않을 거라면 너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고생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걸었다.

 앞인지 뒤인지 모른다.

 길도 있는지 없는 지 모른다.

 

 그래도 걸었다.

 끝없이.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난 속죄의 길을 걸었다.

 

 난 연을 지키기도 전에 죽은 못난 오빠다.

 그것도 동생의 손에 죽은 나쁜 오빠다.

 동생의 칼에 뛰어들어 자살한 잔인한 오빠.

 그래서 사죄하기 위해 걸었다.

 

 기나긴 어둠을.

 미친 이 고독을.

 

 

 겨우 이걸로 용서 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건 나의 유일한 사죄의 길이자 내 마음 속 위안이었다.

 사실 이 위안도 내 스스로하면 안되는 건데 이 것또한 나의 욕심이었다.

 

 

 또 얼마나 흐른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그 공간 속에서 어느 순간 어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엣된 목소리였다.

 

 “넌 누구야?”

 누구냐고 묻는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내가 침묵으로 답을 하자 그 목소리가 조금 격양됐다.

 

 “넌 누구냐니까?”

 “…….”

 

 

 난 사죄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

 다시 묻는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편히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 행동의 의미가 변질 될 것 같아서.

 계속되는 물음에도 그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보다 못한 아이가 다리를 쳤다.

 

 퍽-

 

 사람의 손이나 발이라고 하기엔 좀 더 푹신한 무언가였다.

 그것이 궁금해 발 쪽을 쳐다보니 그제서야 눈에 보이는 건 거뭇한 솜뭉치.

 

 어둠밖에 없었던 이 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눈은 그 어둠에 적응 해버린 듯 싶었다.

 수없이 걷는 동안 그는 이 곳 나락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위 아래도 존재하지 않는 곳인 줄 알았더니.

 바닥이 있었고 이 곳엔 죄를 짓고 떨어진 죄수들이 있었다.

 아마 이 솜뭉치도 그 죄수들 중에 하나였을 거라.

 

 “누구냐니까?”

 

 거뭇한 솜뭉치가 다시 한번 그를 때리니 그의 눈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등에서는 피가 솓구쳐 날개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솜뭉치는 충격을 받은 듯이 말했다.

 

 “식시귀?”

 

 식시귀.

 

 그게 그의 정체였다.

 

 아랍신화에서나 나오던 ‘구울’ 그것이 그를 가르키는 말이었다.

 본래 식시귀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사신의 칼에 의해 승천했다면 저승으로 갔을 것이고 승천이 아니라 소멸을 했다면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졌을 터. 그런 식시귀가 신들의 감옥이자 지옥인 이곳 ‘어비스’에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은 솜뭉치였다.

 “식시귀가 왜 여기 있어?”

 

 어비스의 존재는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더군다나 식시귀가 어비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평범한 존재들도 모를 터. 그런 중요한 사실을 이 아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의문이었다.

 

 ‘이 아이는 그 사실을 어째서 알고 있는 거지?’

 

 어쩌면 이 아이는 어비스에 너무 오래있어서 식시귀는 처음 본 걸 수도 있겠다 여태 어비스로 떨어지는 식시귀를 본 적 없었을 테니 자연스럽게 식시귀는 어비스로 떨어지지 않는 존재라 인식했겠지

 그는 되물음으로 그 아이를 떠보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인데?”

 

 그가 물었다.

 

 “아, 아직 인간계에는 여기 존재를 모르나? 이곳은 커다란 낭떠러지. 무저갱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어비스라고도 불리지.”

 

 어비스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 아이.

 그는 느꼈다.

 

 이 솜뭉치는 결코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라고.

 

 

 “무저갱….”

 

 무저갱.

 

 항상 저승에서 무저갱의 문이 열려 이상한 것들이 올라오기도 했지. 언젠가 그 존재들을 처리하다 죽은 적도 있었던 것 같았다. 무저갱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그들의 그 의지와 표정, 그 감정까지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아- 난 그 곳에 있는 건가?

 여기서도 죽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여기에서 죽음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걸까?

 

 “이 곳은 신이 죽어서 오는 신들의 저승이야.”

 “신들의 저승?”

 

 이 것은 처음 듣는 사실.

 저승의 황자였던 나도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는 이 솜뭉치는 방금 정보로 본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왜? 인간이 죽으면 저승으로 가잖아. 그거랑 같은 원리야 여기도 저승.”

 

 그럼 여기서 더 죽지는 않는다는 건데.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난 분명 소멸됐어야 했다.

 현세와 저승에 이 세상에 혼란만 야기하는 식시귀는 정계 어디서도 속하지 못하는 불쌍한 종족. 그렇기에 사신들이 날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었지.

 

 

 “과거에 신이었던 생명체들이 여기애 처음 오면 다 그런 반응이야. 이 곳은 창조주가 생명들을 모두 다 사랑하셔서 만든 곳이야. 그래서 신이 죽어서 오는 곳…….”

 

 그랬다.

 

 식시귀 중에 나만 이곳 어비스에 있는 이유.

 

 내가 ‘신’이었기 때문에.

 

 재현이 조용히 중얼거리니 하얀 솜뭉치가 재현에게 말했다

 

 “너, 나랑 계약하자.”

 “내가 왜?”

 

 뜬금없이 계약 하자고 말하는 솜뭉치.

 그 행동이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

 얘는 계약이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걸까?

 

 왜냐 물으니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는 아이.

 

 

 

  “이 곳은 무저갱이야. 신들의 저승인데 너 혼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좋아- 내 눈에 들어온 특별한 존재니까 내가 계약해줄게.”

 

 계약하자는 말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살아 남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죽고 싶었다.

 

 그가 솜뭉치의 말에 답을 하지 못하자 갑자기 송뭉치는 본인을 소개하려다.

 

 “난… 잠깐, 내 이름이 뭐였지?”

 

 본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솜뭉치.

 계약하자는 아이가 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

 

 본인을 소개하다 이름을 잊어버린 생명체를 아무 말 없이 보던 그는 상대하기 싫은 듯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의 등 뒤에서는 작은 솜뭉치가 소리쳤다.

 

 “잠깐!! 기다려 기다려줘!!”

 

 

 이 아이는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 걸까?

 본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데 계약을 어떻게 하자는 거지? 아무감정 없는 없이 내려다보자 무안한 듯 말하는 아이

 

 “미안, 생각해보니 네가 내 이름을 지어 주는 게 계약이었어.”

 

 

 

 

 들을 필요가 없었다.

 본인 이름도 모르는 주제에 계약이라니.

 심지어 그에게는 계약이라는 것도 짐일 뿐 그에게 이득인 것은 전혀 없었기에 더 이상 들을 것도 아녔다.

 그런 솜뭉치에게 더 이상 용건이 없는 그는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자꾸 잡는 솜뭉치.

 

 “자꾸 가려고 하지 말고!!”

 

 계속 잡는 목소리에 의해 이제야 그 아이를 보니 모습은 아까와 다른 모습이었다.

 

 “…안녕.”

 

 쫑긋거리는 귀에 촉촉한 코 마지막으로 살랑거리는 꼬리까지.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하필 변한 모습이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었기에.

 그는 그 아이를 잠깐 내려보다 슬슬 멀리 떨어졌다.

 멀리 떨어져가는 그를 보고 아이는 짧은 다리로 다급히 그를 쫓았다.

 

 “무‥무‥무엇이 문제인 것이냐?! 이 몸이 현세에서 제일 인기 많다는 동물의 모습으로까지 변해줬더니 무엇이 문제냔 말이다!”

 

 아이가 다가오니 순간 피하는 그.

 그가 정말 싫어하는 동물이었다.

 

 검은색의 윤기 있는 털을 가진 날렵하고 깔끔하고 멋진 개

 그렇다.

 

 그에게 친근감을 어필하기 위해 모습을 바꿨던 아이는 하필 그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로 변해버린거다.

 

 

 하필이면 왜 개일까?

 살면서 극도로 싫어했던 그 동물.

 그가 그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개 같군.”

 “개다.”

 

 그 말이 맞았다.

 

 정말 개였다.

 정말 개새끼.

 정말 새끼 개.

 

 개가 싫어서 욕을 한 건데 자랑스럽게 본인이 개라고 인정해버렸다.

 그는 이 대화로 인해 솜뭉치가 멍청하다는 걸 순간 깨달았다.

 

 욕을 욕으로 듣지도 못하고 개라 인정해벌린 이 개가 그렇게 멍청하다면 혹시...

 

 ‘그러면 이것도 되지 않을까?’

 

 그는 바닥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아 자신 앞에 있는 개의 시선을 끈 후 물어와를 외치며 나뭇가지를 던졌다.

 “물어와!”

 

 그러자 그의 예상처럼 꼬리를 흔들며 나뭇가지를 주우러 가는 개.

 

 

 멀리 던졌으니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테지

 그 아이의 관심을 벗어난 그는 개가 다시 쫓아오지 않게 몸을 돌려 반대로 걸어갔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큰 소리와 함께 깨갱거리는 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달리다가 무언가에 부딪혔겠거니 했지만 개 비명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젠장.”

 

 계속되는 개 비명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착한 그는 자신이 던진 나뭇가지를 주우러 간 개를 찾으러 갔다.

 한참을 찾았을까 커다란 괴물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개 한 마리였다.

 

 

 “으아아아아!! 살려주게!!”

 “…….”

 

 깨갱소리와 함께 살려면서 도망 다니는 개 한마리.

 

 개소리를 할 건지 사람 말을 할 건지 노선을 잘 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개는 개 소리와 사람 말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괴물에게 쫓기던 개는 지쳤는지 점점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결국 괴물에게 잡혀 내동댕이 쳐졌다.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그는 쓰러진 그 개를 향해 다가갔다.

 

 “너…?”

 

 작은 강아지가 괴롭힘을 당해 피흘리며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싫어하던 개지만 그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쉬고 있어.”

 “그것보다 나와 계약을…”

 

 이 순간까지도 계약을 운운하는 솜뭉치

 그는 솜뭉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솜뭉치에게 말했다.

 

 “케르베로스.”

 “네 이름은 케로베로스다.”

 “네 이름은?”

 “이재현.”

작가의 말
 

 천천히 다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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