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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였다. 그 아이만의 향기가 났다. 귀에선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 뭐지? 내 몸에 이런 느낌을 느끼는 기관이 있었나? 온기가 내 등을 파고들었다. ‘…이거다!’ 그 순간에 나는 예전의 자신감 넘치던 나로 돌아왔다. 나는 그 아이의 깍지 낀 손을 잡아 풀었다. 그리곤 다른 아이들은 의식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그 아이의 몸을 내 앞으로 돌려 정면으로 그 아이를 안아주었다. 껴안은 채로 10분쯤 흘렀을까. 나와 그 아이는 소파에 앉았다. 내가 갖고 있던 CD플레이어로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한국음악을 들었다.
“얘들아, 너희끼리만 노니? 나 심심해애~!”
인도계 아이 셰리가 귀엽게 삐친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와 에바는 서로 씩 웃었다.
잠시 뒤에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눈 마주보기에 대한 주제로 시작이 되었다. 선생님은 서로 한번 눈을 마주보고 서로에 대하여 한번 유심히 관찰해보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나와 그 아이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그 아이는 눈이 정말 컸고 깊은 담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날렵한 턱선과 함께, 정말 작았다. 코는 물론 나보다 오뚝하고 조금 컸지만 어딘가 나와 매우 닮아보였고 언제나 입가엔 미소를 머금었다. 팔다리는 가늘며 굉장히 길었고 키는 나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아이치고는 굉장히 큰 키로 170센티미터가 조금 안 되었다. 몸매는 군살이라고는 없이 아주 말라서 50킬로그램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미국에서 여러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어떤 얼굴이 미남이고 미녀인지 전혀 현실감이 떨어져서 구분을 할 수 없었던 나였지만, 나는 이 아이가 그 순간까지 정말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날 밤 나는 낮에 있었던 일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일이 마지막인데…. 어떻게 하지? 다시는 보지 못하는 걸까? 심장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귓속엔 쿵쿵대는 심장소리가 울렸다. 나는 속으로 다음날의 계획을 짜내었다. 결국 나는 아침까지 잠을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