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사막으로 보낸 편지
작가 : 라한
작품등록일 : 201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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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의 그 향기는 지금
작성일 : 16-09-24     조회 : 425     추천 : 1     분량 :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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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늦은 겨울밤

 창문을 열고 그 옆에 앉았습니다

 방금 마신 아일랜드산 흑맥주의 향

 그리고 알싸하게 맴도는 담배의 향

 

 늦은 겨울밤

 궁상맞은 향들 그 옆에 앉았습니다

 눈을 감은 코끝에서 시리는 향들

 그 향들이 거기 있습니다

 

 어린시절 서재에서 풍기던 아버지의 향

 고향집 부엌에서 흐르는 어머니의 향

 지금도 생각나면 술잔을 기울이는 그 녀석들의 향

 내 일상의 향기

 

 그리고

 

 가슴설레 잠 못들던 첫사랑 그 소녀의 향

 힘들고 지친 내게 무릎을 내어주는 그녀의 향

 마른 입술을 고요히 적셔주던 그 여자의 향

 안녕이라 말하며 돌아서 걷던 그 사람의 향

 부드러운 젖가슴을 내 눈물로 적셨던 그 사랑의 향

 그 사람들의 향기

 

 그러고보면 그렇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만

 지나간 사람들

 제 추억에 또렷이 자릴 잡고 사는 사람들

 그들은 제게 향기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 아름답던 얼굴

 그 곱던 목소리

 그 따사한 숨결

 이 모든 게 세월의 모래에 쓸려 모서리를

 잃고 모두 둥근 자갈이 되었어도

 그 사람은 제게 달콤한 향기로

 아직 남아있는 것입니다

 저도 그 사람 내 사랑에게

 어떤, 향기로 남았을까요?

 

 당신이 향기로 제게 남으신 것처럼

 당신 맘속 수많은 방들의 한 켠에서

 저도 제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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