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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보낸 편지
작가 : 라한
작품등록일 : 201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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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침, 어제나 그렇듯
작성일 : 16-09-24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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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항상 그렇듯 다시 아침은 왔고 나는 다시 한 번 다른 옷으로 멋을 내고, 학교에 가는 주민상씨의 차를 얻어타고 갔다. 마지막이라 그랬는지 아이들이 일찍 와있었다. 수업 내내 나는 집중 할 수 없었고 한 번씩 돌아오는 질문에 어제 했었던 식의 극단적 농담을 던져서 아이들을 웃겨주었다. 내가 힘들어 보이자 선생님은 거실에 나가서 그냥 좀 쉬어도 좋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거실로 나갔다. ‘이제 그 아이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하지만 좋았어. 신께 감사할 따름이야.’ 나는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은빛 로사리오를 꺼내서 쥐고 기도를 드렸다.

  ‘신이시여 당신이 계시고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뜻이라면 저는 그저 이 모든 것

  에 티끌만큼의 불만도 없이 감사합니다.’

  그 때, 에바가 나에게 텍사스사이즈의 커다란 잔에 라즈베리티를 타서 가져왔다.

  “어, 내가 방해 한건 아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야 너도 차 좋아하지?”

  나는 찻잔을 받아들고 조용히 한 모금씩 넘겼다. 에바는 조용히 지켜보다가 교실이 아닌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마지막인가? 그럼 이렇게 바보같이 앉아있을 터인가? 그렇담 어쩌란 말인가? 나는 무작정 에바의 방 앞으로 다가갔다.

  “들어가도 되겠니?”

  문이 덜컥 열리면서 에바가 웃으며 나왔다.

  “물론. 헤헤, 조금 더러워.”

  나는 태연한척 그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은 열려있었고, 귀엽게도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까 꽤나 고민한 듯 침대에 옷들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침대 옆엔 속옷까지 널려있었다. 에바는 멋쩍게 웃으며 무엇이라 방에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침대 옆 큰 쿠션에 앉아있던 내가 입을 뗐다.

  “에바 엔, 너, 아까 내가 무슨 기도하고 있었는지 알아?”

  그 아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있잖아 나는 신께 기도 할 때에 결코 바라는 기도는 하지 않아. 내가 무엇인가

  요행을 바래서 뭔가를 얻으면 그 대신에 누군가는 무언가를 잃게 되거든. 그저 난

  그날 그 시점까지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기도만 할 뿐이야. 그래서

  아까도 말이야, 이 모든 게 다 고맙다고. 여기서 이 사람들을 만난 사실이 고맙고,

  그리고, 그리고…, 널 만난 게 너무 감사했다고…. 있잖아…, 넌 내게는 첫 번째

  사람이야. 나의 가슴을 고장나도록 만든, 내가 이번에도 기도를 하며 단 하나의

  요구도 없이 단지 감사만을 기도올리게 만든….”

  그 말을 하고 나는 그 아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순간 나는 내가 방금 말한 ‘가슴이 고장나다.’라는 표현이 영어에선 ‘실망했다.’라는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정말 …(알아듣지 못 했다.)해.”

  아이는 나의 말이 아닌 마음을 들었나보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 아이가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그 아이가 속삭였다.

  “나 너랑 껴안는 거 너무 좋아.”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품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모두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주민상씨가 가장 먼저 나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나는 모두에게 악수를 해주었다. 그때 나보다 2살이 많았던 고수머리 여자아이가 나를 꽉 껴안았는데, 서양인 특유의 좋은 발육상태의 가슴이 내 배를 너무 강하게 눌러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나는 끝으로 그 아이에게 인사를 했고 그 아이는 자신의 휴대전화번호인듯 한 번호를 속삭였다. 선생님과 악수를 나누고 나가서 주민상씨의 차 조수석에 앉았다. 혹여라도 잊을까 두려워 입으로 번호를 우물거리는 내게 주민상씨가 물었다.

  “잘 했니? 너 가니까 쟤들 정말 아쉬워하는 눈치네. 그나저나 저기 쟤 진짜 예쁘다. 너 여

  기 애들 얼굴 볼 줄 모르겠다고 했지? 저 정도면 여기서도 완전 에이급인데?”

  “네? 누구요?”

  뒤를 돌아봤더니 그 아이가 문밖까지 나와서 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쟤한테 말은 붙여봤냐?”

  “칫,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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